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편은 사진을 보고 느낀 M• B• T• I를 목적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왜 이 사진인지는 <별별 MBTI> 대화글에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

바다를 보는 순간 실감이 났다. 내가 이사를 오긴 왔구나. 그리고 직감했다. 예상보다 빨리 자동차를 구매하게 될 거라는 것도. 꼭 바다때문이 아니지만 이사 오고 한 달만에 중고차를 장만했다. 그리고 차는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일상으로 끌어들였다. 아직은 낯설음과 새로움 사이를 허우적대지만 바다가 주는 에너지로 마음을 챙기며 적응해 가고 있다.

MOVIE와 바다

바다가 20분 거리인 곳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주말 저녁마다 캔맥주(무알콜)를 따는 소리와 함께 즐기던 집콕 영화관을 자주 찾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주말에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면 지금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고, 예전에는 카공하고 배고프면 바로 집으로 향했다면 지금은 카페에서 나와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배부르고(사람은 동시에 한 가지 감각만 느낀다고 했던가, 시각적 충격이 위장의 신호를 제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밖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 식사보다는 야식이 땡길 그럴 시간이라 기분 좋은 노곤함에 부들부들한 이불 위로 몸을 던진다. 그런 노곤함으로 이불 속에서 영화를 보다가 잠드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주로는 코미디나 SF, 액션을 겸한 범죄 장르를 찾아 보는 편이다. 특히 둘 다 마블 팬이어서 마블 영화를 보고 또 보고, 아주 질리도록 본다. (대사와 장면들을 외울 정도로 봐도 또 보고 싶은 걸 어떡하냐고. 마블 팬이지만 DC도 좋아한다.)

BOOK과 바다 

바다에서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면 차분함과 고요함으로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무겁게 꽉 차 있던 머리가 파도 소리에 맑아지고 개운해지는 것이 신기하여 자꾸 바다를 찾는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정신 상태가 맑아지면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이 기울어 버린다. 탁 트인 바다 뷰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카페에서 할 일을 하다 말고 어느새 노트북을 덮고 손이 가방을 향한다. 가방 안에서 길도 잃지 않고 곧장 책에 손이 닿는다. 그래도 예의 상 망설임을 가져야 할 것 같아 고작 2초, 3초지만 아주 잠깐 고민하고 책을 펼친다. H가 “논문은 다 썼어?”라고 물으면 으레 기다린듯이 답한다. “나만 들리나~? 바다가 쉬라잖아.” 하루 종일 하냥 바닷소리를 들으며 책만 읽고 싶을 정도로 바다와 책에 끌린다. 바다 앞, 파도 소리, 바람, 나무 그늘, 캠핑 의자, 시원한 카페라떼 그리고 일몰은 독파민(독서+도파민)을 뿜어내기에 충분하다.

TRIP과 바다 

바다는 일상에서 여행의 기분을 체감하게 한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바다에만 가면 여행을 온 기분이 든다. 평소에 여행을 자주 가지 못 하지만 가능하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떠난 여행이 십중팔구는 바다였다. 한번은 저녁을 먹다 말고 일출을 보러 바다에 가자고 H에게 제안했다. H는 눈썹을 두번 위로 꿈틀거리고는 말했다. “Why not?” 마침 일요일이었는데 다음날이 연휴였고, 마침 날씨를 확인하니 연이어 습도가 0%였고, 게다가 아침에 늦잠까지 실컷 자서 아직 체력이 짱짱했다. 우리는 척하면 척하고 계획스러운(?) 계획을 세웠다. 심야 시간에 상영하는 마블 영화를 관람했고(마블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보는 우리만의 전통이 있음), 24시간 스터디 카페에서 각자 할 일에 집중하며 밤을 샜다. 그리고 멋진 일출을 보았다. 그토록 째빨갛고 땡그랗고 커다랗고 선명한 아침 해는 처음이었다. 바다가 있어서 가뜩이나 즉흥적인 내가, 더군다가 차까지 있으니 더 즉흥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사람이 얼마나 더 즉흥적일 수 있는지 새삼스러울 정도로 자주 바다를 찾지만, 모든 순간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INCENSE와 바다

계절마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듯이 바다도 계절마다 다른 잔향을 남긴다. 나는 비 내리는 바다의 냄새를 특히 좋아한다. 차 안에서 창문을 살짝 내려두면 빗방울을 타고 눅눅한 바다향이 천천히 퍼져 든다. 조용한 차 안에서 스며드는 짭조름한 바다 냄새를 맡으며 빗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우비를 입고 맨발로 바닷가를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별것 아니지만 습기를 머금은 특유의 바다 냄새가 참 좋다. 이대로는 집에 갈 수 없다. 찬 기운에 옹그린 몸을 라면으로 녹여줘야 한다. 편의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차 안에서 후루룩 짭짭 면발을 치며 먹어줘야 한다. 뚜껑을 여는 순간 앞 유리에 김이 서리며 차 안의 눅눅함을 라면 냄새가 감싸준다. 바다와 비와 라면이 조화롭게 섞인 냄새 때문에 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바다로 향하게 된다.

에필로그

바다를 가까이에 두고 산다는 것은 숨은 보배 찾기 같은 거다. 곳곳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를 신나는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기다려지고 기대에 부푼다. 바다 하나로 낭만 한 스푼을 일상에 얹으며 살아간다. 그냥 바다가 있을 뿐인데 기분 좋은 일이 일억오천 개는 된다.


썸네일 및 본문 사진 BY 뚜벅이는윤슬

https://grafolio.ogq.me/project/detail/9e122df8c4c94c54a6f6d56d7a21e1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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