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언니라 불린대도 할 말이 없을 날들을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다. 장군이 (강아지 이름)는 꼬리를 붕붕 흔들어대며 바닥에 뿌려놓은 대소변을 눈치도 없이 자랑한다. 덕분에 내 하루 일과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무릎부터 꿇은 채로 바닥의 대소변을 치우며 성대한 막을 올린다.
이 녀석이 처음 우리 집에 오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주말 오후에 메신저백보다 조금 큰 航空箱에 담겨와, 바닥에 내려놓자 마자 폴짝폴짝 토끼처럼 뛰던 모습을. 약 2개월 정도 된 세이블 포메라니안 여아였다. 500g이 채 되지 않는 무게에 손바닥에 네 발바닥이 전부 놓일 정도로 크기가 작았다. 처음 안아 들었을 때는 학생 시절에 똑같이 품에 안아 들고 다니던 전공 서적보다도 가벼운 무게에 순수하게 가볍다는 느낌보다도 먼저 안쓰럽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앞으로 이런 체격으로 심지어 거실 테이블 옆의 작은 휴지통도 밀어서 치우지 못할 정도로 작고 힘이 없는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어떤 걸까, 무심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낯선 환경에서도 녀석은 상당히 밝고 명랑했다. 거실에 작은 울타리를 둘러 뛰어놀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주고는 이따금씩 들여다볼 뿐이었지만,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두 발로 서서 앞발을 울타리에 걸친 채로 낑낑대는 모습을 보면, 그런 모든게 재롱처럼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울타리 밖으로 꺼내주었고, 녀석은 온 집안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녔다. 가끔씩 옆에 딱 붙어서 따라다니다가 발에 치이는 탓에 이제는 바닥을 살피며 걷게 되었지만, 작고 크림색 털뭉치가 아무 걱정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힐링이 되었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 이후로 영영 하고야 마는 이별에 대해 문득 생각한다. 이 생에 다시는 서로의 두 눈을 마주할 수 없는 헤어짐. 먼 훗날의 이야기로 치부하기엔 이 아이의 수명은 고작 십 년 남짓이고, 평생을 함께 살아온 가족들과 동등한 정이 쌓여버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강아지의 나이는 인간 나이의 계산법과는 조금 다를 테니, 이 아이는 시간의 흐름이 매겨준 순서대로 뽀송한 아가였다가, 미운 동생이었다가,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끝끝내 나보다도 먼저 늙어버리고서 곁을 비우게 될 것이다. 그러는 나는 결코 길다고 말할 수 없는 그 시간 동안 이 아이에게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커다란 엄마였다가, 마냥 좋은 언니였다가,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 마지막 날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집 근처 잔디밭으로 함께 산책을 나가고 싶은 보호자이고 싶다. 헤어짐이 필연이라면 그곳에 닿기 전까지 이 아이에게 무수히 많은 우연을 선물하고 싶다. 혀를 길게 내빼고 헤벌쭉 웃으며 내게 뜀박질로 오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 주고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