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한 소소한 담론


  드디여 ‘항복’을 받아냈다.아니,포기 혹은 체념이란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세번째 맞선도 퇴짜 놓고 들어오는 나한테 모친께서 끝내 두손두발 다 든것이다.이 말인 즉 이제는 더이상 도살장에 끌려나온 소마냥 그릇에 코 박고 밥만 먹다가 예의상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무슨 일 하세요?”,”취미가 뭐예요?”따위의 질문들을 주고 받다가 그것마저도 다 떨어지면 뻘쭘하게 앉아있다가 “그럼 위챗으로 연락합시다.”라는 완곡한 거절의 의사를 남기고 집에 돌아오는 짓거리를 안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그나마 이건 양호한 편이다.기본정보를 어느정도 알고 나간 자리는 이런 의무적인 대화를 나눌 핑계거리도 없다.도대체 이토록 의미없고 비생산적인 짓거리를 왜 하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우리 엄마의 결혼독촉은 내가 28살 되던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처음엔 그냥 남자친구 있냐고 슬쩍슬쩍 물어보시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 내 남편감이 될 자리를 알아보고 맞선자리를 주선하고, 사진만 본것까지 합치면 한손으로는 다 셀수도 없다.모르긴 몰라도 내 사진은  아마 얼굴도 모르는 수십명의 남자와 그 부모들한테 보여졌을것이다.물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결혼 못해서 환장한줄 알것이다.엄마는 아무데라도 나를 치워버리겠다는 의지가 굳건하시다.하지만 내가 그 자리에 응한것은 결혼이나 연애에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엄마랑 싸우는데 지쳤기 때문이다.나가서 “까이고”들어오는게 차라리 힘을 안 빼는 길이란걸 깨달아버렸다.그러니 애초부터 그 자리는 성사될수 없는 자리였다.얘기를 들어보면 남자쪽도 도살장에 끌려온 소이긴 마찬가지였다.그런데 며칠전에 뉴스를 보면서 그래도 우리 엄마는 오래 참았구나 싶었다.상해에서 명문대학을 갓 졸업한 25살짜리 딸을 둔 아버지가 딸이 남자친구가 없어서 걱정이라며 본인도 ‘맞선시장’에 딸의 이력서를 내야 하나 고민하는 내용이 전파를 탄것이다. ‘맞선시장’은 맞선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방법이다.부모님들이 자식들의 신상정보를 기업에 이력서 넣듯이 특정장소에 붙여놓으면 서로 조건이 마음에 드는 부모들끼리 자식들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자식들의 맞선을 주선한다.여기에서 자식들의 의견은 당연히 아무 의미가 없다.옛날 어른들을 비하할 의도는 없다.전체 인류력사를 통털어 사람들이 자유연애로 결혼을 할수 있게 된건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그전까지 사람들은 계급,가문,신분과 당시의 사회제도에 따라 자신의 짝을 찾았다.시대상황과 관습에 따른 어쩔수 없는 선택이였다.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내가 이런 종류의 만남이나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적인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우선,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자면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호르몬의 환각효과에 불과하다는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였다.남녀가 처음으로 상대를 이성으로 느끼게 될때에는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분비된다.그리고 서로,사랑에 빠질때 각성호르몬인 페닐에틸아민과 도파민이 분비되는데 이 두 물질은 흥분과 긴장을 유발하며 쾌감이 활성화되고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쳐 이성을 마비시킨다.콩깍지가 씌는 시기이다.이 물질은 마약의 주성분과도 동일하다.대뇌검사에서 사랑에 빠진 사람과 마약을 하는 사람의 대뇌활성화구역이 같게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호르몬의 각성효과는 18~30개월밖에 지속되지 못한다.그래서 점점 상대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고 처음 사랑을 시작할때의 설레던 감정도 없어지고 무덤덤해지는것이다.대부분의 연인들이 이 시기에 헤여진다.중국에서 결혼후 3년내에 이혼하는 커플이 가장 많은것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다.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처음과 같은 각성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 더 큰 자극을 탐닉하기도 한다.바람둥이나 결혼후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2016년 기준 중국에서 이혼한 부부는 380만쌍이나 된다.그중 배우자의 외도를 이혼사유라고 밝힌 사람들이 50.16%로 가장 많았다.몰래 내연관계를 맺고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다.그 사람들은 특별히 질 나쁜 사람들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본능에 충실했을뿐이다.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능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학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제기되여왔다.