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겨울개구리

김경화

1

가마를 열자 김이 확 몰려온다. 눈앞이 하얗다. 그는 바가지로 물을 푼다. 법랑칠이 벗겨진 소래에 담는다. 소래에 그려진 그림은 사과다. 가운데가 칠이 벗겨지는바람에 대야에 그려진 사과는 뭉텅 벌레가 파먹은 사과가 되버렸다. 한때, 그것은 빨갛게 탐스러웠을 상처없는 사과였을 것이다. 물에서 김이 솟아오른다. 그는 이번에는 물독에서 찬물을 퍼내 뜨거운 물에 섞는다. 적당하다고 느껴질때쯤, 그는 식지손가락을 집어넣어본다. 이 정도면 된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뜨거운 기운이 느껴질 정도, 사람의 피부가 데지 않을 만큼의 온도가 되면 끝이다.

그것은 기름개구리를 죽이기에 적당한 온도이다. 그가 사는 이곳은 해란강 발원지라 기름개구리(林蛙)라고 불리는 북방산 개구리가 서식한다. 기름개구리는 귀중한 중약재로도 불리지만 식탁우의 일품 요리이기도 하다. 암놈 개구리의 탱탱한 알과 쫀득한 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쫄깃한 다리살까지 개구리는 그 맛이 일품이라 개구리의 외형이 징그럽다고 하면서도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이런 기름개구리를 양식이 아닌 야생으로 먹어볼수 있는건 산에서 사는 사람의 혜택이다. 그는 벽에 걸어놓은 그물망을 집어든다. 펄떡펄떡 간헐적으로 숨을 쉬며 그물안에 갇겨있던 개구리들은 그가 그물망을 집어들자 움직임에 반응하듯 마구 요동친다. 그물망안은 개구리와 개구리가 뿜어낸 거품이 섞여 뒤죽박죽이 돼있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물망을 물온도를 맞춰놓은 대야에 담근다. 와장창. 그물망안에서 순간적으로 복새통이 일어난다. 개구리들이 뜨거운 기운을 느끼고 한꺼번에 우로 기여오르려고 모지름을 쓴다. 최후의 발악인셈이다. 빠르게 움직이던 개구리들의 동작이 점점 느려지다가 드디여 다리를 뻗는다. 고요해진다. 그는 그물망을 가볍게 흔들어본다. 움직임이 없다. 그는 자루를 열고 생을 마감한 개구리를 대야에 쏟는다. 완벽하다. 반들거리는 껍질이 온전하게 남아있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개구리는 껍질이 홀라당 벗겨지고 미적지근하면 개구리는 한번에 죽지 않는다. 반드시 적당한 온도여야 한다. 그는 오랜 시간 개구리를 죽여본 사람답게 감으로 그 온도를 안다. 그는 개구리를 손으로 대충 주물주물해서 두어번 물을 갈아내며 씻는다. 감자와 고추장을 풀고 미리 끓이고있던 냄비에 씻은 개구리를 집어넣는다. 가을과 겨울의 사이인 시기라 개구리는 깨긋하다. 따로 배를 가르고 손질할 필요가 없다. 

하얀 김이 냄비에서 피여오르고 비릿한 냄새. 얼큰한 고추장냄새가 코속을 자극한다. 맛있는 개구리탕이 완성되여가는 것이다. 이제 그것은 생명을 가진 것이 아니다. 인간의 욕망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먹는 욕망을 채우기 위한 맛있는 반찬일뿐이다. 그것은 곧 한껏 벌려진 동굴같은 입으로 들어가고 위를 통과할것이고 스며들고 부패하고 배설되여 종당엔 흔적조차 없이 증발해버릴 것이다.

눈이 오겠구나.

