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너는 요즘 어떤 말을 자주 들어?
Y: 한국에 살다보니 요즘은 서울말을 많이 듣고 쓰게 되는 것 같아. 제일 많이 듣는 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넵” 등등 기본적인 용어인 것 같아. 그럼 너는 어떤 말을 자주 접하고 있어?
A: ㅎㅎㅎㅎ 나도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를 진짜 많이 쓰는 것 같아. 말로 하든, 문자로든 거의 일상에서 안 쓰는 날이 없는 것 같아.
Y: 맞아 맞아. 일단 사람과 접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꼭 해야 하는 인사말이 돼버렸어. 공적인 말은 습관처럼 술술 내뱉는데 정작 부모님에게는 직접적인 표현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
A: 맞아 맞아. 무감각하게 내뱉을 수 있지. 그리고 부모님하고는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어서 너의 말에 공감이 가. 점점 부모님과 대화가 적어져. 부모님은 바쁜 애한테 전화하기도 눈치보이고 미안하다고 하셔. 나라도 자주 연락드려야 하는데 또 그렇지 못해서 대화가 줄어가는 게 조금은 슬프네.
Y: 서로 떨어져 살다보니 부모님과 어릴 때처럼은 가까운 교류를 못하는 게 현실이 돼버렸어. 과거에는 사소한 이야기도 습관처럼 나누며 살았었는데, 이제는 전화 한통이 어려우니.
A: 그러게 말이여. 너희 부모님은 너에게 어떤 말을 습관적으로 하셔?
Y: 나는 아주 어렸을 때 들었던 말 중에 “이럽다”(발음대로 적음)란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 혼자서 골머리를 앓다가도 이 한마디만 나오면 마음에 짐이 훅 하고 덜어졌어.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현실에서 듣는 것 만으로도 잠시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들어.
A: 오오!! “이럽다”는 말이 가지는 힘이기도 하지만, 부모님이 해주면 더 울림이 컸겠다 싶네. 그리고 부모님에게서 자주 들었던 그런 말들을 지금은 자주 안 쓰는 것 같기도 해. 예전에는 우리도 부모님에게서 배운 “이럽다, 이럽습다”를 참 자주 썼잖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괜찮아요”보다 “이럽습다”가 자꾸 튀어나와 한국 사람들의 띠용(?) 하는 시선을 받았어.
Y: 아하 맞아. 다른 나라에서 살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어렸을 때 써왔던 언어들을 한 편으로 치워두고 사투리에 얽힌 추억도 뒷전으로 흘려보내게 돼. 그런 현실이 참 안타까우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답답하기도 해. 한국 내에서도 지방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서울말 억양과 다르다고 스스로 창피하게 생각하고, 사회적으로도 표준어를 지향하면서 언어적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어.
A: 한국 지역어 조사를 하면서 알게된 건 실제로 “이젠 그런 말 안 써요.”, “그런 말 몰라요.”라는 반응이 많다는 사실이야. 사투리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낙관적이지 않지만, 요즘은 AI를 앞세우는 프로젝트들이 워낙 많아서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사투리와 AI로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
Y: 방언은 그런 의미에서 윗세대로부터 대대로 전해져 온, 역사가 깃든 소중한 언어인 것 같아. AI 기술과 접목 시킨다는 건 너무 참신한 발상이야! 요즘은 사소한 것들도 AI에게 질문하고, 심지어 심리 상담도 AI가 해주는 걸 정신과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무언갈 시도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 일거란 생각이 들어.
A: 맞아. GPT와 대화할 때 우정 사투리를 쓸 때도 있어. 대화하면서 혼자서 터득하더라고. 처음에는 영어와 연변말을 같이 써야만 근접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GPT도 연변말을 꽤 해.
