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라고 한다. 아주 핫하고 트랜디해서 도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체감하는 바로는(관심이 있기도 해서) 한때 필라테스를 시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더니 요즘은 너도나도 달리기를 한다.
달리기는 늘 핫 했어. 왜 이래?
달리기를 몇 십 년을 한 사람들은 발끈할 수도 있다. 달리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니 기분이 좋다는 사람도 많다. 그 변화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러닝 메이트를 구하는 글이며 러닝 크루를 모집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거리에 나가면 아침이든 밤이든, 남녀노소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마주친다. 성공 인사들의 취미이자 자기관리로 각광을 받았었다면 지금은 연예인, 유투버들도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방송 등 매체에 노출되고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에도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겠지만, 지금은 20대들도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달리기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즐긴다.
나 역시 달리기를 한다. 아니,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싶다.
대학교 때 만났던 사람 덕분에 달리기에 흥미를 붙였다. 10km를 1시간에 달린다는 그사람은 좋은 자극제였고 목표였고 힘이 되는 러닝 메이트였다(1km 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는 나에게 10km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데 반해 기록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기록을 깨고 나면 부푼 만족감에 달리기를 게을리했다.
그렇게 달리다 말다를 반복하면서 그 사람과 함께 달린지 10년이 되어간다. 달리기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다치지 말고 잘 달리자며 선물로 건넨 신발 덕분이었을까. 봄에는 벚꽃 잎에 발자국을 새겼고 한 여름 오후 3시에 운동장을 달리다가 더위도 먹었으며, 처음으로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었고 그믐날 밤 폭식하고 가로등도 꺼진 공원을 달리기도 했다. 지금도 토요일이면 헬스장에서 나란히 달리기를 하며 땀을 뺀다. 달리기가 이렇게 멜로 멜로 할 수도 있다.
달리기를 할 때 가장 좋은 것은 달리기를 좋아하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날 때다. 매년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는 뿌듯함이 크다. 예전에는 기록에 많이 집착했다. 더 빨리 달리는 게 잘 달리는 거라고 여겼다. 지금은 기록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달리기를 하고 싶은 동력이 생기고 더 이상 큰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달리기로 소소한 도전과 짜릿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는다.
눈에 띄는 또다른 변화가 있다. 10년 전에는 그 사람이 더 잘 달렸는데, 지금은 내가 더 잘 달린다는 명백한 사실이 나는 못 견디게 뿌듯하다. 허덕 대는 나를 보면서 힘든 척 연기하는 배려를 베풀던 그 사람의 입에서 ‘이젠 너 장난 아니네’를 들었을 때, 아주 약간 조금 살짝 많이 고소했고 흐뭇했다. 요즘은 헐떡 대는 그 사람에게 ‘쉬엄쉬엄 달려’라며 어깨를 톡 치는 건방을 떨기도 한다.
달리기도 자기관리인가?
그렇다. 적어도 나에게는 해당된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어쩌면 멀쩡해 보이고 싶어서 달리기라도 계속했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매일 세수를 할 것이라는 누군가의 다짐을 책으로 접한 적이 있다. 지구가 멸망하는데 고작 세수를 한다고? 얼마나 하찮고 쓸데없는 일인가 싶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동요하지 않고 태연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렇게 가장 힘든 순간, 나는 지금의 삶이 궤도를 벗어나 무너지더라도 최소한의 사소한 일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나는 오늘 세수를 했어, 양치를 했어, 밥 한끼를 챙겨 먹었고 달리기를 했어. 나는 오늘 기본을 했어.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날에도 겁이 부쩍 많이 나던 날에도 달리기를 하면 그나마 안정이 되고 기분이 나아졌다. 달리기로 나는 멘탈을 관리하고 있다.
그동안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숱한 노력을 해왔다. 정작 좋아하는 것을 잘해보려는 생각은 못한 채 말이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는 고민하다가 결국 해야 할 일을 택했다. 하고 싶은 일은 늘 뒷전이었고 시간 낭비라고 부정했다. 지금은 아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려고 시간과 진심을 쓰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를 하대하지 않는 일, 그렇게 하루를, 한 주를, 한 달을 좋아하는 것을 차곡차곡 채우는 일, 내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달릴 때 행복하다. 오래도록 달려보고 싶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주구장창 달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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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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