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손님이 오게 되면 그녀의 아들은 밥상에서 손님과 세상만사가 돌아가는 중요한(?)이야기를 하고 나는 한창 크고 있는 애들 밥 먹이랴 밥상을 챙기랴 하며 다망하게 보내군 했다.
그녀의 아들은 그것을 하나도 불편하지 않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고 나는 이 자질구레한 일로 항상 얼굴을 붉힐가 하는 생각으로 참고 인내를 하다보니 그 인내 역시 습관으로 되면서 내 안에 쌓이는 불만을 정당하게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하게 되였다.웬지 큰일도 아닌 자질구레한 일 같아 보이고 그러면서도 내 마음속 한구석을 못내 불편하게 긁어놓는 그런 일,어떻게 해결을 볼가 생각하는 사이에도 불만은 생각보다 많이 쌓여 가기 시작했다는것을 인식하게 된것은 약간 의외의 경험때문이였다.그날도그녀의 아들은 또 집에 온 손님과 세계 모든 나라와 모든 민족을 구할듯한 거창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고 그것을 보다못한 나는 입에서 쓴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여보,나만 애들 엄마야?당신 애들 아빠잖아…엉덩이 무겁게 앉아만 있지 말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저 애들 당신이 쫌 어떻게 해봐!”그녀의 아들은 표정에 그늘이 지며(다른 사람앞에서 이렇게 얘기를 했으니 자존심이 상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나 지금 손님과 얘기를 하고 있잖아”하고 대충 넘어가려고 했다.
말할 때와 장소를 가릴줄 모르는 미성숙한 안해와 또 능구렁이 담장 넘어가듯 은근슬쩍 위기를 모면할려는 역시 미성숙한 그와 달리 고맙게도 지혜로운 손님이 우리들 사이에 감도는 팽팽한 분위기를 너그럽게 웃어넘겨주며 내 마음에 쏙 드는 멘트를 날려줬다!
“내가 요즘 들은 말중에 근사한 말 하나가Happy wife, happy life라네(안해가 행복하면 삶이 행복해진다)!안해 말을 들으면 자네도 행복해질거야!”
나는 그 손님의 말에 처음에는 게면쩍게 그러다가 나중에는 오버하다싶이 활짝 웃으며(손님한테도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내가 부주의로 내뱉은 말의 파장을 되돌려보고싶었다)살갑게 다가앉으며 우리 집 거실벽에 그 말을 써붙이고 싶다고 하면서 손뼉을 치다 싶이 찬사를 보냈다.그녀의 아들은 씩 웃으며 나를 툭 쳤다.자존심이 상해하면서 시무룩해질줄 알았는데 그냥 가볍게 잘 넘어가는 그녀의 아들의 명랑한 마음가짐에 안심이 되면서 그가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男人以事业为重)남자는 사업을 중심을 해야 한다”는 모토가 이제 와서는“해피 와이프,해피 라이프”로 바뀌여졌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며 내심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하지만 그녀의 아들은 가끔 본인이 나한테 엄청 길들여지고 있다고 볼 부은 소리를 했다.
하지만 정말로재밌는것은 사실 나도 그녀의 아들 못지 않게 그를 맞추어 주면서 길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것이다.그런데 비교적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그녀의 아들은자신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를 조리 정연하게 조목조목 대면서 나한테 주장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이 나한테 길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그가 항상 나를 위한 표준답안을 암송하고 있다는것이였다.그는 그 답을 말해야만 가정의 평화를 지킬수 있다면서 우는 시늉을 했다.
내가 쇼핑을 하면서“여보,이걸 살가 말가”하면서 고민스러워 하면 무조건“다 사!”라고 해야만 자신의 집안에서의 평안이 보장이 되고 만일 내가 거울 앞에서“여보,오늘 내 화장 어때?”, “이 옷 스타일은 어때?” “요즘 피부 트러불 장난이 아니야!”등 과 같은 외모에 관한 의견을 물어보면표준답안은 한결같이“당신은 어찌 하나 다 예뻐.”라고 말해야만 후폭풍을 면할수 있다는것이다.