Y: 오호. GPT를 잘 길들이고 있구나. 다시 큰 주제로 돌아가 보자면, 너는 부모님이 하신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을까? (혹시 너무 급작스럽게 질문이 들어간 느낌이라면, 원래 대화 주제대로 돌아가도 괜찮아~~)
A: (아 참. 우리 원래 부모님의 말에 대해 이야기했지.) 나는 성격이 썩 좋은 딸이 아니었어. 그래서 부모님이 “팩하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 “자 저거 팩한 거 바라. 누기 닮아 저런가.” 뭐 늘 그러셨지. H와 결혼하기 전에도 어머니는 “자 그저 팩해서, 제 좀 참아주오.” 하면서 걱정 반 부탁 반으로 H에게 하소연(?)을 하셨어.
Y: 나도 어렴풋이 너희 어머니가 하시는 그 말을 들은 기억이 나. 근데 “팩하다”라는 말 그 자체의 의미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애정이 100% 담겨 있었던 게 아직도 생생해. 그만큼 서로 가깝고 잘 알고 너무 사랑해서, 그래야만 할 수 있는 말이니까. 그런 딸이 둘도 없이 소중해서, 구김 없이 지금처럼 있는 그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쓰다가 갑자기 뭉클해서 눈물이… 난 포장을 못함… ㅎㅎ 입에 발린 소리를 못함…이건 진심임..)
A: 아니야. 예쁘게 포장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ㅎㅎㅎ 난 철 없고 못된 딸이야. 그래도 지금은 “팩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반가움이 더 커. 예전에는 “팩하다”는 말의 ‘ㅍ’자만 들려도 따져들고 진짜 ‘팩한냐’했는데, “팩하다”는 걸 인정하고 나서는 웃을 일이 더 많아졌어. 지금은 오히려 H와 티격태격하다가 “이거 바라 어머니 말이 맞단데. 팩한 A 또 나왔다.”하고 H가 받아치면 그냥 웃어버려.
Y: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야. 너의 말처럼 ‘못되고 팩해도’(이건 동의하지 않지만) 너를 사랑하고 아껴주고 있으니. 그런 솔직한 표현들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있어서 우리는 삶을 덜 외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
A: 흐엉흐엉. 나 울어. 이러니 갑자기 어머니 보고 싶다. 너도 너무 보고 싶다.
Y: 난 너희 집에서 먹었던 그 볶음밥이랑 김치 맛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 밭에서 채소를 가꾸던 너희 어머니와 집에서 잠옷을 입고 나를 맞이했던 너의 모습이 정말 정겨웠어. 그 시절의 우리 우정이 지금도 이어져 온다는 게 너무 특별하고, 그때의 추억도 평생 잊지 못할 거야.
A: 뭐야뭐야!! 작정한거야? 나 울리기로?! 그게 언젠데 여태 기억해 주고… ㅠㅠ
Y: 그때 우리 집에 인터넷이 없어서 정말 염치 없지만 너의 집에 가서 놀고 필요한 것들도 컴퓨터로 찾아봤었지.
A: 맞아맞아. 우리 그때 4399에서 같이 小游戏도 엄청 많이 놀고 했잖아. 신기해. 또 이렇게 말하니 다 기억나네.
Y: 맞아. 야후 사이트도 들락날락 거리구, 싸이월드도 꾸미고 했었지. 지금은 다 없어졌네.
A: 맞아맞아. 나는 싸이월드 ID와 비번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 싸이월드 복구했다고 했을 때 아무리 시도해도 안되더라고. 들어가보면 참 재밌는 것들이 있을텐데. ㅎㅎ 오늘의 대화는 너가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 부모님의 말을 이야기하다가 추억에 젖어서 이렇게 행복할 줄은 미처 몰랐지만, 참으로 좋다, 좋아.
Y: 나도 꿈 같은 추억들을 돌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어린 시절에 네가 있어서 얼마나 즐거웠는지 다시 깨달았어!
A: 나도나도. 지금도 소중하고. 같이 나이를 먹는 것도 너무 좋고. 고향 친구가 있어서 이렇게 연변에 살지 않아도 연변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소중해.
