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작은 누나가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황씨 아저씨가 큰누나를 들쳐업고 마을 위생소로 달려갔다. 그는 멍해서 그 자리에 얼이 빠져 굳어있었다.

전혀 뜻밖이였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다.

그는 누나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범벅이 된 깨여진 엿사발의 사기조각들을, 구들에 늘어붙은 엿들을, 구들과 널장판과 바닥에 뚝뚝 떨어진 검붉은 액체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있다가 홀린 듯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갔다. 검붉은 피는 하얀 눈우에 뚝뚝 황씨 아저씨가 누나를 업고 뛴 자리를 따라 징표처럼 떨어져 있었다.

그는 그 붉은 피자국을 따라 달렸다. 울음이 터져나와 숫제 그는 달리면서 자신의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을위생소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복희 어떻다오?"

"몰라. 머리가 깨졌다는 같은데."

"아니, 머리는 왜?"

"글세. 모르겠소. 아마 갸 남동생 있잖소. 이름 머더라. 철산이 맞다. 갸가 머 어떻게 지 누나를 쥐여 박았다는지. 엿이 어쩌구 하던데. 어구. 나도 잘 모르겠소."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아줌마들 저 너머로 울상을 한 엄마가 보였다. 작은 누나의 깡총하게 묶은 머리가 보이고 큰누나는 피범벅이 된 머리외엔 볼수가 없었다. 그는 더 다가가서 위생소안으로 들어가고 싶었으나 웬지 두려워 들어갈수가 없었다. 

큰누나는 머리를 열여섯바늘이나 꼬매고 친친 붕대로 머리를 허옇게 감싸고 그 우에 붉은 털수건으로 온통 감싼채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겁에 질려 외양간에 숨어 누나가 집에 돌아오는걸 지켜봤다. 큰누나는 과도한 출혈로 인해 그 겨울내내 집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는 그 일로 인해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한번 크게 혼이 나긴 했지만 예상밖으로 그걸로 끝이였다. 그가 누나에게 그처럼 큰 상처를 입혔음에도 엄마와 아버지는 애가 더 놀랬겠다는 말로, 그만하면 됐다는 말로, 누나에게도 잘못이 있었다는 말로 이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누나는 오래동안 누워있다가 일어나긴 했지만 웬지 그뒤로 우울해 있었다. 두통을 호소했고, 정통편을 두알씩 꺼내 먹었다. 이듬해 여름, 누나는 햇볕아래에 서면 머리가 어지럽다고 이마를 찌푸리고 다녔다. 사람들은 누나가 좋은 남자한테 시집가긴 힘들거라고 했다.

그리고 몇 년후, 갓 스물이 된 누나는 아래동네에 있는 과부집 외동아들한테 시집을 갔다. 말을 더듬고, 어린 그가 보기에도 남보다 많이 부족해보이는 그 남자한테 시집가는 이유를 세 살 아래인 작은 누나가 물었을때, 누나는 한마디로 간략해버렸다. 

"조용하게 살고 싶어서 그래. 우리집은, 너무 복잡해. 머리 아퍼."

시집을 가서 처음 얼마동안, 누나는 잘 살고 있는 듯 했다. 작은 누나는 여자애들은 공부를 해봤자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아버지의 사상에 따라 향소재지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고 돌아와 농사일을 거들었다. 그는 중학교를 나오고 현성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 기숙사에 있으면서 학교를 다니다가 2학년이 되자 중퇴했다. 기력이 떨어진 아버지와 엄마가 수전도 없는 곳에서 콩깨나 팔아서 학비를 대준다는게 너무 버거운 일이라는걸 그는 그때쯤 아는 나이가 되였고, 공부에도 딱히 재미가 없어서였다. 

아버지가 갑작스런 위출혈로 돌아가고 작은 누나도 시집을 가고 뼈가 굵어진 그는 들판에 자유롭게 내놓여진 말처럼 살았다. 소위 말하는 의리의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먹고 싸움을 하고, 그 무렵 농사는 너무 지겨워 밭은 남한테 양도하고 개구리잡이나 잣따기나 림장의 나무심고, 나무아지 따는 일 따위를 하고, 목재를 하는 부업들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술을 먹고 주머니에 돈을 넣고 다니며 친구들과 놀고 먹는데 쓰고 얼마간씩 떼내서 엄마한테 주기도 했다. 가끔씩 큰누나와 작은 누나네 집에 들르기도 했다. 큰누나네 집에 들러보면 몸이 약하고 일머리 없는 매형 대신 누나가 기둥이 되어 갖은 고생을 하고있었다. 누나는 딸을 낳았다. 계집애는 약했고 어디가 아픈건지 빽빽 울었다. 구두쇠로 소문난 시엄마를 모시고 농사일을 해가며 묵묵히 자신의 몫의 삶을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살고 있었다. 