아내를 향한 바람직한 정신각오가 돋보여서 나는 그것이 표준답안이 맞다고 높은 평가를 해주었다.하지만 이것들은 어느 드라마나 대사나 위쳇에 떠돌아다니는 얄팍한 글에서 배워온것이고 그의 삶에서 직접 경험총화를 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혼이 없는 멘트는 깃털처럼 가벼워서 일상의 무게를 견딜수가 없으니진정으로 아내의 마음에 들어오는 말들은 더욱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칭찬과 인정이라고 조언을 해주면서 이런 기술은 그의 사업현장에서도 아주 유리하기때문에 가정에서 많이 훈련하는것이 그한테도 도움이 될것이라는 말을 곁들였다.
그리고 진정한 칭찬은 그냥“예뻐”, “잘했어”, “좋아”이러한 평가가 아니고 그 사람의 삶의 상태를 관심 어린 눈으로주의 깊게 보고 그 사람의 존재자체를 인정해주며 그가 대면한 상황과 모순 갈등을 이해해주고 함께 해주는“실존적인 칭찬”이야 말로 최고급의 칭찬이라고 말했다.
그녀의 아들은 약간 교활하게 눈동자를 빛내면서“꽤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그리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감사하지만 내용이 많아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일단 앞으로 잘 못해도 많은 양해를 부탁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칭찬의 연습을 하는척 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제고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일단 이런 나의 관점에 대해 철벽을 치지 않고 이해할려고 애쓰는 모습은 참으로 사랑스러워서 앞으로“아주 작은 반복의 힘”(잔소리?)을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강조를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깊이 다짐을 했다.
사실 그녀의 아들은 내가 문제를 약간만 돌려서 내면 잘 풀지 못하고 왜지밭으로 가기도 한다.
무척이나 이쁘장한 외모를 가진데다 성격도 좋고 이모저모 다 우수한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는데 나는 항상 그 언니가 너무 부럽고 샘이 났다.그래서 하루는 남편한테 약간 인정을 받고 싶고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에 넌짓이 말을 던졌다. “저 언니처럼 이쁜 여자는 같은 여자로서 함께 있으면 항상 너무 샘이 난다 말이야.”
“그래?당신은 모든 여성친구들과 진정한 우정을 맺을수 있는 천성적인 우세가 있으니 좋은거네 뭐…”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나한테 위로를 해주는 것이였다.
뭐“내 눈엔 그래도 당신이 제일 예뻐”라든가“당신의 숨은 매력이 얼마나 많은데…”이런것은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그래도 저“천성적인 우세”는 너무 하지 않는가!나는 나를 놀려 줄려고 하는 말인지 해서 눈에 힘을 주고 그의 얼굴 표정을 찬찬히 들여봤다.그런데 그 표정은 너무나 해맑았다.그녀의 아들은 정말로 보는 눈도 없고 그야말로 응용문제 풀이는 꽝인셈이다.
나는 나의 외적 아름다움을 훨씬 능가하는 내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한 확신때문에 어리석게“당신 그럼 내가 못생겼다는거야 뭐야?”이렇게 걸고 들지 않았다.결혼10년차가 되면 지혜로워진다.
그녀의 아들은 조리정연하게 조목조목 나한테 본인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를 어필했지만 나는 조목조목 이야기하는 대뇌구조가 아닌 직감과 느낌이 발달한 대뇌구조를 가지고 두리뭉실한 일상의 사건들을 가지고 접근을 했다.나의 이런 두리뭉실한 사건들은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논리적인 비약이 심한 감정 덩어리인 경우가 많다고 하면서 그녀의 아들은 항상 불만스러워했지만 내 브레인은 꼭 그런식으로만 작동을 한다.
“나는 당신이 집에 와서 의자에 엉덩이를 묵직히 붙이고 노트북을 보면서 자료들을 번지고 있으면 당신이 하는 수고를 생각하여 당신의 방 문을 닫아두고 아이들을 조용히 하라고 시키면서 간식을 챙겨주고 함께 놀아주고 샤워시키고 재워주고 집청소를 하면서 모든걸 묵묵히 감당을 했어.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점점 이 모든게 너무 당연하게 내 몫으로 되여지고 지금 이 순간 당신도 아이들도 이 모든것을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하잖아.이렇게 내가 집안에서 대부분의 몫을 감당하게 된게 내가 당신에게 길들여진건 아닐가?”볼부은 소리였다.
