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들은 생산직에 필요한 인력은 아웃소싱이라는 소개업체를 통해서 쓰고 있었다. 고용과 해고가 편리하고 어떤 일이 발생할 경우에 아웃소싱에 떠넘기면 되니까 회사로서는 골치 아픈 일을 피하는 것이다. 덕분에 요즘은 한국 어느 도시를 가나 번화가 거리마다 넘쳐나는게 아웃소싱 사무실이다. 더욱이 산업공단근처라면 거의 밀집되여 있다싶이 아웃소싱이 자리 잡고 있다. 회사에 사람을 소개하고 거기에서 인센티브를 받아 챙겨 돈을 버는것이다. 일을 구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넘쳐나고, 사람이 필요한 곳 또한 넘쳐난다. 아웃소싱이 사람 소개하고 쉽게 돈을 번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뛰여들어서 자고나면 생겨나는게 아웃소싱이다. 하지만 이 바닥은 쉽게 돈벌수 있는만큼 만만치도 않다. 맨바닥에 물구나무 설 담력과 배짱 없이는 뛰여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사람을 다루는것만큼 힘든 일도 있을가. 

그런 바닥에서 십년이상을 버텼다면 영훈대리는 이제 사람을 다루는데는 고수인 것이다.

그는 사람을 다룰줄도, 고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영훈대리보다 딱 하나 더 가진게 있다.

절박함.

생것의 날것같은 비린내와 섬뜩함이 점철되여있는 절박함이란 낱말을 그는 과연 알가. 

영훈대리의 각진 코날이 어제밤 숙면을 말해주기라도 하듯 기름이 돈다.

“대리님, 아시다싶이 저는 사정이.”

그는 마른 입술을 벌리고 입을 열었다. 갈라진 자신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지는걸 그는 메아리처럼 귀로 듣는다. 

그래, 일단 타협해보자. 

“그러니까요. 정철산씨. 안타깝죠. 참, 너무 안타까워 미치겠습니다. 허허. 정철산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셨고, 참, 누님은 좀 어떠십니까? 대출도 갚으셔야 되고, 참. 누구보다 남같지 않으셔서 더 안타깝습니다.”

영훈대리는 정말로 안타깝다는다는 듯, 자신이 그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어떻게나 전달되여야 한다는 결연함을 내비치기라도 하는듯 엄지와 식지로 턱을 매만지며 옅은 한숨까지 쉰다.

“이런 일이 없어야 근로자분들이나 우리 아웃소싱이나 다리 쭉 뻗고 자고, 일한 보람도 나고 돈 벌어 처자식 먹여살리고 그럴텐데 말이죠.”

“대리님은 제 사정 잘 아시고, 저도 너무 감사합니다. 어떻게 퇴직금 말고 급여부분이라도 안될가요? 기다릴수 있으면 기다리겠는데 제가 사정이 너무 급하다보니 어떻게 해주실수 없을가 해서.”

그가 두손바닥을 비빈다. 

드디여 그는 카드를 꺼내놓은것이다.

영훈대리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거기에 대처할 극본정도는 짜놓았다는 듯 느긋한 미소를 띠우고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 웃음은 너무 억지스럽다.

“알죠. 알죠. 정철산씨 뿐아니고 모든 근로자분들 마음 다 이해합니다. 저도 피해자가 아닙니까? 막말로 근로자분들은 본인 한분만의 급여지만 저희는 사정이 다릅니다. 델코리아 소속 아웃소싱중에 저희가 가장 인원수 많은건 잘 아시죠? 저희쪽에서 델코리아에 파견된 근로자가 저그만치 이백명가까이 됩니다. 이백명. 이백명이면 급여가 얼만가요? 저희가 아예 버는게 없는건 그렇다쳐도 어떻게 근로자들 급여라도 받아서 드려야잖아요. 어떻게 번 돈인거 잘 아니까요. 그런데 저희도 그 회사에서 돈을 받어야 근로자들 급여를 주던가 할거 아닌가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그렇지 않습니까? 거기서 돈을 못받은건데 어떻게 급여를 줍니까? 받은게 있어야 줄게 아닙니까? 막말로 돈이 있어야 주죠? 이건 주고 싶어도 줄수 없는 문제입니다.”

영훈대리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저 사각의 뿔테안경. 속을 알수 없는 눈빛. 그는 자신이 오늘 이 게임의 완전한 승자라고 생각하고 있을 터이다. 아웃소싱업계에서 뼈가 굵어온 영훈대리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사람의 마음도 귀신같이 꿰뚫어본다. 다독거릴줄도 알고 적당하게 눌러놓을줄도 안다. 