누나는 시엄마를 모신다고 늘 동네에서 3.8절이면 모범며느리로 당선되였고, 동네사람들은 누나를 무던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누나는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늘 어두웠고 마치 무언가를 견디는듯한 표정이였다.

"누나 아직 정통편을 먹고있소?"

누나네 집에 갔다가 서랍에서 정통편을 꺼내 비닐안에 든 그것을 자신의 지겨운 삶처럼 헐겁게 쭉 찢어 물과 함께 삼키는 누나를 보고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었다.

"응. 머리가 아파서."

누나는 조용히 대답하더니 뒤돌아서 그를 보며 웃었다.

"그냥. 먹는거야. 너 때문 아니야."

그때, 누나가 그한테 화라도 냈더라면, 아니 뭐라고 욕이라고 해주었더라면 그는 차라리 조금이라도 맘이 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나는 그렇게 울음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웃음을 그에게 던져주었다.

그의 가슴에 컥. 오래된 천으로 구겨 만든 걸레가 막히는 것 같은 순간이였다.

그때부터였다.

그는 누나의 일이라면 절대 외면할수 없고, 거부할수 없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돌이킬수 없는 죄를 지은 자. 용서조차 헐거운 자. 야금야금 자신의 죄로 인해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숨죽이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 그런 자는 자신이 지은 죄에서 영원히 자유로울수 없는것이였다.

누나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안해와 모순이 생기면서까지 그는 누나의 치료비를 내놓았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위안을 받은 것은 누나가 아니라 그였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누나를 향한 죄스러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이 상황이 감사했다. 

그는 가끔 자신이 숙제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많고 버거워 숨이 콱 막혀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느라면 언젠가는 다 해나가지 않을가. 숙제를 끝내는 날이 오면, 정말로 한번 가슴을 열고 크게 소리 한번 질러보리라. 

그런데, 그렇게 한발한발 숙제를 완성하듯 살아가는 그의 발목을 잡고 종아리를 할퀴여 앞으로 나아갈수 없게 만드는 일이라니.

3

"물론 그렇겠지요. 그렇지만,"

그는 잠간, 말을 멈췄다.

영훈대리는 네가 어떤 말을 해도 나는 다 계산된터라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카톡.

카톡이 울린다. 그는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로동부에 일단 기소를 해야 된대요. 벌써 로동부에 가서 기소를 한 사람들이 많다는데요.

참. 이럴때일수록 단체행동을 해야지 왜 개별행동을 하고 그런대요?

로동부에 가서 기소하는게 첫순서인건 알지만, 로동부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거라고 하던데요. 임금을 밀린 회사, 사장. 널렸는데 로동부에 기소한다고 다 해결되는줄 알아요? 일단 아웃소싱하고 잘 협상해서 회사하고 타협을 해야지.

내가 알아본건 우리는 아웃소싱소속이니까 회사하고는 말해도 아무 소용없대요. 

아웃소싱 영훈대리가 말했잖아요. 자기네만 믿으라고.

믿기는. 그 놈을 믿을거면 차라리 보이스피싱을 믿고 있지.

그럼, 뭐 다른 방법이 있어요?"

카톡 단체채팅방은 련이어 카톡 카톡 까까톡 까톡 하고 소란을 떤다.

그는 핸드폰의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꿔놓는다.

"허허. 지금 근로자들이 단체로 뭘 토론하나본데."

영훈대리가 모든게 짐작대로라는 듯 허허 웃는다. 웃음이 지나간 뒤에 남은 것은 그의 쳐들린 입꼬리에 묻어있는 가소로움이다.

"정철산씨 딱한 사정 생각하면 정말 내 주머니 돈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나도 부자도 아니고, 참 이거, 그래서 제가 그전에도 사장님 몰래 가불도 해드린겁니다. 하도 사정이 딱해서. 이래뵈도 제가 인정 많은 놈인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냥 힘들겠지만 좀 기다리세요. 이렇게 찾아오면 저도 난감하고 서로 그렇지 않습니까. 많이 피곤해보이는데. 혹시 제대로 잠도 못잔거 아닙니까?