다만 보수적인 사회분위기나 윤리적인 측면때문에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못할뿐이다.인류학자들은 미래 혼인제도의 대안중의 하나로 ‘오픈 애인관계’(Open Relationship)를 예측하기도 했다.부부가 법적인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서로 합의하에 자유롭게 다른 사람과 성관계를 맺을수 있는 형태의 관계를 말한다.오해는 없길 바란다.내가 이런 형태의 관계를 지향한다는 뜻은 아니다.찬반논란과 무관하게 미국과 같은 서방국가나 류학생들사이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현상이다.또 출산중이나 모유수유중에도 분비되는 옥시토신과 같은 호르몬은 남녀사이의 포옹,섹스,등 스킨십을 유도하고 친밀감과 뉴대감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때문에 학계에서는 모성과 사랑을 동일시하기도 한다.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에서 작가는 상대를 애 다루듯 하면 부부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관계가 오래 유지되는 커플은 ‘옥시토신 모드’로 살고있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결국 결혼과 출산도 호르몬의 명령에 충실히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얘기다.이는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인간은 유전자 보존을 위해 맹목적으로 유전자의 명령을 따르도록 프로그램된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이론과도 맞닿아있다.즉 인간은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유전자보존을 위해 생존과 번식을 반복하는 종족일뿐이라는 뜻이다.다만 문화,도덕,사회적규범과 같은 제어기제들로 본능을 억누르고 있을뿐.때문에 본능에 충실하고 늘 새로운것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한테는 상대방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결혼생활이 결코 권장할 제도가 못된다.그리고 유전자 보존은 우월한 유전자를 보유한 천재라는 종족들한테나 해당되는 말이지 나처럼 평범한 유전자의 소유자들한테는 별로 의미가 없다.2017년 한해 중국의 이혼건수는 437.4만쌍으로 결혼건수1063.1만의 42%를 차지했다.북경과 같은 일선도시의 리혼률은 39%까지 치솟았다.위에서 나열한 생물학적 근거외에 전문가들은 쉬운 이혼절차를 높은 이혼률의 이유중 하나로 꼽았다.중국에서는 신분증과 90원의 수속비만 혼인등기처에 던져주면 누구나 쉽게 이혼을 할수 있다. (급기야 높은 이혼률을 못마땅하게 여기던 정부가 올해부터 이혼냉정기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비록 온오프라인에서 혼인자유를 억압한다는 불만과 비판이 폭주했지만 말이다.)이에 반해 북미,유럽 등 선진국들에서는 이혼할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미국은 이혼할때 위자료,절반의 재산분할과 안해의 부양비,자녀의 양육비 등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중국도  혼인법에 재산분할,양육비에 관한 사항이 있지만 현실물가를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인 액수로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그리고 많은 부분이 법률조항이 아닌 판사의 재량으로 이뤄진다.)이를 피하고자 ‘혼전계약서’제도까지 도입됐다.이는 부부쌍방이 결혼후 서로 이행해야 될 의무,귀책사유,누리는 권리,이혼시 재산분할방안 등을 명시한 계약서로 부부가 서로 합의하여 서면으로 작성한후 결혼등기전에 공증을 하면 법적효력이 생긴다.때문에 결혼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이혼을 결정할때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그래서 오히려 결혼보다는 만남과 헤여짐이 자유롭고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수 있는 동거를 선호한다.국내에서도 동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보다 많이 너그러워졌다.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아직 미국처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럼,우선 결혼절차부터 살펴보면 맞선이라는 제도는 일종의 거래에 불과하다.부모님 직업부터 시작해서 외모,키,나이,직업,연봉,학벌 등 여러가지를 비교분석하는 조건맞추기 게임이다. 그렇다고 첫 만남에 “월급은 어느 정도 돼요?”같은 질문을 하면 바로 속물취급을 당한다. 심지어 “딩크 가능한가요?”라고 질문하면 괴물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무지 피곤하다.그리고 보통 첫 만남에선 아무 느낌이 없을 확률이 더 높다.그 사람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자주 만남을 가지면서 시간을 투자해야 도파민이 수치도 올라가고 그 사람의 인품도 알수 있고 정도 들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그런데 평소엔 출근에 야근에 찌들어 살고 주말엔 퍼질러 자기 바쁜 비루한 청춘들한텐 이런 만남이 성가시고 귀찮기만 하다.