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교차로에 서있었다. 

20대와 30대, 직장과 캠퍼스, 싱글과 결혼, 그리고 남편과 아빠. 이 모든 것들이 얼기설기 교차된 갈림목에 나는 서있었다. 

시간 – 2017년
공간 – 일본 교토

라는 좌표 확인과 함께 내 삶은 이 모든 교차로들을 단번에 꿰질러 새로운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눈에 너무 이쁜 아내와 딸과 함께 교토에 사는 30대 늦깍이 대학원생 아빠, 이제부터 수줍게 자기 얘기를 꺼내려고 하는 이는 이런 수식어를 달고 출발한다. 

흔히들 우리는 여행을 가면 로망스를 꿈꾼다. 낯선 곳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 정착하여 살고 있는 곳에는 익숙해져 있어서 신선함을 느끼는 말초신경이 마비되어 있다는 뜻이다. 

일단 삶의 교차로에 발을 들여놓은 나에게는, 현재 머물고 있는 이곳이 언제까지 머물 곳인지,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한단계 마치고 나면 그 다음은 어디인지, 모두가 미지수이다. 말 그대로 기대 반 긴장 반이다. 내가 떠나온 곳이 돌아갈 곳인지, 여행가야 할 곳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뿌리내리게 될 곳인지, 그리워하게 될 곳인지… 

이른바 "안정된 삶" 이란 무엇일까, 왜 우리는 일상의 환경에서는 의미를 발견하기에 힘이 겨운가, 어떠한 삶의 태도와 자세가 진정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가, 등과 같은 질문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어떤 거창하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일들이 나타나고 지속되는 것만이 로망스일까. 그거는 미디어에 물든 우리 뇌가 그려낸 이미지 작품은 아닐까. 교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채로운 관광도시이지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날마다 유람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긴 여행모드에 가까운 나로서는 매일매일 접하는 "별나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과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혜택을 받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기회를 "익숙함" 이라는 식상함에 묻어버리고 싶지 않다. 

육아와 유학을 병행하는 삶은, 각오했지만 각오 이상으로 쉽지 않았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시각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한 로망스, 가지속적인 로망스가 되지 않을까.

떠나 있으면서도 정착하고 있고, 머물고 있으면서도 여행하는 듯한 그런 느낌, 그런 말랑말랑 찰랑찰랑 넘실넘실한 하뜰하뜰한 줄타기 이쁜이 같은 상황이 나의 현재이다, 라고 나는 이 교차로에서 마음을 먹고 걸음을 내디딘다. 

교토에서 찾아가는 로망스, 그 "교찾로" 여정의 노트들을 가끔씩 끄집어내어 짚어보고 또 가능하다면 짚음을 받으면서 가보고자 한다.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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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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