“그럼 당신이 나의 도움이 필요할때 그때그때 말하지 그랬어?미련하게 혼자서 다 감당하고 꾹꾹 참고 있다가 한번씩 이런 식으로 나한테 말하면 나도 참 당황스럽단 말이야…그리고 그렇다고 내가 집안에서 손가락 까닥하지 않은건 아니지 않나?”
… …
아,참!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집안일 싸움이다.내 신세를 한탄하며 제 감정에 못이겨 나올려던 나의 눈물이 그의 야멸찬 반박에 쏙 들어가며 약간의 실망스럽고 화나는 감정이 들었다.
그녀의 아들…
그녀… …
나는 그녀의 아들의 맑은 눈동자를 쳐다보면서 그녀를 생각하게 되였다.가사노동에 이렇게 서투르고 모든것을 그렇듯 당연하게 안해에게 시름없이 맡기는 철부지 아들을 키워놓은 그녀가 원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글부글 끓는 감정적인 마그마가 느껴졌다.하지만 이 감정에 휘둘려서 암사자처럼 포효를 한다거나(그런적이 몇번 있었는데 결과는 더 나빠졌고 수많은 자책감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던것 같다.)내가 평소에 꽤 잘하던 신세 한탄으로 눈물을 쏟으며 자아연민에 빠지는 모습을 남편한테 보여준다면(그것은 더욱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는 일이였다)그것은 이미 내 안에서 이 싸움에서 져지는것이다.
나는 내 안의 속생각을 용기내여 표현했다.
“여보,나는 가끔 본인들의 모든 삶을 우리 아버지들 중심으로 살아온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그림자가 나한테 보여지는것이 그 어떤 내 삶의 운명과 같은것으로 보여져서 그럴때마다 참 화가 나는 감정이 느껴져…특히 당신이 가사분담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나는 우리 어머니들의 그런 고생들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굉장히 불편해.그러한 부분들을 나는 당신과 나 사이에서 잘 풀어가고 싶은데,정말 잘 풀어가고 싶은데…당신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알아줄수 있겠어?”
나의 이 말을 듣고 그녀의 아들은 까불어대면서 대수롭지 않아하던 예전의 모습을 멈추고 드디어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
다른 집은 가정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가사분담은 항상 우리에겐 어려운 숙제였다.아니,그녀의 아들한테는 숙제로조차 느껴지지 않는데 나에게는 참 무거운 숙제라는 이런 상태자체가 숙제가 된 느낌이라고 할가…결혼초기에는 많은것들이 쉽게 잘 참아졌고 그리고 아이를 출산하고 난뒤에 약간의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가지고 방문을 소리나게 열었다 닫으며 서로 신경질을 부리며 싸우기도 했었다.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쏘파에 비스듬히 기대여 앉아 서로 놀려먹기도 하고 때론 정색으로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몇시간이고 끝없이 입방아를 찧기도 하는 지금은 정말로 진보가 많은것이다.그럼에도 가사분담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 나에게는 항상 있었다.나의 기대가 너무 높은것일가?
그가 나의 마음을 알아주려고 하고 노력하는 모습도 감동적일때 있지만 때론 뺀질거리며 집안의 번잡한 일에 빠져나갈 약은 꾀를 부리며 갖은 변명을 갖다댈때는 참으로 얄밉기가 그지 없다.
소소한 얄미움,소소한 번거로움을 감수하며 우리들은 같은 주제로 수없이 대화를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감정랑비를 많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럼에도 나를 대하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서 힘을 얻으며 우리가 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드디어 더욱 깊은 본질을 과감하게 대면할수 있게 되였다는것이 느껴졌다.
부부사이에서 남성적인 우월감을 가지고 나한테 접근해오는 그녀의 아들한테 주눅이 들지 않고 마음을 솔직하게 열고 진정 어린 대화를 시도하는 일은 나에게는 쉽지 않는 일이였다.또한 그녀의 아들도 본인의 무의식간에 흘러 나오는 그런 우월감에 억울해하기도 억울한척을 하기도 했다.주요한 경제수입을 책임진 아버지의 말이 절때적으로 무게가 있었던 가정에서 자란 그녀의 아들,힘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우월했던 아버지가 집에서 누리는 절때적인 지위를 너무나 잘 알고 이해했던 총명한 그녀의 아들,아버지가 떵~!하고 소리를 지르면 어머니가 인차 누그러들던 모습들을 경험한 내 엄마의 이 딸…이 모든게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내 가정에서 이루어진 부부사이의 역동중에 내가 경험하는 불편함은 놀랄만한 일들이 결코 아니였다.
