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막무가내 성격이 있기까지, 아버지가 늘 외던 “너 하고 싶은 대로, 너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라는 말이 신통하게 작용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했지만, 그리도 다정했다. 그가 나를 답답하게도, 사무치게 행복하게도 한다.

그런 아버지의 말을 따라 나는 두 무릎에 피가 철철 날 정도로 자전거를 배웠다. 더위도 추위도 두렵지 않던 그 시절에 사계절은 유독 진한 색깔을 띄고 있었다. 여름엔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톺아 올라 과수원엘 갔었고, 겨울이면 추워도 꼭 내가 가장 좋아하는 냉면을 먹는 것이 우리 사이 약속이 돼갔다. 나는 짧은 다리로 그의 뒤를 따라 때론 걷고 때론 달렸다.

사실 어릴 때는 무엇이 하고 싶은지 모호했다. 하지만 질문을 던져도 늘 돌아오는 저 한마디에 나는 늘 스스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지금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줄어간다. 하지만 이따금 들려오는 그의 한마디가 다시 달려갈 숨을 고르게 한다.

우리는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사이가 되어간다. 갈수록 서로의 삶에 참견을 덜 하게 되고, 일상적인 한마디를 나누기조차 어려워 난다. 모진 말들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어느새 그리움이 자라나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아쉬워 난다. 그를 떠올리면 자꾸만 바라게 된다. 인생에 봄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푸른 여름만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느려진 그의 걸음을 따라 이제 속도를 맞춰서 걷는다. 세상 모든 이가 나에게 등을 돌린다 해도 언제나 열려 있을 그에게,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로서 항상 나의 마음을 지켜준 그에게:

“이젠 나 걱정 말고 아빠 하고 싶은 대로, 아빠 마음이 제일 중요하지.”


썸네일 BY 차차의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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