그는 새벽녘에 돌아누우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허리가 욱신거렸기 때문이다. 그의 몸은 자연의 변화에 민감하다. 비가 오면 온몸의 뼈들이 쑤셔난다. 그럴때면 그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있는 뼈들이 오랜 시간 쇠가마솥에서 끓어오르는 물에 이리저리 부대끼며 삶아져 구멍이 숭숭 난 소뼈다귀처럼 되어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새벽 다섯시, 어김없이 눈이 떠지는 시간이다. 그는 몸을 일으킨다. 몸이 무겁다. 카텐을 쳐본적 없는 창문너머로 푸르스름한 새벽이 와있다. 그 청량한 푸른 새벽의 시간속에 희끗한 눈발이 보인다. 그는 저벅저벅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다본다. 창밖은 바로 산이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같은 푸른 새벽의 시간속에 나무들이 몇잎 남지 않은 잎을 거멓게 드리운채 처연히 서서 온몸으로 눈발을 맞고있다. 그 아래 지난 여름 무성히도 웃자랐던 쑥과 익모초와 갈대들이 언제 푸르렀고 언제 소리치며 웃자랐냐싶게 푹 고개를 꺽은채 시누렇게 말라 서로를 껴안으며 떨고있다. 눈발이 떨어질때마다 그것들은 진저리를 치는듯 물러서지만 끝내 비껴가지 못한다. 그는 그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있는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저려나서야 그는 창가에서 물러난다. 대단한것도 아니고 새로울것도 없는 그 풍경들을 그는 언제나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는 나무는 뼈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몸을 지탱하고있는게 뼈라면 산을 지탱하고있는건 나무라고 생각한다. 저 나무들은 끝끝내 겨우내 내리는 눈발의 무게를 견디고 차가운 바람을 이겨내고 다시 봄을 맞이하겠지만 숭숭 구멍난 소뼈다귀처럼 구멍나고있는 자신의 몸의 뼈와 그보다 먼저 구멍 나버릴 가슴은 언제까지 지탱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는 두렵다. 그는 두려움에 뒤로 물러선다. 벼랑끝에서 마침내 물러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처럼 그는 한발 물러서서야 드디여 안도한다. 건조한 눈을 껌뻑거린다. 

그는 뱀이 허물벗듯 어제밤에 아무렇게나 벗어서 바닥에 던져버린 검은색의 츄리닝바지를집어 발을 들이민다. 회색의 면티를 입고 검은색의 경량패딩을 입는다. 그의 방에는 색채가 없다. 허연 벽과 검은 옷장, 종래로 개켜본적 없는 곤색의 이불, 벽에 못을 쳐 옷걸이로 사용하고있는 공간에 걸린 옷들도 전부 검은색이거나 곤색이거나 회색이다. 위성이 들어오지 않아 오래된 씨디를 돌려볼때만 켜는 시커먼 텔레비죤까지, 그의 방은 온전한 무채색의 세계이다. 이 집과 산의 주인격인 동국이가 위성을 설치해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철저히 바깥세상과 격리되여가고 있다고 느끼지만 구태여 그 세상으로 나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드르륵, 그는 미닫이문을 연다. 문소리에 말을 잃어버린 그의 로모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로모는 잠이 없다. 그가 새벽같이 깨여 미닫이문을 열면 항시 로모가 잠기라고는 묻어있지 않은 건조한 눈으로 그를 돌아본다. 로모는 자기는 하는걸가. 언제 잠이 들어 언제 깨는걸가. 그가 밖에서 일을 마치고 들어설때도 로모는 자고있는법이 없다. 눈을 감고있을때도 있지만 그는 로모가 가수면상태인걸 안다. 늙으면 잠이 없어진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쪼글쪼글 늙지 않았을때에도 그는 단잠에 빠진 엄마를 본 기억이 없다. 언제부터 엄마는 잠을 자지 않았던걸가. 그러니까 로모가 되기전, 엄마였을때부터였을가. 아니면 그 이전부터, 아니면 그 이전부터일가. 