그녀의 삶은 내 가정살림의 곳곳에 웅크리고 있고 그녀의 아들의 희로애락중에 아직도 함께 하고 있었고 내 엄마의 삶도 내안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숨을 쉬고 있어 그토록 잘 살아볼려고 애를 쓰는 내 단란한 가정의 어딘가에서 한이 맺힌 음악을 끊임없이 연주하고 있었다.
뜬금없이도 게도바지(털실바지)가 생각이 나는것은 또 웬일일가?
우리 엄마들이 젊은20대30대 시절에 약간 서투른 솜씨로 떠주신 추운 겨울날 절때 없어서는 안되는 따뜻하고 두터운 게도바지,무겁기도 하고 자주 씻을수도 없고 입으면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굵어져서 오늘날 친구들 사이에서 그 바지를 입었다면 서로 놀림거리가 되군 하는…그래도 고맙고부끄러운 그 시절 겨울날의 게도바지,그게 바로 나와 남편이 품고 있는 웃세대가 물려준 가정 문화와 같은것이였다.
그런 게도바지에 대한 고마움과 부끄러움을 안고 우리 부부는 오래동안 어쩌면 비슷한 패턴속에서 정성껏 대화를 계속 하면서 우리안에 있는 그“게도바지”를 풀어나갈것이다.
더 이상“그녀의 아들”이 아닌 나에게로 온 나의 남편…
남편과 나는 우리들의 과거에 묶여 원망하고 서로 하소연하기보다는 우리 미래를 만들어가야만 한다.지금 이 순간,바로 여기에서…내 남편이 된 이 사람과…
남편은 지금 이 순간 진지한 태도로 내가 하는 말들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가?지난날 수없이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또 믿어보기로 작정했다.또 한번 우리 부부사이를 위해 노력하려는 나의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나의 아주 여리디 여린 아픈 부분을 털어놓았다.우리 웃세대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였다.그리고 여성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유방암으로 병상에서 투병하시다 몇년전에 돌아가셨다.외동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한국으로 나가 일하시면서 뼈아픈 고생을 하셨고 정말로 더는 일할수 없을 정도로 허약해진 몸을 이끌고 중국에 돌아오셔서 대면한것은 빈약한 부부사이,거액의 의료비와 부실한 지방병원의 의료조건…그리고 사회에 갓 발을 들여놓은 아들과 한창 말재주를 부리는 손녀 딸을 두고 세상을 하직해야 된다는 암울한 현실이였다.
그리고 빈약한 부부관계는 그녀의 투병중에도 진행형이였다.그녀에 대한 서투르고 무심한 시아버지의 보살핌은 결코 낯설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혀가 차졌다.
나는 웃세대들의 이런 비극들을 생각하며 나 자신의 가정생활을 보면 공연히 자신감이 사라지며 걱정이 앞서군 한다고 남편한테 털어놓았다.지금은 젊은 기운에 힘이 솟아서 쫌만 참고 극복하며 살만하지만 언젠가 우리가 쇠약해져갈때 나는 아이들과 가정을 보살피며 몸으로 익힌 보살핌으로 남편을 보살펴줄수 있지만 어쩌면 나는 남편의 그 서투른 보살핌을 기대할수 없을수도 있다는 이런 느낌은 나를 참으로 서글프게 만든다고 했다.가사 분담이 유난히 나한테 무거웠던 원인은 나의 보살핌을 받고 싶은 마음과 이렇게 심층적으로 연결이 되여져있다는것을 스스로 발견하는 계기가 되였다.
