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폐기된 기억들을 위한 수집
심학철의 사진은 기억에 관한 작업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애잔하다. 지나간 과거를 다시금 불러들이는 기억의 행위는 그 대상들이 두 번 다시 실재가 될 수 없음을 전제로 하기에 멜랑꼴리한 감정이 따른다. 그러나 동시에 그 기억은 달콤하다. 자기방어기제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억한다’라고 하는 행위는 과거라는 경험의 저장고로부터 현재 혹은 미래의 ‘나’를 강화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들을 불러들임과 동시에 ‘나’를 불리하게 만드는 조건들을 폐기시키는(혹은 합리화시키는) 의식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에서 기억 속의 과거는 하나의 온전한 완성체로 재현되지 않고 언제나 조각조각 파편화된 이미지로 출현된다.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그렇다면 우리가 망각을 통해 폐기해버린 기억들은 어떤 것들일까? 그것들은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한 번도 ‘의미화’를 시켜본 적 없는 삶의 파편들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미래지향적인 가치관 속에서 ‘쓸모없는 것’, ‘하찮은 것’으로 여겨진 것들이며, 오늘날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유용성 그리고 생산성과 같은 가치의 반대편에 서있는 것들이다.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추방해버린 기억의 파편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것들은 의식이 아닌 '물질' 속에 숨어 있다”라고 프루스트는 말했다. 프루스트에게 있어 그 '물질'은 육체(후각)였겠지만 혹자에게는 그것이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장남감일 수도, 무심코 마주친 오래된 사진일 수도 있다.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심학철의 사진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은 대부분이 버림받은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매점은 비어있고 놀이기구와 트럭은 엔진을 멈추고 서있다. 한 시대의 이념이자 삶의 지침이었을 정치포스터는 퇴색되었거나 찢겨져있다. 고즈넉해 보이는 공터에는 자기 갈 곳을 못 찾은 모형비행기와 해변에서 쫓겨난 듯 보이는 야자수가 어색하게 서있다. 부엌도, 공원도, 산책로도 한산하다. 인적이 없다. 이러한 버려진 듯한 분위기는 텅 빈 풍경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간혹 등장하는 인물 공간까지 파고든다. 이사 간 것 같은 휭 한 방에 가부좌를 틀고 정면을 응시하는 노부부의 표정이나 쓰러질 듯 간신히 서있는 늙은 양주의 자세는 어쩐지 우울하고 불편하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텅 빈 부재의 풍경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쓸쓸함만 더할 뿐이다.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귀한 것들을 지금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정지시키려는 욕망의 표현이다. 정지된 사진 속 대상은 훗날 우리로 하여금 망각했던 삶의 시간들을 환기시켜준다. 하지만 그저 망각된 시간의 확인으로만 끝나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들은 일련의 기억 이미지로 전개된다. 그 기억이미지는 애틋하고 새삼스럽다. 그리고 언제나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런지 훗날 떠올리게 될 ‘아름다운 기억’에 대비하여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사진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선택받지 못한 삶의 파편들은 의식의 경첩 사이로 빠져나가 영영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사진을 찍는 행위와 기억의 행위는 서로 공모하는 관계를 가진다.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심학철 작가가 사진 공간 속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선택받지 못한 기억의 파편들이다. 그것들을 찾아서 작가는 넝마줍기를 한다. 폐기된 것들을 주워 담는 그의 넝마줍기는 하나의 수집행위이다. 그러한 수집 행위는 대상으로부터의 효용성이나 생산성에 목적을 둔, 즉 ‘쓸모’를 위한 기존의 넝마줍기와는 다르다. 그의 넝마 줍기는 ‘그저 보여주기’ 위함이다.
심학철의 사진은 그저 보여준다. 진열장 속의 수집물처럼 ‘그저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쓸모없다고 여겨져 망각해버린 삶의 파편들을, 없는 줄 알았지만 사실은 내 안에 거주했었던 기억들을… …
(2015년 흑석동에서. 전시서문용)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기억 연변》 시리즈 中 (심학철)
사진작가 프로필:
1973년 연변조선족자치주 출신의 심학철은 스페이스 빔, 도쿄의 ZEN PHOTO, 서울 사진쟁이1019, 상하이 VANGUARD GALLEY, BMW PHOTO SPACE, 한미미술관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한국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베이징 비엔날레, 平遥국제사진페스티발, 뉴욕 PHOTOVILLE, 상하이 SCOP사진센터, 스위스 베른미술관, 파울클레 미술관, JIMEIX ARLES 아를르 포토페스티벌 등에 출품했으며, 현재 스위스 울리시그 재단과 상하이 SCOP사진센터 및 한미사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첫번째 사진 중의 애기 사진, 어디선가 봤던거 같은 기억 속의 기억이…. 두번째 세번째 사진은 연길공원일까요?
3번째 사진, 제가 전에 간 연길공원 모습이네요. 그리고 연변에 야자수 있었나요? 심천은 온통 야자수이지만.
마지막 두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할아버지의 가슴에 달린 훈장들과, 할머니 배경의 그리스도와 마리아상, 두분이 사셨을 인생을 조금이나마 짐작케 하네요.
연길공원 맞는것 같습니다. 야자수는 모조입니다.
저 미다지 문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사진도 글도 좋아서 페북에 공유하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쟁쟁한 모습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