로모는, 그러니까 엄마는 아직 서른살이 되기전 그야말로 새파란 나이에 남편을 잃었다. 그의 아버지는 목재부업을 가서 벌목을 하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러니까 톱으로 나무 밑둥을 켜고 나무가 자빠질 방향 반대쪽에 서있어야 하는데, 그만 방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해 나무가 쓰러지는 방향에 서있었던 것이다. 정면으로 쓰러지는 나무에 젊은 아버지는 그대로 깔렸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고 한다. 죽은 아버지의 얼굴은 땅에 박혀있었고 아버지를 들어올렸을 때, 흙들이 살을 파고들어 얼굴이 까만 주근깨가 덮인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나무가 쓰러질 방향을 몰랐던게지. 어느만큼 밑둥을 켜야 하고 어느쪽으로 쓰러지고 어느 방향으로 피해있어야 하는건지 그걸 몰랐던게야. 그런건 말이다. 그건 말이야. 누가 가르쳐서 되는게 아니란다. 감이라는게 있어야지. 느낌이란거 있잖냐. 니들 느낌이 뭔지 아냐? 그래. 그런거지. 그냥 몸으로 느끼고 감으로 알고 그렇게 하는건데 니네 아버지는 그걸 모르는 사람이였던게지. 본인이야 가고나니 끝이지만 결국 애매한 마누라만 고생시키는거잖냐. 생과부로 만들어놓은것도 모자라 아들 둘까지. 어린 여자를 날지도 뛰지도 못하게 만들어놨으니 니네 아버지야말로 죄인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사람이란 느낌이 있어야 한단다. 알겠냐? 니네 두놈, 잘 들어둬라. 느낌이라는게 그렇게 중요하단다.”

외삼촌이 술 한잔 들어가면 그와 동생을 앉혀놓고 읊어대던 레파토리였다. 외삼촌은 그의 아버지의 말을 할때마다 일찍 죽은 네 아버지가 아까운게아니라 미련한 인간이라 한심스럽다고. 그렇게 그만한것도 감을 잡지 못해 죽어버린 네 아버지한테 시집간 당신 누나가 안타까워 죽겠다는 표정이였다. 

그는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이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외삼촌을 말을 빌자면 머리가 드럽게 나쁘고 소위 말하는 감이라는 것을 몰라 사고를 당해 허망하게 가버린 아버지는 그야말로 죽어서도 용서를 구하기조차 힘든 죽일 놈이였다. 외삼촌의 넋두리는 매형을 향한 멸시같기도 하고 그런 매형한테 시집가 아들을 둘씩이나 낳은 누나에 대한 분노같기도 했다. 그는 꿉꿉한 마음으로 외삼촌의 넋두리가 끝나길 기다렸다. 그런 날이면 항시 오줌이 마려웠지만 웬지 그 자리를 뜰수 없어 그는 부푸는 오줌보를 참느라 주먹을 폈다 쥐였다 하며 외삼촌의 넋두리를 끝까지 들었다. 그 레파토리는 그가 아버지없는 집안에 기둥같은 존재였던 외삼촌을 결코 진심으로 좋아할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남편을 보내고 새파랗게 젊은 엄마는 곧 애들을 시엄마한테 떠넘기고재가를 할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아들 두형제를 키우며 혼자 버텨냈다. 

“독하기도 허지. 어린 것이.”