남편은 별 걱정을 다한다고 하면서 꼭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줄것이라고 했다.나는 지금 이 순간의 남편의 그 마음을 백프로 믿지만 보살핌의 능력은 지금부터라도 가정속으로 더 깊이 들어와서 어린 아이들과 나 사이에서 많이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다.가정에 대한 책임감때문에 노력하는 이 모든것도 참으로 감사하지만 나와 아이들 그리고 남편 자신도 우리들의 가정관계안에서 서로 즐길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나의 얼굴을 안타깝게 만져주면서 내 마음속의 이런 불안감에 자신도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이러한 대화를 통해 내 깊은 걱정의 마음이 그에게 전달되고 그가 그런 부분을 이해를 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속에 믿음직한 산과 같은 남편의 사랑이 느껴졌다.현실은 변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에는 현실을 대면할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나는 시어머니와 나의 어머니의 병환을 겪으며 저 세상으로 보내는 동안 또 두 아이를 출산했고 내 삶의 참 어둡고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그러니까 두 어머니는 참 젊은 나이에 일찍 돌아가셨다.우리 부부 가족사의 어머니들의 이런 희생과 고난은 내 안의 가정주부의 피해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그래서 남편이 무의식중에 갖고 있는 남자의 우월감과 내 안에 여성으로서의 피해의식이 혼란스러운 전쟁을 벌인적도 있었고 그것이 격렬한 부부싸움으로 치달은적이 결코 없지 않지만 우리 둘 사이의 허심탄회하고 진실어린 대화는 그 혼란을 정리해주는데 참으로 도움이 되였다.
삶이 깊어간다는것이 어떤것인지…나는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푸근하게 품고 삶의 진실에 가닿는 깊은 대화를 할수 있는 결혼10년차의 우리 부부의 연륜을 참 사랑한다.
10년전 결혼식을 앞두고 있을때 주변에 수많은 궁금증이 있었다.많은 사람들은 나의 미래의 남편이 뭘하는 사람인지를 묻는것도 부족해서 그의 아버지 어머니가 뭘하는 사람인지도 물어보는것이였다.그러나 나한테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어떤 면이 끌렸는지 등 인간자체를 궁금해하면서 물어주는사람도 있었다.그렇게 나누었던 의미 깊었던 대화는 지금도 기억이 된다.나는 그때 내가 사랑하는 남자의 별하늘을 품고 있는것 같은 아름다운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그 안에 있는“선함”을 사랑한다고 대답했던것 같다.
“결혼하여 잘 살아라”는 말로만 하는 축복보다는 우리 안의 아름답고 선한것들을 발견할수 있도록 하는 지혜로운 대화의 힘이였다.그때나 지금이나 그안에 있는“선함”에 대한 믿음때문에 정말 여리고 아픈 내 속살을 그에게 아낌없이 보여주며 우리는 더욱더 깊은 대화를 통해 많은 부분을 이겨나갈수 있었던것 같다.
나는 우리 어머니들의“선함”도 본다.그리고 또 우리 아버지들의“선함”도 본다.그들의 사랑과 희로애락…나와 남편이 일상의 자질구레한 문제를 가지고 정성껏 대화를 하는 사이사이에는 그들의 사랑과 희로애락은 항상 함께 하고 있다.어머니들의 기꺼우신“자기희생”정신과 또 부득이“자기희생”을 당해야만 했던 그 외곡된“선함”들…그 분노가 아버지에게,내 남편에게 얼마나 쉽게 향하는지 나는 나의 평범한 일상중에서 항상 체감한다.내가 내 삶에서 이루어내야만 하는 숙제이다.분명 이것은 함께 하는 싸움인데 자칫하면 싸움의 상대가 내 가족이 될수 있게 하는 교묘한 마음속의 속삭임은 항상 있었다.그럴때마다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맑은 눈동자들을 쳐다보며 그 속의“선함”을 확인한다.그리고날카로운 질문을 부드럽게 물어가면서 두 사람의 평화와 평등을 함께 지키려고 애를 쓴다.
우리 가정의 모토가“남자는 사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에서“해피 와이프,해피 라이프”라는 모토로 된것이 사실은 아내인 나에게 힘을 실어준일이다.남편은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본인이 살아가는데는 불편할수도 있는 이 새로운 모토를 받아들였을것이다.가정속에서 부부사이의 힘겨루기는 팽팽하고 치열하고 때론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 이루어지는 양보는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잠간의 승리에 도취된 승자의 입장에서 보아서일가?내심 흐뭇한 마음이 생기는것은 무엇때문일가?