거기다 양쪽이 같은 도시에 살고있지 않다면 한쪽이 운전을 해서 가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될텐데 상대방이 살고있는 도시의 지리를 몰라서 길 찾느라 진빠지고 뻐스에 택시에 갈아타는건 열정 넘치는 스무살때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 애정지상주의를 부르짖는것이 아니다.오래동안 지켜보고 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경제적 조건이 뒷바침돼야  결혼을 할수 있다.얼마전 뉴스에서 북경4환근처의 집값이 1m2에 10만원선을 돌파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그러면 부부 두사람의 월수입이 2만원이라고 가정했을때 4환근처에서 50평짜리 아파트 한채를 사는데 안 먹고 안 쓰고 20년이 걸린다.물론 그사이 집값이 안 오른다는 전제하에.때문에 대도시에서는 집을 사려고 가짜이혼을 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그래서 요즘 젋은 사람들중에는 이런저런 비용 아끼려고 동거부터 시작하는 커플들도 많고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고향에 집을 사뒀다가  퇴직하고 고향에 돌아와서 사는 사람들도 있다.하지만 현지에 집을 사지 않으면 호적을 올릴때나 아이를 학교에 보낼때 많은 제약이  따른다.중국의 현행제도상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거주구역을 벗어난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킬수 없으므로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부모들은 수백만원을 들여 자식들을  좋은 학군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허름한 단칸방을 구입하기도 한다.그것도 없어서 못산다.중국의 봉건적인 남아선호사상의 영향으로 2017년말기준 중국인구통계조사자료를 보면 남자는 71137만명으로 여자67871만명보다 3266만명보다 많다.따라서 짝짓기 게임에서 이기려면 ‘비싼값’을 치뤄야 한다.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이로서 ‘집=남자가 해오는것’이란 관행이 공식으로 자리잡았다.최소한 계약금은 남자쪽에서 해와야 한다.그 외에 능력에 따라 차,예식비용,신혼여행 등도 대부분 남자측에서 부담하고 여자측에서는 여유가 있으면 인테리어비용과 예식비용만 반씩 부담하면 된다.때문에 아직 어린 사회초년생 커플들은 결혼할때 어느 한쪽 집안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부모님 등골을 빼서 겉치레한 경우가 많다.내 주위에도 아들 집값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외국에서 몇십년째 힘들게 일하는 부모님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다. 아들이 둘이면 기둥뿌리 몇개는 뽑고도 남는다.옛날엔 아들 낳고 춤췄지만 지금은 한숨짓는 이유다. 아직도 신문이나 잡지 등에 나오는 혼인광고를 보면 남자 나이가 30대중반이 안되는 사람인데도 여자한테 ‘집안살림 잘하고’라는 요구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가끔 있다.본인 뜻인지 부모님 뜻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직도 여자에 대한 인식이 여자는 ‘집 치우고 밥하는 사람’이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것이다.우리사회가 아직도 여자한테 남편 내조 잘하고 애들 잘 키우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강요하고있는것이다.집안 일할 사람이 필요한거면 가사도우미를 들이면 된다.가방끈이 4년제대학으로 쫑인 나한테는 딱히 해당사항이 없지만 내가 평소에 귀에 거슬렸던 말 중의 하나가 “여자가 학벌이 높아서 어디다 쓰게?”라는 말이였다. 왜 같은 경우인데 남자한테는 높은 학벌이 유리한 조건이 되고 여자의 학벌은 쓸데없는것일까?아,여자의 학벌이 좋게 쓰여지는 경우가 하나 있긴 하다.미혼인 학벌높은 여자들한테는 ‘눈이 너무 높아서 아직 안갔구만?’하는 시선이 돌아온다.그나마 감사하다.하지만 대개는 하자 있는 물건 취급을 한다. 

  언젠가 공무원채용시험에 서류 넣으러 갔다가 우연히 옆사람의 서류를 보게 되였다.최종학력은 연변대학 박사 졸업.그녀는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석사과정을 마치고 10년이 돼서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고 했다.그녀는 남편도 시댁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해 애 키우면서 공부하느라 무척 힘들었다고 처음보는 나한테 하소연했다.가정을 위해서 자기 꿈을 포기한것이다.그 결과 아이가 소학교에 들어가는 때인 그녀 나이 35살에 겨우 사회생활을 시작할수 있었다.아무리 학벌이 높아도 그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날수 없었던것이다.만약 공부하는 사람이 그 여자가 아니라 남편이였다면 어땠을까?집안살림은 여자가 해야 되는것이라고 누가,무슨 근거로 규정한거지?‘그럼 남자가 왜 집을 해와야 되는데?’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을수 있겠다.그럼 여자가 결혼비용을 반 부담할수 있는 경제능력을 갖출때까지 남자쪽에서 기다려줘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남자와 여자의 나이에 이중적인 자대를 들이민다.남자와 여자가 대학까지 마치고 사회에 나오는 나이는24~25살 정도로 엇비슷하다.그런데 여자가 스물다섯을 넘기면 성녀라는 라벨이 붙는다. ‘성스러운 여자’가 아니라 ‘남은 여자’다.여자 나이를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비유하는 몰상식한 인간들도 많다.