생전에 몸이 뒤로 젖혀져 팔자걸음을 걸었던 할머니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렇게 혀를 끌끌 차군 했다. 남편없이 혼자 사는 누나에게 외삼촌은 동생으로서의 의무를 온전하게 다했다. 이른바 감이 있는 사람인 외삼촌은 자기 집 밭농사를 하면서 그의 집 밭농사까지 거들었다. 밭갈이를 해주고 후치질을 해주고 땔나무를 해주고 말이 없는 엄마 대신 그들 형제를 훈계하고 가끔 으름장을 놓았다. 대신에 엄마는 외삼촌네 집 온갖 허드렛일을 다 도맡아 해주었다. 외삼촌네 아이들, 그러니까 그의 사촌들이 겨울에 입는 털실옷은 전부 솜씨좋은 엄마가 밤을 새가며 짠것이였고 사촌들이 들고다니며 먹는 과줄이나 골무떡은 그의 엄마가 뜨거운 가마목에 발바닥이 빨갛게 데여가면서 만든것이였다. 어린시절의 그는 뽀얗게 분을 바르고 여유롭게 마실다닐줄 아는 외숙모와 집채같은 삶의 무게를 혼자 떠메고 묵묵히 일만 하는 엄마를 대조해보군 했다. 어떤 엄마가 더 좋은 엄마라는 판단은 할수 없었지만 엄마를 바라보면 늘 가슴이 아릿했다. 어린 그는 엄마가 어쩐지 벼랑 끝에 서서 간신히 버티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렇게 버티나. 언제까지 버티나. 버티다가 버티다가 종당에 버텨내지 못하는건 아닌가. 만약에 버텨내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나와 동생은 어떻게 되나 걱정했다. 그는 그렇게 아릿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버텨내면 끝내는 버텨지는건가. 엄마는 끝내 버텨냈다. 그 버티는 시간동안, 힘이 들었을법도 한데 엄마는 한번도 눈물을 보이지도 않고 소리내여 웃지도 않으면서 온전하게 버텼다. 마치 소리라도 크게 내면 간신히 지탱하고있는 모든 것이 깨지고 버티지 못할가봐 조심스러웠던걸가. 엄마는 그저 조용하게 시간의 흐름을 견뎌냈다. 고요하게 죽은 듯이 모든 것을 버텨냈다. 

“일 잘하고 튼튼한 남자를 만나 재가하오. 아이고 사람도 미련하지. 하나도 아니고 아들 둘을 데리고 어떻게 혼자 버티려고 그러오? 애들 데리고 갈만한 자리를 알아봐줄가? 사람이 적당히 버티다가 못이기는척 기댈줄도 알고 그렇게 살아야지. 어떻게 이다지도 미련스럽소? “

외숙모는 그렇게 끌끌 혀를 차며 엄마한테 재가를 권했지만 엄마는 그때마다 그냥 고개를 숙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는 돌렸던 눈을 다시 돌려 로모를 바라본다. 로모의 눈은 어떤것도 담겨져있지 않다. 모든 것을 비워낸듯 깨긋하다. 뇌경색으로 쓰러졌다가 깨여난 뒤, 로모의 눈은 텅 비여있다. 어떤것도 담아보지 못한 눈같기도 하고 모든 것을 담았다가 비로소 깨긋이 비워낸 사람의 눈같기도 하다. 사람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어떤 욕망도 찾아볼수 없는, 어떤것도 담아본적 없는 눈빛이 될수 있을가. 버텨내기만 했던 그 시간들이 엄마는 지금 억울하지도 않은건가. 뜨끈한 물에서 헤염치다 마침내 다리를 뻗은 개구리처럼 이제 삶에 어떤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엄마는 온 힘을 다해 소리라도 한번 질러보고싶지도 않은걸가. 그는 로모와 눈이 마주치지만 어떤 말도 건네지 않는다. 그는 다정하지 못하다. 로모한테 더러 웃어보일때도 있지만 그것 역시도 웃음이라고 하기도 힘들 정도로 희미한 것이다. 