Y: 나이처럼 우리 추억도 자연스럽게 쌓일 수 있어서 좋아. 그 바탕에는 서로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용하게 되는 연변말과,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언어가 있는 것 같아.
A: 나이가 들면서 우리 사이에도 “이럽다”, “팩하다”처럼 추억하고 싶은 연변말이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그때가 되면 또 이렇게 단어에 추억을 입혀 연변말로 기록하며 기억하고 싶어. (’팩하다’가 연변말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음.)
Y: 당연하지! 세월이 흘러도 우린 변함없이 지금처럼 연변말을 되뇌고 있지 않을까 싶어.
A: 좋아좋아!! 그럴 것 같아~!
사투리? 방언? 지역어? 방언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출처: ≪한국의 방언과 방언학(개정판)≫(정승철, 2022, 태학사)의 내용을 정리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방언과 사투리
방언: 현대적 정의에 따르면 방언은 1)독립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 2)한 언어의 분화체를 의미한다. 1)은 방언이라면 음운, 문법, 어휘의 면에서 하나의 언어로서 독립된 언어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는 하나의 같은 언어에서 갈라져 나온 변종이라는 것이다.(P15-16)
사투리: 방언은 한 언어의 분화체로서 해당 언어체계 전반을 가리키는 데 반해 사투리는 표준어가 아닌 것, 즉 해당 언어체계의 일부로서 특정 지방에서만 사용되는 말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사투리’는 ‘표준어’의 여집합, ‘사투리’는 ‘방언’의 부분집합이다. (P25)
(’서울말’이 곧 ‘표준어’라는 인식은 오해다. ‘서울말’에도 ‘허구(=하고), 몰르다(=모르다)’ 등 표준어가 아닌 요소들이 발견되며, ‘밥, 봄(春)’ 등 서울뿐 아니라 어느 방언에나 나타나는 표준어 요소도 존재한다.)(P28)
*지역어와 방언
지역어: 지역어는 한 언어의 분화체로, 단순히 어떤 지역에서 쓰이는 말을 가리키는 용어다. ‘연변 지역어’은 이주 이전의 원 방언이 무엇이었느냐에 관계없이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쓰는, 한 언어에서 분화된 변종으로써의 한국어를 가리킨다. 이로써 보면 지역어는 방언권의 확립 없이 잠정적으로 ‘OO 지역에서 쓰는 한국어’를 언급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 된다. 이와 달리 방언은 해당 언어에서 어느 정도의 방언권이 상정되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이지만, 덜 엄격한 의미에서 ‘방언’은 ‘지역어’를 대신하여 쓰이기도 한다. ‘연변 방언’ 등이 바로 그러한 용법으로 쓰인 예다.(P13-14)
*한국의 방언구획(P184-185)
일반적으로 한국어는 크게 6개의 방언권으로 나뉘는데, ‘동서’의 방언구획을 1차로 하고 ‘남북’의 방언구획을 2차로 하여 계층적으로 구획한다.
1차 구획: ‘동서’의 지리적 경계는 대체로 백두대간(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길이 약 1,500km의 산줄기)을 기준으로 삼아 구획한다.
2차 구획: ‘남북’은 인문지리적인 거리에 비례해 나타나는 방언 차이 그리고 휴전선과 같은 정치적 경계를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언어 내적·외적 기준들을 반영한 두 층위의 방언구획을 통해 한국어의 방언권을 나타내 보이면 다음과 같다.
ㄱ. 동부방언(성조를 변별적 요소로 가지는 방언)
-동남방언: 경상도, 강원도 영동 지역(태백산맥의 동쪽)
-동북방언: 함경도
ㄴ. 서부방언(음장을 변별적 요소로 가지는 방언)
-서남방언: 전라도
-중부방언: 경기도, 충청도, 강원도 영서 지역(태백산맥의 서쪽)
-서북방언: 평안도, 황해도
ㄷ. 제주방언: 제주도(둘 중 어느 요소도 변별적이지 않은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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