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생의 기억 시리즈는 그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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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름이다.

드디어 여름이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토를 하자면 나는 여름예찬론자는 아니다. 에메랄드 빛 바다, 반짝이는 파도, 시원한 팥빙수, 가벼운 옷차림 등 여름의 좋은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한마디로 나는 더운게 싫다. 

특히 요 몇년사이 내가 사는 연길도 점점 북방이라는 명색에 어울리지 않게 한여름엔 찜통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올해는 이상하게 7월에 들어서서도 그닥 덥지 않으나, 초복이 코앞인지라 벌써부터 긴장된다. 아마 말복까지는 꼼짝 못하고 더울 것 같다.

그러나 어릴때는 여름을 아주 좋아했다. 하루가 길어진 만큼 아이들은 일찍 골목에 쏟아져 나왔고 늦게까지 놀다가 어른들이 나와서 불러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여름에 가장 인기있는 곳은 뭐니뭐니 해도 강변이었다. 어느날 늦게 나와서 골목에 애들이 안보이면 강변으로 가면 거기에 무조건 친구들이 있다. 오전에는 강물이 차가워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대신 아이들은 강가에서 그 많은 잠자리를 쫓아다니곤 했다. 

우리 고장에서는 잠자리를 소금쟁이의 준말인 소금재라고 불렀다. 하늘소금재라고 불리는 아주 커다란 잠자리가 있었고, 꼬리가 빨간 고추소금재, 그닥 예쁘지 않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아바이소곰재도 있었다. 잠자리 잡는 방법은 다양했는데, 담이 큰 아이들은 어딘가에 앉은 잠자리를 목표로 정한 후 손바닥으로 확 낚아채었다. 나도 한번 따라 해본적이 있는데 낚아채는 것까진 용케 따라했으나동그랗게 오므린 손바닥안에서 잠자리가 파닥거리는 서슬에 무서워서 그만 놓쳐보냈다. 꼬리를 쥐어 잡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잠자리한테 손을 물리기가 쉽다. 겁이 많은 나같은 아이들이 자주 쓰는 방법은 바로 두손의 엄지와 검지를 집게 모양으로 벌리고 앉아있는 잠자리 날개를 양손으로 한쪽씩 잡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성공률은 낮았으나 안정적이었다. 

어릴때는 강변뿐만 아니라 동네에도 잠자리가 참 많았는데 요즘은 통 보이지 않는다. 그 숱하던 잠자리는 다 어디로 간건지 내 어릴적 기억이 꿈이 아니었나하는 착각마저 든다.

오후 한시쯤 되어 한낮의 햇빛이 물을 적당히 데워놓으면 아이들은 강물에 뛰어든다. 지금은 연집강이 거의 바닥을 보일때도 있을 정도로 강물이 얕고 좁지만 그때는 내가 어려서 그렇게 보였는지는 몰라도 강은 꽤 깊고 폭이 넓었다. 헤엄 잘 치는 애들은 서로 누가 먼저 목적지까지 빨리 도착하나 내기도 하였는데 어떤 애들은 강물보다 더 빨라보였다. 그때 인기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안쓰는 자동차 고무바퀴였다. 가져다가 강물에 엎고 그 위에 타면 뱃놀이가 부럽지 않다. “바퀴배”도 가끔 평형을 잃고 전복될 때도 있는데 그러면 배에 탔던 아이는 영낙없이 강물을 들이키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물놀이를 하다보면 다리에 쥐가 나거나 모기한테 온몸을 물리기도 하고 가끔은 거마리가 다리에 붙을때도 있었으나 그런 것들이 우리를 여름날의 강에서 떼어내지는 못하였다.

상류쪽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는 런닝이나 반바지를 입은채로 강물에 수건을 적셔 살살 목욕을 하는 어른들도 있었고 그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와서 발가벗겨져 성별을 드러낸채 강제로 목욕을 하는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물이 좋아서 까르르 웃던 아이는 몸에 비누칠을 해주면 워낙 손에 잘 잡히지 않는데 온몸을 비틀며 어른의 손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다가 급기야 등짝을 한대 후려맞고 나면 아까 키득거리던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린다. 

물놀이하는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말고도  또 다른 한가닥의 소리가 있는데 바로 빨래하는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의 말소리였다. 어린 아이였던 그때는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에 귀기울이진 않았으나 정보교류와 동네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넙적하고 평평한 돌위에 올려진 빨랫감을 방치가 리듬있게 두드리고 그때마다 비눗물이 그에 화답하듯 양쪽으로 튕겨나간다. 가끔 나도 어른들을 따라 빨래터에 가면 팔목보다 더 굵은 방치로 젖은 옷을 두드리며 흉내를 내곤 하다가 방치를 손에서 놓쳐 물에 떠내려보내기도 했다.

늦여름의 강가는 또 하나의 놀이를 우리에게 선물해주는데 그것은 바로 코스모스였다. 코스모스 이파리를 뜯어서 손톱에 붙이는건 여자애들이 좋아하던 놀이였다. 하얀색, 연분홍색, 진분홍색의 코스모스이파리를 좋아하는 색으로 골라서 손톱에 붙이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한쪽 손은 스스로 붙이고 다른 한쪽 손은 서로 붙여준다. 떨어질세라 손등을 고이 위로 향하고 예쁜 내 코스모스손톱을 내려다보고 한번 웃고 서로 마주보고 또 한번 웃고. 

지금은 더이상 볼수 없는 풍경이긴 해도 기억을 꺼내 펴놓으면 여름날의 강가는 늘 그곳에 있다.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목욕하다 등짝맞은 아이의 울음소리, 아주머니들의 방치소리와 이야기소리가 잠자리와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코스모스도 하늘을 향한채 하늘거린다. 

[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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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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