그는 종래로 늙고 병든 엄마한테 잘 주무셨습니까 하는 인사같은걸 건네본적이 없다. 타고난 성정인가. 아니면 성장과정의 영향인가. 그는 어른임에도 소위 인간관계라는것에 서툴러서 사춘기소년처럼 아무한테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쉽게 마음을 열지도 못한다. 지금도 그렇고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건 로모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이야 말을 잃었다지만 말을 잃기전에도 로모는 표현에 서투른 사람이였다. 누가 뭐라 하면 조용히 웃고 낮고 불확실한 목소리로 확신없는 자기 의사를 표달하군 했다. 그는 가끔 엄마가 자신의 삶에 어떠한 확신도 없는 사람이여서 저다지 목소리도 자신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였다. 자기가 낳은 자식한테도 늘 서름서름한 사람이였다. 남들은 착하다고 하지만 그는 엄마의 옆얼굴이 단호해서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어린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는 늘 엄마한테 다가가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했었다. 끝없이 엄마 하고 달려가 안기고싶고, 어깨에 손을 얹어보고, 목을 그러안고 매달려보고싶은 욕망에 시달렸다. 끝없이 시달리며 그저 망설이기만 했었다. 그 끝없이 망설였던 아이, 그는그 아이를 생각하면 웬지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러나 같은 엄마였지만 그런 엄마를 대하는 동생의 태도는 달랐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그와 동생은 전혀 다른 조합이였다. 동생을 대하는 엄마의 태도는 그를 대할때보다는 많이 따듯했고 부드러웠지만 그렇다고 아주 화끈하고 뜨거운적은 그가 보기에 없었다. 그러나 동생은 종래로 그것을 서운해하거나 연연하는 아이가 아니였다. 나가 아닌 어떤 타인으로부터도 상처받지 않는 아이. 항상 랭정하고 현실적이여서 아이같지 않았던 아이. 동생이지만 함부로 대할수 없었던 아이. 삶과 자신사이에 그물 하나 쳐놓고 사는 아이. 동생은 그런 아이였다. 그도 가끔은 온전하게 사랑받지 못할바에야 차라리 동생처럼 저렇게 온전히 차가울수 있는게 낫겟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는 못나게도 치런치런한 마음을 쉽게 잘라내지 못하는 성격이였다. 늘 엄마한테 서운한 마음과 사랑받고싶은 욕망과 엄마가 가엾다는 아픈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있었다. 그 이룰수 없는 욕망과 아픔을 간직한채 그는 텅 빈 마음으로 커갔다. 그는 자주 가슴이 시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까마득한 어린시절의 감정이였다. 어른이 되고 많은 일을 겪으면서 모든 것은 희미해져갔고 지금은 어떤것도 서운하지도 속상하지도 않다. 

지금 그는 모든 것에 무덤덤하다. 삶의 자잘한 감정들에 일일이 반응할만큼 그의 정신은 올올이 깨여있지 않다. 그는 그것이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텅 빈 눈으로 서로를 응시하다가 로모와 그는 고개를 돌려 서로를 외면한다. 