그는 모든 것을 자신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오늘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절박한 사람이란 어떤것인지를. 궁지에 몰린 쥐는 돌아서서 고양이를 물기도 한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저번에 통지했다 싶이 래일 델코리아 사내식당에서 저희 탑아웃소싱 소속분들만 모아놓고 집회가 있을겁니다. 지금 저희도 허망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회사 꼬박꼬박 업체에 납품하고 생산 잘하고 있으니 저희야 회사 잘 돌아가는줄 알고, 거기 계신 분들 일 잘하고 있으니까 안심했고, 그저 그런거죠. 저희야 사람만 파견했지 회사 내부사정이야 모른다는거 잘 아시지 않습니까? 혹시라도 저희랑 회사가 한통속이네 뭐네 하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있을가봐 말하는겁니다. 물론 그렇게는 생각을 안하겠지만 사람이 많다보면 별의별 사람이 다 있는거니깐요. 그리고 이건 집회때 말하려고 했던건데. 정철산씨. 래일 집회때 근로자들 한분한분씩 싸인을 받을겁니다. 근로자들 단체 소송으로 해가지고 이제 회사가 하는걸 봐서 집단으로 소송을 거는 절차까지 생각중인거죠. 로무관련 변호사분도 섭외를 해놓은 상태예요. 거기 소속된 아웃소싱중에서 이렇게 할수 있는데가 저희밖에 없습니다. 저희 아웃소싱 소속 근로자분들은 행운으로 생각하셔야 돼요. 저희가 어떤 상황도 다 고려해서 이렇게까지 하고 있으니 저희 쪽 근로자분들은 안심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정철산씨도 아시지 않습니까. 탑코리아 큰 회사예요. 생산을 중단한 상태이지 망한건 아니라는거 아시지 않습니까? 언제든 다시 생산라인을 가동할수도 있고, 회사지도층에서도 지금 회의중이라니 기다려봐야 압니다. 만약에 다시 가동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철산씨는 돈을 벌어야 되는 분이잖아요. 저희는 어디까지나 회사쪽에 서지 않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소속된 근로자들은 저희 집식구인데 내가 내 식구를 감싸고 보호를 해야지 엉? 안그렇습니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건 정말 간단한 문제입니다. 자. 그러니까. 결론을 말한다면, 다시 생산라인이 가동되여 회사가 돌아간다면, 정철산씨는 예전대로 돌아가서 일을 하고 돈을 받아가면 되는거고, 만에 하나라도 회사가 이 상태로 망해버린다. 그러면 저희가 변호사를 섭외해서 소송을 걸어서 돈을 받아서 근로자들 급여를 지급해 드릴겁니다. 물론 소송이라는게 백프로 이긴다는 보장은 없죠. 근로자분들 급여 또한 백프로 받아서 지급해드린다는 보장도 못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십프로가 될수도 있겠죠.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안됐지만 이게 세상입니다. 살다가 이렇게 재수없는 일에 걸려들면 경우를 막론하고 본인도 어느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게 세상이치죠. 한마디로 우리를 비롯한 아웃소싱들 하고 근로자분들 모두 이번에 재수없이 당한거예요. 지금 우리는 현 시점에서 이걸 해결할 가장 좋은 방안을 생각해야 합니다. 근로자분들이 아무리 떠들어봐도 자, 현실적으로 생각해봅시다. 정철산씨. 저희 아웃소싱 소속 근로자분 95프로 이상이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의 법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가요? 그리고 안다고 해도 개인이 발로 뛰면서 해결하기에는 시간이나 비용 문제가 걸려있어요. 외국인이라서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절대로. 한국사람들도 못해요. 그래서 다들 몇백만원짜리 민사소송은 머리아프게 소송하는니 차라리 포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만큼 법과 관련된 일이라는게 애매한 부분도 많습니다. 힘든거구요. 이번 사건, 만약 소송으로 간다면, 물론 이길 확률이 큽니다. 우리가 백프로 유리하니까요. 이기지 못할거라면 물론 저희가 소송을 준비하지도 않겠죠. 그리고 이젠 다들 느긋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 해결하던 이젠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외에도 이제 집회때 얘기하겠지만 변호사 섭외비용도 일인당 얼마씩 부담을 해야 할거구요. 저희가 나선다지만 변호사비용까지 부담할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번 일 같은 경우, 어쩔수 없는 일입니다. 누구도 이런 일이 있으리라는걸 생각하지 못했구요. 그렇지 않습니까? 살다보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한치 앞도 모르는게 세상일 아닙니까? 뉴스 보세요. 멀쩡한 사람도 길 가다가 교통사고 나서 황천길 가고, 사람 사는거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이것도 그냥 어쩔수 없는겁니다. 회사가 이리 될줄 저희도 꿈속에서조차 생각 못한 일이죠. 그러니, 장철산씨 기다리시면 됩니다. 돌아가서 안심하고 기다리시면 돼요.”

영훈대리는 교묘하게 자신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면서도 참으로 설득력있게 그럴듯하게 장황설을 늘여놓고 있었다. 과히 영훈대리의 말마따나 이치에도 맞고 구구절절 틀린게 하나 없는 말들이였다. 그가 평온한 마음이였다면 이쯤에서 네. 알겟습니다. 그럼 믿겠습니다. 하면서 일어서서 들어온 저 문을 열고 나갔을수도 있을것이였다. 하지만 그는 그럴수 없었다. 영훈대리가 아무리 두손을 앞쪽으로 뻗어 마치 그의 마음속의 감정들을 눌러주어 그한테 평온을 되찾아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꾹꾹 누르는 시늉을 한다고 해도 그의 마음속 어떤것도 결코 눌러줄수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 잘 알고 있다. 

빈속에 커피만 한잔 마셨더니 속이 쓰리고 허기지다. 

온몸이 노곤해난다. 

                                                                               글쓴이 하몽.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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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蛤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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