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선택을 했음을 인정하기 싫은 일반 인간일뿐인 내가, 마치 세상을 품을 수 있을 것처럼 완벽하고 선량한 사람인듯, 도덕적우월감을 가지려 하는게 고통의 근원임을…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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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때에도 그랬을것이다. 아파서 주사를 맞고 왔는데 동생이랑 트러블이 생겨 엉덩이를 다쳤고 그제야 울면서 동생 탓이라고 말했다. 그땐 엄마가 내 편을 들어줄게 뻔했으니까.
아프지 않았다면, 주사를 맞지 않았다면 나는 완벽한 피해자가 아니므로 양보를 하고 참고 넘어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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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빠가 험하게 굴어도, 아이 공부를 폭력적으로 채근해도, 아이 공부를 챙기지 않는다고 공격해와도 싸우기도 했지만 더 많이는 해석하고 설득하고 다 떠안고 잠재우려 했던건, 나는 완벽하고 선량한 이미지로 남아야 하니까. 그리고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하니까.
사실 잘못된 선택을 한 일반 인간일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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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동료한테 뒤통수를 크게 얻어 맞았는데 그놈은 자그마한 돌멩이들을 많이 던져왔고 가끔 뒤통수도 깜찍하게 쳤지만 내가 여전히 예의 바르게 대했던 놈이다.
왜 대놓고 화를 내고 까지 않았을까.
나는 성모니까. 완벽하고 선량하니까. 나쁜 놈이라도 품을수 있으니까. 도덕적으로 우월해야 하니까.
그런데 그놈이, 내가 얌체라고 이름 지은 다른 동료한테는 꼼짝도 못한다. 왜? 얌체는 사정을 안봐주거든. 착한척을 안하거든. 얌체는 지키고 싶은 착한 이미지가 없거든. 도덕적으로 우월할 필요 없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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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반성한다. 나의 오만을.
전에도 오만을 인지하고 뜯어고치려고 마음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때 뿐이였다.
내 도덕적우월감은 나쁜 놈들의 도구로 이용된다. 만만하게 보고 공격하고나서는 얼마나 만만한지 주물러보기까지 한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오히려 나를 품어준다. 그들 앞에 난 오만해질 본전이 없다.
그렇다면 왜 허상의 완벽과 선량을, 도덕적우월감을 유지해야 하지? 나를 아끼는, 내가 아끼는 사람에겐 소용이 없고 나쁜 놈들에게만 거꾸로 이용되는 이 오만을 왜 지켜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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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다. 힘이 있는 어른이다.
나쁜 놈들에겐 웃음을 보이지 말자. 한끝이라도 잘 지내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꼬집자. 정신 차려! 그 놈이 어떤 놈인지 잊었어? 그런 놈임에도 불구하고 잘 지낸다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그냥 뒈져.
개무시라 이름 짓고 피하지도 말고 눈을 똑바로 보면서 대가가 무엇인지 알리자.
한번만 더 주무르다간 손목을 분질러놓겠다고 얼굴에 쓰자.
정직, 선량 이런 소중한 것들은 소중한 이들에게 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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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들어와 읽고 되뇌이자.

낭만은 죽은지 오래. 흥. 이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배운 놈들이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응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