2

그가 ㄷ자형으로 파인 장판널에 손을 넣어 걷어낸다. 장판널 세장을 거두자 동굴같은 부엌이 드러난다. 그는 그 동굴같은 부엌 바닥에 놓인 뒤축을 꺽어버린 낡은 운동화에 발을 겨낭하고 성큼 뛰여든다. 그는 다리만 부엌에 잠긴 상태로 솥가마뚜껑을 열어본다. 물이 반쯤 차있다. 그는 동굴같은 부엌에 쭈그리고 앉는다. 포대에서 마른 잣껍질을 두손가득 집어내여 아궁이에 넣고 그 우에 마른 장작을 어긋나게 놓는다. 그의 오른손켠에는 마른장작이 가득 차있고 왼켠에는 젖은 참나무장작이 쌓여있다. 장작앞에는 반으로 접어 펼쳐놓은 두 개의 포대가 있다. 잣껍질과 봇나무껍질이 들어있는 포대다. 그는 봇나무껍질을 집어내어 손바닥만큼 찢는다. 득 성냥을 그어댄다. 기름을 머금은 봇나무껍질에 확 불이 당기자 그는 그것을 잣껍질에 갖다댄다. 잣껍질이 빨갛게 불을 머금고 마침내 다 타버릴때쯤, 장작에 불이 붙는다. 모든 것은 수순이 있다.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한다. 불이 붙고 가마에 물이 끓어오르고 옴푹한 평가마가 달궈질때쯤이면 그는 젖은 장작으로 불길을 눌러놓고 부엌에서 튀여나온다. 뜨끈한 물과 찬물을 섞어 적당한 온도로 대야에 반쯤 물을 채운다. 거기에 수건을 적셔 로모한테 갖다놓는다. 로모는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고 마비된 왼쪽팔을 끄당기며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나 앉는다. 덜덜 떠는 손으로 간신히 수건을 집어들어 얼굴을 닦는다. 그동안 그는 아침을 준비한다. 쌀을 씻어 밥솥에 앉히고 뚝배기에 된장을 풀어 평가마에 얹어놓는다. 뚝배기가 끓어오르는 사이, 그 안에 들어갈 감자를 깍는다. 가스가 있지만 구태여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평가마에 놓을 냄비를 물로 헹궈놓고 그는 랭장고를 연다. 며칠에 한번씩 이 산을 도급맡은 동국이가 부리워놓는 보따리덕에 랭장고안은 허전하지 않다. 그는 랭장고에서 닭알을 꺼낸다. 로모가 후둘거리며 일어나 벽을 짚고 선다. 부들부들 떨며 한걸음씩 옮겨딛는다. 로모는 불편한 재래식화장실을 안간힘을 쓰면서라도 꼭 당신 스스로 간다. 처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가 부축해서 화장실까지 가자 로모는 부들부들 떨며 화장실에 들어가 시늉으로 그한테 문을 닫으라고 했다. 문이라고 해봤자 널판자로 막은거지만 로모는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듯 했다. 자식한테 마지막 한겹만은 보여주고싶지 않은 그것은 어쩌면 죽어가는 개구리가 우로 솟아오르듯, 마지막 발악같은 것이 아니였을가. 그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는 일부러 로모가 저렇게 화장실로 갈때면 외면한다. 딱히 이유를 말할순 없지만 웬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그가 밥을 다 차려놓고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로모는 덜덜 떨며 한쪽으로 자꾸만 기우는 몸을 위태롭게 옮기며 들어왔다. 로모한테 숟가락을 쥐여주자 로모가 부들부들 떨며 찌개국물을 뜬다. 로모가 입가에 숟가락을 가져가고 마침내 로모의 오래되여 허물어지기 직전의 동굴같은 입속으로 숟가락이 삼켜질때쯤 찌개는 반이상 쏟아져있다. 그는 묵묵히 밥을 먹는다. 개구리를 집어들고 손가락으로 불그스름하고 안에 든 알로 안해 축 처진 개구리배를 가른다. 수많은 개구리가 세상에 나올수도 있었을 암놈이다. 그는 단단한 검은색의 개구리알을 집어내 혀로 핥고 북 다리를 뜯어 로모의 밥공기에 얹어주고 자신의 입안에도 집어넣는다. 맛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묵묵히 입안에 이것저것 쓸어넣으며 오늘 할 일을 생각한다. 오늘처럼 산에 가지 않는 날도 쉴틈은 없다. 잣을 보관하는 창고도 새로 지어야 하고 잣탈곡하고 남은 껍질도 한곳에 모아 말려서 불에 때던지 해야 한다. 세탁기도 돌려야 하고 집도 대충 치워야 하고 할 일은 쌓여있다. 

그는 불을 지피는 순간처럼 일의 순서를 정한다. 로모는 그가 집어준 개구리는 외면하고 계란볶음을 숟가락으로 간신히 뜬다. 우물거리며 넘긴다. 찌개에서 피여오르는 허연 김, 읍읍, 하고 들리는 벙어리의 모지름처럼 들리는 로모의 입안에서 음식이 으깨여지는 소리, 그의 단단한 이가 텁텁한 입을 가시려 허연 여자의 속살같은 배추김치대를 마침내 아작 하고 부서뜨리는 소리, 그것이 전부이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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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蛤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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