서른이 넘어가면 이력서도 잘 통과가 안된다.맞선’시장’에서 ‘예선’도 통과하기 어렵다.통과했다 해도 ‘제 값’을 못 받는다.서른다섯을 넘어가면 아예 ‘도매급’으로 내려간다.결혼 못해 환장한 사람도 아니고 ‘팔려갈’ 생각도 없는데 강제로 가판대에 진렬되여 값이 매겨지는 기분이 참 더럽다.초혼자리도 힘들다.“애나 낳겠냐?”라는 말이 100프로 들려온다.여자가 애 낳는 기계인가?옛날에야 결혼의 목적이 대를 잇는것이였지만 21세기에도 여자들한테 봉건적인 관습과 도덕기준을 들이미는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반대로 남자가 나이를 먹으면 “남자는 머리에 든게 있어야지.” “남자가 사업하다 보면 늦어질수 있지.”하는 분위기다.왜 똑같은 조건인데 남자한테만 이렇게 관대할까?지금은 라혼시대(집과 차,결혼식,신혼여행,결혼반지 없이 두 남녀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증서를 발급 받아 결혼생활을 시작하는것)이고 미니멀라이프(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한다)가 유행이니까 허레허식 다 집어치우고 호텔들과 부동산업자들 좋은 일 안시키고 소박하게 사는것도 바람직한 생활방식이다.그런데 정말 결혼만 하면 ‘임무완성’인건가?.그 다음엔 아이문제가 또 기다리고 있다.아직도 우리 부모님 세대는 여자가 결혼을 하면 애를 낳는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신다.애를 안 낳으면 외부에선 둘중에 누구 하나는 건강상에 문제가 있는거라고 단정짓고 측은한 눈으로 보거나 지금은 일부러 안 낳는 사람들도 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넨다.결혼도 출산도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것이다.언젠가 언니가 명절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인생에서 제일 좋은 때를 애 둘 키우는데 다 쓰고 좋은 시절 다 보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것을 들은적이 있다. 똑같이 맞벌이를 해도 애 키우고 집안살림하는건 아직도 여자들 몫이다.애들 때문에 아침3시 반에 일어나고 저녁에 야근때문에 10시에 퇴근해서 자식이 잠자리에 든 12시를 넘어서야(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연변은 중학생은 밤 8시 정도, 고중은 10시 정도에 하교한다고 한다.)자신도 눈을 붙이는 삶을 살 자신이 나는 없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겁다.내 주위의 결혼 안 한 싱글들은 혼자 사는게 세상편하다고 들 한다.그래도 언니는 나중에 자식들이 다 재산이라며 든든하다고 했지만 아직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살 집을 걱정하는 언니를 보면서 과연 그럴가 싶다.무엇을 회수가치로 정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자식농사야 말로 제일 수익성이 불확실한 투자처다.가장 단순하게 돈으로 계산해도 자식농사는 회수가 안되는 비용일뿐이다.령수증처리도 안된다.거기다 류학까지 갈라치면 아파트 한채 갖고는 어림도 없다.오죽하면 재태크수업에서 교수님이 제일 재태크를 잘 하는 방법은 애를 안 낳는것이라고 했을까?나만 해도 대학 입학부터 쓴 비용을 갚을거라며 큰소리 쳤지만 지금까지도 못갚고 있다.내가 대학생활을 하던 시기의 물가가 그리 높은편이 아니었는데도 말이다.그리고 평생 뒤바라지만 하시다가 자식이 잘되는것도 못보고 돌아가시는 부모님들도 계시다.그리고 부모님들은 듣기 싫어하는 말일테지만 오는데 순서 있어도 가는데는 순서없다.요즘에는 졸혼(일본에서 유래,부부가 이혼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인생을 사는것)도 유행하는 세월에 백년해로는 언감생심이다.가끔 고독사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내 장례식은 누가 치러주나 싶어서 덜컥 겁이 나기도 한다.출퇴근 길에 아파트의 한쪽 귀퉁이에서 한 두명씩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있는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들을 볼때마다 짠한 마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정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시설에 들어가면 된다.요즘은 시설이 좋은데도 많다.그외에도 뉴스에서 종종 보도되는 성격차이,가치관차이,습관차이,고부갈등 등등 각종 이혼사유와 결혼식장까지 잡아놓고 깨진 커플,결혼한지 3년만에 돌싱이 된 동창들,배우자가 바람펴서 이혼하겠다는 친척들을 보면서 결혼에 대한 나의 태도는 점점 더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한가지 분명한건 결혼해서 애 낳고 키우고 집안살림하고 남편 뒤바라지하는 삶은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거다. 나는 내 꿈이 있다.누군가의 안해,누군가의 엄마보다는 나 자신의 꿈을 위해 사는 삶을 살고싶다.그리고 아직 제대로 시작도 못해봤다.사람은 누구나 각자 자기 가치관과 신념대로 산다.명절에 모이거나 길가다가 만나는 지인들의 걱정스런 시선과 슬쩍슬쩍 던지는 안부도 고맙지만 사양이다.다른 사람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하거나 자기의 기준대로 살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앞에서든 뒤에서든.그 삶의 방식이 당신 인생에 피해준게 없는 이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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