영훈대리는 아기를 재우듯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고 있다.

"네. 사실은 어제 야간일당을 하고."

그는 갑자기 목이 꺽 멘다.

이 와중에 고작 이삼일의 여유도 갖지 못하고 야간에 밤을 새여가며 일당벌이를 하는 자신이 갑자기 비참해진다. 그는 침을 삼킨다. 

"제가 알기로는 회사에서는 매달 5일이면 급여를 아웃소싱에 지불하는걸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아웃소싱에서는 그로부터 열흘 지나 15일에 우리 급여를 지불하고, 그렇다면 5일날,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때였죠. 그때는, 저번달 한달 월급은 그때 이미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하. 이 사람."

영훈대리가 그를 바라본다.

"누가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합니까? 회사에서 5일날 준 월급을 우리가 뭣하러 열흘씩이나 묵혔다가 직원들한테 줍니까? 말두 안되는 소리를. 그리고요. 참 나. 급여는 회사에서 들어오는 급여를 확인 즉시 직원들하테 지불해 왔습니다. 근데, 참 정철산씨. 제가 이런 말은 안하려고 했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아웃소싱과 회사간에 협의 사항이지 정철산씨같은 아웃소싱 소속 근로자가 관여할 일은 아닙니다. 여태 봐줬는데 참."

"그리고 우리 계약서에 아웃소싱과 우리 사이 근로계약이 되어 있는거 아닙니까? 거기에 회사에서 급여를 받아야 우리한테 지불한다는 내용은 없던데요."

그는 안주머니에서 반을 접은 근로계약서를 꺼내 책상우에 올려놓는다.

"하하."

영훈대리가 자리를 고쳐 앉는다.

"정철산씨. 참 맹랑한 구석이 있으시네. 지금 백방으로 근로자들한테 하나라도 이득이 가게 하려고 애쓰고 있고, 거기서 맨 앞순위로 정철산씨를 고려하고있는중인데. 이렇게 나오시면 이거 참 나로서는 유감스럽습니다."

영훈대리의 얼굴색이 변한다. 

하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 이 며칠간, 그가 얼마나 많은 인터넷검색을 하고 얼마나 많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문을 두드렸는지를. 어떠한 랭정함도 절박함을 이기지는 못한다. 영훈대리가 눈감고 아웅 하는 식으로 랭정하게 그들을 외면하고저 한다면 그는 벼랑 끝에 서서 오도 가도 못하는 절박한 사람만이 가질수 있는 단단함으로 맞서고 있다. 퇴로가 없다는건 그만큼 날이 서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거 가지고 어데 가봐야 마찬가지예요. 참. 아웃소싱 이 바닥. 나 이 바닥에서 십년을 구은 사람이예요. 어리숙한척만 하더니 이사람 이거 어디서 협박질이야. 그거 가지고 어디든 가서 호소를 해보세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나."

영훈대리는 어이없다는 듯 서류철을 뒤적이며 고개를 젓는다.

4

신이 있다면 한번쯤 물어보고 싶다. 왜 유독 누나에게만은 그토록 가혹한것인가를. 조카아이는 몸이 약해 사흘건너로 병원에 다녔다. 지나치게 목숨이 질긴게 아닌가 싶은 시어머니는 치매에 풍까지 맞아 악착스럽게 자리보존을 하다가 구순을 넘기고 돌아갔고, 그 세월이 지나는동안, 누나는 주름이 가고 피부가 거칠어지고 때이르게 등이 굽었다. 매형은 늘 그렇듯 농사일마저도 거의 누나한테 의지를 하다싶이 했다. 농사외에 누나는 찰옥수수를 삶아서 팔기도 하고, 도매시장에 가서 채소를 떼여다가 몇푼씩 얹어 팔기도 했지만 견고한 언덕처럼 커다란 가난을 이기지는 못했다. 

그가 어쩌다가 누나네 집에 놀러가면 누나는 늘 무릎나온 츄리닝바지를 입고 기름기라고는 없이 푸석한 머리카락을 쓸며 고단한 일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는 그때마다 주머니를 번져 누나앞에 내밀었고, 누나는 너도 힘들텐데 하면서 웃군 했다.

누나가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했을 때, 그는 숨이 컥 막혔다.

