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님의 안좋은 유전자를 참 많이 물려받은 아이였다. 그 중 내가 가장 불만 스러원 하는 것은 바로 곱슬머리다. 나의 곱슬은 웬만한 웨이브를 넘어 과한 곱슬인데 특히 이마 부분 압머리의 곱슬이 유독 심하다. 중학교때 외모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곱슬머리를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  C컬로 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곱슬거리는 새머리가 자라나 머리는 다시 부풀러 올른다. 나와 달리 어머니는 참 곧고 건강한 머리결을 가지고 있다.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은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내가 곱슬머리가 싫다고 투덜거릴때마다 어머니는 항상 말한다. ‘이럽다. 아버지를 닮아서 더 곱게 태어났다!’고…

  10년전 한국의 화장품 시장이 호황을 누리던 어느날, 친구 대타로 면세점에서 며칠간 단기 알바를 하게되었다. 외국인 고객을 응대하는 안내원 역할이었고, 유니폼과 함께 머리스타일과 화장까지 요구가 있었다. 머리는 망사로 돌돌 말아 묶어야 했다. 출근 첫날 아침 차장님이 나의 곱슬 곱슬한 머리를 보고,머리를 단정하게 다시 묶으라고 했다. 그냥 네 하고 다시 묶는 시늉을 하면될걸, 나는 무심코 ‘양머리에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양머리? 양머리가 뭔데? 곱슬?‘이라고 반문이 던져졌고, 호탕하게 웃으셨다. 곱슬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걸 한족학교를 다닌 내가 알리가 있나… 처음 들어보았다.

  같이 일하는 흑룡강성에서 온 친구가 ‘우리도 양머리라고 하는데...’라고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나만 들리게 말해주며 나를 위로했다. 작은 위로가 나는 좋았다. 차장님이 나쁜 의도로 웃은건 아니겠지만, 나는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고, 나의 연변 말투나 단어 선택을 숨기고 싶어졌다. 그리고 고향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냥 길림성에서 왔다고 둘러댔다. 나는 그냥 서울말을 잘하는 중국사람으로 살려고 애를 썼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나는 곱슬머리인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의 정체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박사 공부를 하면서 머리 숫이 적어져 고민하는 친구들에 비해 오히려 곱슬인게 나은 편이다. 그리고 내가 연변사람이고 조선족이라고  말했을때, 타자의 생각은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들레님의 인터뷰에서도 ‘잘못알려진‘조선족이미지’에대해,직접 전하고싶은 말이있다면’이라는 질문에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인터뷰지를 보내고도 이 답글에 대해 고민을 몇번했다. 너무 성의없게 쓴건 아닌지… 왜 이렇게도 삐딱해 있는지…해서 그 단답에 대해 좀 더 나의 생각들을 정리해 보면,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연변 사람은 아이에 대한 교육열이 높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순수한 면도 있는 지방 사람들이라는 생각하는데, 한국에서는 ‘살인자’ 또는 ‘깡패’와 같은 이미지가 영화로 노출되면서 너무 깊이 뿌리를 박고 있어 어찌 바꿀수가 없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身正不怕影子歪’라는 태도에서 나온 답글이다. 오히려 우리나무 여러분들은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궁금하다. 

  최근 미스트롯4에 연변 출신 정하윤 양이 나왔는데, TV로 연변 아이를 보니 너무 기특했다. 처음 노래를 부를 때 ‘하신다 하니’라는 표현이 ‘하씐다 하니’로, ‘정말’이 ‘종말’로 발음되는 장면이 자막으로 강조되었는데, 그런 부분을 아이가 자신이 나온 방송을 볼때 어떻게 느낄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다만 그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방송 출연 회차가 늘어갈 수록 인터뷰에서 연변 특유의 말투는 점점 옅어지고, 서울말투로 또박또박 말하는 하윤이의 모습 보였다.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냥 연변말로 해도 괜찮은데, 얼마나 귀여운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나 역시 그러지 못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윤 양은 몇 년 전, 연길에서 일하던 시절에 우연히 몇번 마주친 적이 있다. 어린 아이였고, 무대 뒤에서 손을 꼭 잡고 함께 대기해주기도 했었다. 너무 작고 귀여운 아이가 노래를 잘하고 연변말로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그때 하윤이는 이미 연변에서는 이름난 꼬마 가수였다. 그런 아이가 이제는 한국의 큰 무대에서 경연을 펼치고 있다니 참 대견했다. 그래서 더더욱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이번 주 방송에서 하윤 양이 1:1 대결에서 탈락했는데 솔직히 많이 아쉬웠다. 거 참 애 좀 노래 한번 더 할 수 있게 해주지 싶으면서도, 혹시 패자부활전이 있지는 않을까, 다시 한 번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괜히 기대해 본다. 그리고 훗날 연변에서 온 가수가 아닌 그냥 가수로 잘 성장했으면 좋겠고, 트로트에 국한되지 말고, 다양한 영역을 시도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빛을 바래길 바란다. 꼭 잘 컸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억양이 달라도 괜찮고~
  서울말이 아니어도 괜찮고~
  곱슬이 양머리어도 괜찮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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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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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전에 학교 다닐 때 흑룡강 애가 전학왔는데 말투가 자금 생각해도 참 재밌었짐. 선생님 세 글자도 억양이 연변말하고 달라서 애들이 재밌다고 따라하고 그러니까 그 친구 며칠 안돼서 연변말투로 바로 고치더라는…반 아이들이 그냥 재밌다고 따라한 행동들이 그 친구한테는 어떤 추억으로 남았을지, 상처라고 생각하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지긴 하네요

    1. 사람은 본능적으로 큰 무리에 들어가려고하는것 같아요. 다 조선족이니깐 억양차이는 괜찮았을것 같네요. 저도 흑룡강성에서 온 친구 있는데 전화받을때 예의바르게 여보세요? 이렇게 예쁘게 말하는게 신기했어요.

  2. 사람들은 늘 자기가 익숙한 기준에서 어긋나는 꼴을 못보죠. 그게 다양성을 허용하는 그릇인데… 그래서 한국 예능을 볼 때 지방 사람들이 서울말 하면 꼭 서울 사람들이 “그거 서울말 아닌데?”하면서 콕집어서 알려주죠. 보는 사람이 다 무안하게… 근데 중국에도 사람들이 표준어를 해도 억양으로 사는 지역까지 맞추는 것은 마찬가지니 ㅎㅎㅎ 그냥 악의는 없고 조건반사? 같은게 아닐까 생각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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