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는 오래된 서울, 즉 고도(古都)이다. 전통의 도시이고, 고전의 도시이고, 오래된 지식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고서점이 많다. ‘중고’라는 의미의 ‘헌책’방이 아닌 진짜 수백년 된 옛날 책을 취급하는 의미로서의 ‘고서’점 자체가 수두룩하다. 

오래된 것, 옛 것이라서 좋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다만 ‘옛 것’ 지어는 ‘낡은 것’이라고 한 마디로 내던져지는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시대에 서로 다른 사람들의 머리에서 나온 여러 가지 내용물들이 뭉뚱그러져 있다. 결코 하나로 조화될 수 없는 그것들은, 우리가 ‘지금’ 혹은 ‘현시대’라 지칭하는 것들과 어우러져 다양한 지식의 루트를 제공하고 있다는 데는 부정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여러 가지 기운들을 지닌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교토에는 슈퍼마리오의 닌텐도(任天堂)와 같은 독특한 기업도 탄생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한다. 

곁길로 샌 얘기를 다시 돌리자면, 단순한 헌책방이 고서점이 아니고, 고서점이라 해서 또한 옛 책만 쌓아둔 데가 아니다. 서점마다 자신의 테마, 달리 말하면 전공을 가지고 있다. 사회과학 전문인 ‘양산백'(梁山泊), 일본 판화와 고전을 취급하는 ‘아카오 쇼분도'(赤尾照文堂), 교토대학과의 뉴대로 적은 인원으로 세계적인 전문서들을 출판하고 있는 ‘린센서점'(臨川書店), 그리고 글쓴이의 알바 경험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서점은 ‘동아시아’를 테마로 하고 있는 등이다. 

오늘은 작은 상점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개성있는 서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자전거를 타고 스치다가 눈에 들어온 이 가게의 키워드는 ‘고양이’이다. 

서점 이름 <사쿠라야>

식당과 상점들이 즐비한 중에 외관 면적은 8㎡ 미만의 작은 공간이나, 큼직한 유리창으로 안쪽에 늘어선 책들이 눈길을 잡은 것이다. 삶의 체취가 짙은 저잣거리에 책향을 풍기고 있는 저기는 어떤 곳일까. 잠깐 멈춰서 눈여겨 보니 ‘고양이책’이란 또다른 간판어가 시선을 끌어서 결국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가 보기로 마음 먹었다. 

주인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는 온화한 아우라를 뿜고 있는 60대로 짐작되는 할머니. “편하신 대로 읽어 보셔도 됩니다. 괜찮으시다면 테이블에 않으셔도 됩니다.” 목소리도 챙챙하다. 정연하게 진열되어 있는 책들은 주인장의 공들인 흔적들이 그대로 묻어있는 듯하다. 

간판에 쓰인 대로 시선이 닿는 곳마다 고양이다. 물론 살아있는 고양이가 아니라 책들과 악세사리와 장식품이다. 고양이에 관한 책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소설, 수필, 화보, 건축, 일기, 디자인, CD 등등… 고양이와 동거하기 위한 인테리어 팁과 같은 재미있는 책들도 있었다. 벽면을 꽉 채운 책장에는 어림짐작에도 6000권 정도는 되어 보인다. 

중복된 컨텐츠는 없다. 놀랍다. 한 우물을 파는 재미란 이런데 있을 것이다. 고양이 마니아들, 냥이 집사님들은 온종일 여기에 파묻혀 있어도 싫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그 마음을 간파라도 한듯, 사실 이 책방에서는 자그마한 살롱도 운영하고 있었다. 살롱이라지만 구조는 엄청 간단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책방 안에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서 함께 고양이에 관한 책들을 읽으면서 대화도 하는 것이다. 

고양이책 살롱 포스터

요즘 일본은 코로나가 심하여 살롱에는 별로 사람이 모이지 않지만, 책방 주인은 누구든 자유롭게 와서 자유롭게 책을 뽑아들고 또 않아서 읽을 수 있는 작은 아지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곳은 4주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른쪽 상단의 ‘4주년’ 문구

경쟁이 치열한 교토의 서점 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공’이 필요했다. 그것은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독립서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 존재하기도 한다. 프랑스의 파리에서 영어서적 전문으로 자리를 지키면서 제임스 조이스의 명작 <율리시스>(Ulysses, 尤利西斯)를 발굴, 출판했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 Co.)가 있는가 하면, 요즘 한창 중국에서 문화공간과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선봉서점(先锋书店, LIBRAIRIE AVANT-GARDE)도 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개성이 없고 스토리가 없는 서점은 그냥 책 소매상에 불과하다. 그게 요즘 현실이다. 실제 일반서점이나 대형서점들을 보면 거의 자격증시험, 초중고 문제집과 같은 실용서를 제외하면 문학상이 발표될 때마다 문학작품들이 조금 팔리곤 하는게 그나마 ‘비지니스’가 되는 정도이다. 

선봉서점 본점(남경)

서점도 전공이 없으면 시류에 떠밀려가는 때이다. AI 때문에 대체될 일자리도 많다는둥, 미래에 제일 먼저 사라질 직종 일순위는 바로 이거라는둥, 이런저런 말 많고 탈도 많은 흐름 속에 있는 사람들, 그로 인해 모두가 그 어느때보다도 조바심을 내고 있는 때이다. 

글쓴이가 유학을 온 이유도, 얕고 넓게 알고 있는게 싫어서, 깊이 파고드는 자신 만의 ‘전공’을 갖고 싶어서였다. 그런 사람을 따라서 일본에 온 아내도,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의 업계 전공 경력이 없는 것을 아니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살릴 회사가 존재하지 않아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력서를 뿌리고 면접을 봐도 당장 해볼 만한 것들은 사무직이 최선이다. 향후 커리어에 크게 플러스가 될 것 같지 않다. 여기서 배울 만하고, 귀국하더라도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전공’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고 있다. 

컴퓨터의 알고리즘이 아닌, ‘인간’으로서 할 수 있을 것이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런 의미로서의 ‘전공’을 사고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전공’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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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돌다가 고전과 씨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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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말 공감되네요. 우리는 인공지능 덕에 수 많은 편의를 누리고 있지만 인간의 삶과 사고방식 또한 기계화 되는 것 같아서 우려되네요. 말씀대로 시대적인 혼동 속에서 중심(전공)을 다잡고 파헤쳐 나아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 걷고 있는 도정이 곧 길이니 평강님도 이미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전공’을 만들어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변화는 언제나 있었고, 사라지는 직종도 줄곧 있어왔습니다. 다만 요즘 소통방식이 바뀜에 따라서 ‘불안’과 ‘공포’가 공유되는 속도가 범위가 훨씬 심해지다보니 나타나는 새로운 양상이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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