그날, 그 겨울에 그들 삼남매가 앉아 놀던 초라한 고향집이 눈앞에 나타났고, 부서진 사기쪼각들과 바닥에 늘어붙은 엿들과, 그리고 차마 외면하고 싶은 누나의 이마에서 흐르던 검붉은 피가 온통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누나가 원래 혈압도 높았대. 워낙에 말이 없는 분이여서 몰랐지만 혈압이 높아서 혈압약을 먹은지가 한참 됐대. 그러니까 사람이 왜 그렇게 미련해. 검사도 받고 치료도 하고, 혈압 높은 사람이 겨울동안 닫아놨던 감자굴에 들어가서 감자도 혼자 꺼내왔다니까 말 다했지뭐. 사다리 타고 내려가서 감자를 끌어내오는거 혼자 하는게 너무 안됐어서 옆집 아줌마가 좀 거들어줬다고 그러더라구. 계집애는 집에서 드라마 보고 있고, 그러니까 왜 그리 미련하게. 참. 자기 몸 아낄줄 모르고 머리가 어지럽다면서도 또 막바로 시장으로 갔다잖아요." 

안해가 수화기 저켠에서 길게 누나의 발병이유를 말했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모든게 자기탓인것만 같았다. 의학적으로 어떤 련관성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는 뇌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누나의 머리에서 흐르던 검붉은 피를 떠올렸고, 지금 쓰러져서 혼수상태에 있다는 누나가 자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그때문이야. 그때 머리를 상하면서 분명 뇌 어떤 부분이 손상을 받았고 그걸로 인해 지금 이렇게 된거야. 어떠한 근거도 없었지만 그는 스스로 그렇게 단정짓고 있었다. 

치료비, 돈.

그때 그는 이런걸 운운하다는 것 자체가 쓰러진 누나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 당시에 왜 한번도 현성에 있는 큰병원에 가서 혹시 모를 후유증을 대비해 뇌검사조차 해주지 않은 아버지와 엄마를 원망했다. 내가 낳은 딸한테 왜 그다지도 랭혹한것이였을가. 머리가 깨진게 누나가 아니라 그였다해도 그렇게 무심할수 있었을가. 내가 지금 헤여나올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 허둥대듯이 아버지 역시 어깨가 가볍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건 이해를 할수도 용서가 되지도 않는 일이였다. 그리고 이건 그가 감당하고 안아야 할 몫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까짓 돈, 벌면 되지.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결국 모든 것은 돈이라는 그 하찮은 물건 하나로 귀결된다는걸 느꼈다. 누나는 혼수상태에서 깨여났고 죽음은 면했지만 계속해서 입원을 해야 하고 링게르를 맞아야 하고 약을 먹어야 했다. 이미 보낸 돈으로 수술비는 해결했다고 하지만 깊이를 가늠할수 없는 우물처럼 끝날줄 모르는 누나의 병원생활은 커다랗게 입을 벌린 괴물이 되여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약값과, 침대비와 진찰비와 하다못해 누워있는 누나에게는 기저귀까지 필요했고 그것은 다시 돈으로 환산되여야 했다. 그는 잠을 자면서도, 차를 타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다달이 보내야 하는 돈을 생각했다. 

"당신 맘대로 해요. 나만 나쁜 사람 되는 같아서 나도 말 안할래요. 어차피 말린다고 들을 당신도 아니잖아요."

그제는 안해도 지쳤는지 그러고는 입을 다물어버렸다.

매형은 마치 사장한테 결제를 청구하는 비서처럼 성실하게 그에게 모든 비용을 청구했고, 그는 사력을 다해 그것을 마련해야 했다. 가끔, 그는 자신이 숲 한가운데 누워있는 시체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을 체념한 시체, 날짐승과 들짐승이 모여들어 제멋대로 뜯어먹기를 기다리는 시체. 다 뜯어먹고나면 무엇이 더 남을것인가. 물어도 뜯기지 않는 뼈만 허옇게 남을 것이다. 그 뼈가 더 이상 씹혀지지 않을때쯤, 날짐승과 들짐승들은 무엇을 먹고 살아갈것인가.

그는 끊임없이 살을 보태는 시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뜯어도 먹을게 남아있는 시체가 되어 그가 일용한 양식을 제공하길 기다리는 모든 들짐승과 날짐승들의 배를 불려줘야 할 것이다.

그것은, 그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글쓴이 하몽.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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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몽(蛤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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