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한 충족감


      그 어떠한 우려가 없이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이 홀가분하여 행복할 줄 알았는데 슬프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흔한 새해의 풍경과 마음속 멍울이 사라지고 보니 평화로운 듯 했으나 새로운 불안이 증식해온다. 이토록 편해도 되는지에 대한 회의와 쉴 틈이 생기면 부당하게 편안함을 누리는 것이라 여겨진다. 

      새해 공휴일이지만 여느 날과 똑같이 이른 아침 눈을 뜨고 간단한 운동을 하며 올해는 무엇을 이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배워볼만한 새로운 영역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일상이 무료해지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본다. 예전 같으면 집에서 부모님이 새해 준비를 하신다고 분주히 하던 모습을 지켜보거나 회사 동료들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함께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을 텐데 실질적인 “독립”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 정착한 이곳에서 올해는 과거의 재미는 없다. 새해의 감흥은 감소되었지만 더욱 차분해진 나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고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사고를 할 뿐이다. 주변의 한 지인은 새해인데 쉬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문안을 해온다. 명절이어도 일상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딱히 해줄 말이 없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았을 때 굉장히 무료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의 생활이 안타깝게 여겨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중에 가장 평화롭고 가장 나답게 그리고 과감히 나의 자유를 조종하며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너무 바쁘지는 않지만 할 일은 어느 정도 있고 너무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가 만족스럽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평정심이 유지된다. 

      새해라고 굳이 떠들썩해야 하는 법이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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