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전 이런 글귀를 읽었다.

“나는 마치 아늑한 벽난로 옆에 앉아있다가 일어선 듯 했고, 내 인생의 담요가 곧이어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었다.”(원문:I felt as if I stood up from a comfortable fireplace and the blanket of my life  just fell to the ground.)

글속의 “나”는 어떤 계기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보장된 현재의 삶의 방향을 비틀 마음의 갈등을 하던 중 어느 순간 그 결정을 내리고 ‘벽난로’ 옆에서 일어난다. 

영어의 comfort zone이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근래에는 중국어로도 직역인 舒适区라는 단어로 많이 사용된다. 한국어 표현이 뭔가 하여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 보니 “(일을) 적당히 함, 요령을 피움”으로 해석이 되어 있다. 

저 구절에서 나오는 “벽난로”가,  이 comfort zone에 대한 시각화(visualization)의 한 형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4년 전에 나름 내 인생의 “벽난로”인 직장을 떠났으나, 인생은 모든게 상대적이며, 벽난로는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다. 그게 꼭 직장이나 어떤 틀일 필요도 없다. 조금만 요령이 생기면 스스로 만든 마음의 온실안에 ‘손을 모으고 눕’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다면 눕는게 잘못된 건가? 벽난로옆에서 꼭 일어서야 하는가? 

때마침 요즘 중국의 젊은 층에서 화제인 躺平(반듯하게 누움)이라는 단어도 comfort zon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타성에 젖었다. 이렇게 좋은 세월에 뭔들 못하겠나’라는 맥락의 말은 어른들이 심심찮게 한번씩 하는 말이다.  그러면 우리(스스로 젊은 층이라고 생각합니다)는 왜 ‘게으른’가?

노동은 원래 인간의 특권이라고 한다.

학교 다닐때 정치시간에 배웠다고 하는데, 맑스가 그랬다고 한다.     “노동은 인간의 본질적 특징이며 인간의 제1수요.  그러나 자본주의 조건하에서 노동자는 노동이 자신과는 대립된 위치에 있는 고역이라고 생각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소외된 노동(劳动的异化)’이다. 이러한 노동의 행위 속에서 노동자는 스스로를 긍정하는 것이 아닌 부정하게 되며 행복이 아닌 불행을 느끼며 노동에서 도망가고 싶어하게 되며 급기야는 인간의 동물적 기능인 의식주 및 거기에 추가해봤자 단장하는 행위를 할 때에야 자유롭다고 느끼게 되며 인간적 기능인 노동의 행위에서는 스스로를 동물적이라고만 느끼게 된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고 하며   “게으른 자여 네가 어느 때까지 눕겠느냐 … …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눕자 하면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라는 잠언의 구절도 있는 걸로 보아 다양한 의식의 형태에서 모두, 노동은 미덕으로 여겨지는것 같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이 노동은 자본주의 조건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반듯하게 눕’는 행위로 돌아와서, 이것이 단지 게으름의 문제, 즉 ‘타성에 젖은 것’이라고만 일갈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일어나서 열심히 뛰면서 열정맨이 되어봤자 뒤처질게 분명하니 차라리 드러누운것이라고 보는게 더 맞지 않은가. 자꾸 무언가에 ‘미쳐라’고 하는 주류사회에 대한 반항일수도 있고, 수동적 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다. 

결국 시대는 계속 변하고,  젊은 세대는 이 시대의 본문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삼십년 전에는 열심히 살지 않으면 기본 생계를 걱정해야 했지만, 지금은 ‘하얗게 불태우다’가는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열정맨으로 사는 것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처한 형편에 따라 누군가에겐 필수 요소이고, 누군가에겐 옵션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안일한 ‘벽난로’나 ‘무언가에 미치는 것’ 또한 다양한 모습일 수 있지 않은가. 가치관과 성향, 그리고 추구하는 바에 따라 그 형태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젊은이들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좀 누워도 괜찮다. 인간은 언제건 자기에게 좋은건 자기가 가장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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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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