가정과 사회의 막강한 책임감에 조바심을 내며 달리는 남편은 내가 사실 그한테 더 잘하기를 더 높아지기를 기대할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안달을 내고 있었다.아내와 아이들이 원하는것을 마음껏 해주지 못하는다는 자책감에 허한 그의 마음은 부풀려 자랑도 하고 허세도 부리면서“당신이 원하는것은 뭐든지 해줄게”하는 배짱으로“뭐든 다 사”하는 표준답안을 고안해내며 나름 애를 쓰고 있었다.살림 본전을 다 아는데 그 허세는 어디에 쓸려고…하며 나는 속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남편의 책임감을 어찌하나 감당하려는 그 모습은 참 감사하고 든든하기도 했다.
사회의 톱바퀴에서 치열하게 생존하려고 애쓰는,또 그렇게 애써야만 된다고 학교에서 그리고 부모한테서 받은 교육들,또한 그렇게 애써야만 간신히 살아남는 이 팍팍한 현실들…그 톱날에 본인의 삶이 그토록 무정하게 갈리면서도 버티여야만 하는 남편한테는“실존적인 칭찬”을 보석처럼 품고있는 대화로의 초대가 참 필요했다.그래야만 치열한 사회에서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따스한 가슴을 잃지 않을수 있을것 같았다.
나는 진지하게 한번 남편한테 물은적이 있다.남편과 아빠라는 가정의 역할을 내려놓고 사회에서 부여받은 지위도 내려놓고 그 이름 석자로 불려지는 본인이 기뻐하는것은 무엇인지?
남편은 깊이 침묵했다.자신의 역할을 이토록 열심히 수행하느라 잃어버린 그 존재의 기쁨에 나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남편의 역할,아버지의 역할을 잘 못해도,또 내가 아내의 역할,어머니의 역할을 잘 못해도 우리는 얼마든지 서로서로 감당하고 양보하면서 잘 살수 있지 않는가고 물었다.남편은 그렇다고 했다.
역할 분담이 아니고 나에게는 그의 영혼을 만나고 싶은 갈망이 크다고 했다.
이토록 작은 대화들에 나는 거창한 의미들을 부여하면서 무진 애를 쓰고 있다.독백을 하는 삶이 아닌 대화를 하는 삶을 위해서…나와 내 남편이 서로를 향한 실망감에 마음을 닫고 한 집안에서 동상이몽으로 외롭게 살면서 누군가와의 옅고 옅은 관계속에서 독백을 쏟아내고 사랑과 인정을 구걸하는 그런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지금도 독백을 하면서 살아가시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많이 본다.자신만의 세상에 갖혀서 경험담이나 가르침을 전수하는 그 자리가 상대방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고 얼마나 많은 상대방의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가르침을 빙자한 말하고 싶은 욕구를 자기보다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한테 풀어가는“꼰대”짓이라고들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그중에 있는 외로움을 본다.부부사이에 이루어지기 참 어려운,평등하지 않고 인격적이지 않는 관계들이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관계에서도 사람들을 얼마나 서로를 고립시키는가!자신이 그런 고독중에서 시달리는줄을 알지도 못하면서 표면적인 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사랑과 인정을 향한 몸부림은 얼마나 처절한가!한동안은 나한테도 그런 삶이 있었던것 같다.그때는 우리 부부사이가 많이 삭막했었다.
삶들 사이에 부산하게 소음으로 작용하는 권위적인것들 계급적인것,소소한 우월감과 소소한 업수임…그것들이 사라지고 인간과 인간이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희로애락을 나누는 순간들이 더 많아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대화로 상한 감정이나 쌓인 오해들은 풀어지지만 삶의 실천에서 함께 협력하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는 일이다.웃세대의 가정안에서 제대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자란 우리한테 있어서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실천은 정말 시간과 공을 들이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꾸어 가야만 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웃세대가 우리에게 물려준“진실한 선함”과“외곡된 선함”을 함께 물려 받은 이 혼란스러운 짐과 기대들이 부부사이의 이런 대화를 통해 조금만 더 홀가분해질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그렇게 약간은 더욱 가벼운 발걸음이 되여 서로에게 실제적인 도움과 지지를 서로 주고 받으며 온건하게 함께 잘 걸어갈수 있다면,그래서 내 자녀들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더 큰“선함”을 물려받고 더 홀가분하게 관계들중에서 자유를 누리며 그 삶을 더 꽃 피워갈수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