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사랑합니다

보고싶습니다

그립습니다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한계단 두계단 올라갈수록

새겨진 웨침마다 절절하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세월이 흐르면 언젠간

지워질 그 절절한 새김들

어쩌면 그들은 

마음속 깊숙히 그 웨침들을

새기고 싶었던건 아닐까

모아산 등산길에서 

2019.6.5

계단을 올라가는데 수많은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사랑한다.

보고싶다.

그립습니다.

그 많은 가운데 어설프게 씌여져 있는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하는 문자가 유독 강렬하게 내 시선을 끌었다.

한참을 생각했다.

왜서이지?

왜서 이 말 한다디에 가슴 한구석이 스르르 해나지?

언제적 일이였을까?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적이 너무나 많았던 세월이 있었다.

서로 동창이였던 우리의 풋풋한 사랑에 때아닌 이별이 찾아왔다.

미래를 위해 부득이 외국행을 선택했던 그 사람애틋하기만 했었던 우리였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였다.

한국에 가면 도처에 돈이 널린줄로만 알았던 그때그렇게 우리의 이별은 소리없이 다가왔다.

떠나는 날그 사람 부모님들과도 인사를 나눈 사이라 우리 두사람을 배려해서 우리는 공원에 놀러갔다.

지금도 눈앞에 삼삼하다.

우리더러 둘만의 시간을 가져라고 피해주시던 두분의 모습이,그 아버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싸해난다.

소중한 사람과 같이 하는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흘러만 가는지?

떠나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슴 한구석은 긴장하고 안타깝고 울고 싶고 뭐라고 형용할수 없는 뒤죽박죽한 감정들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랬다.

울지 말자.제발!” 이렇게 부드럽게 말한건 아니고 아직 20살인 애송이였으니까 우는거 딱 질색이다.”이랬던것 같다.

나는 또 바보처럼 머리를 끄덕거린다.울지 않겠다고울지 않을것이니 걱정붙들어 매라고

근데 그게 가능이나 하겠냐고?

책보면서도 울고 영화보면서도 울고 심지어 무한도전 보면서도 우는 내가 울지 않는다는게 믿기는 일이냐고?

지금은 그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그땐 그냥 그 녀석이였으니 녀석의 친구들이 나왔다.물론 내 친구이기도 한 몇몇이 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돈을 아끼느라고 먼저 기차를 타고 청도인가 위해인가 가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것 같다.그래서 기차역에서 그 이별이 진행되였던것 같다.

그때 쓴 일기가 지금도 있기는 하지만 구절구절마다가 너무 절절해서 지금 봐도 눈물이 나온다.

기차가 들어오고 그 사람이 기차에 오르고 

그때까지는 좋았다.

나는 열심히 참았다.

구질구질하게 울지 말라고 하던 그 녀석의 말이 생각나서 어울리지도 않게 입을 꽉 앙다물고 나오는 울음을 참고 있는데..

여기부터가 반전이다.

내 눈에는 그렇게 매짜고 강하고 멋있는 그 녀석이 나를 바라보다가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참고참았던 내 눈물샘도 같이 폭발했다.

멈출수가 없이 눈물이 흐른다.

돈이 뭐길래 우리를 이렇게 비참하게 하냐고?

왜 우리가 이렇게 헤여져야 하냐고?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너를 보내고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겠냐고?

그 오열은 기차가 떠나가고 한참이나 지속되였고 택시에 앉아서 집에 가는 길까지 이어졌다.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그래서 매일매일 그 한마디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언제면 얼굴 볼수 있을까?

그때는 편지밖에 할수 없었던 막연했던 우리,전화로 목소리를 들어도 좋았고 전화로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지금은 상상도 안가는 그런 연애를 3년이가 이어갔다는게 그저 신기할 뿐이다.

너무 그리웠고 너무 보고싶었고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이였는데 시간의 흐름속에서 그 사랑도 빛이 바래졌다.

지금도 처음 그가 편지 왔을때가 생각난다.

우리 하나 둘 셋 하면 같이 하하하 하고 웃자!” 

채용의 소품에서 나오던 그 한마디를 읽으면서 내가 우리 부모님들 앞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이 울었던지

빨리 만나게 해주세요

하는 내 마음과는 무관하게 결국 우리는 빨간 고추를 말리우는 여름의 끝자락에 거의 8년만에 재회를 했다.

그 빨리가 8년으로 변할줄을 누가 알았으랴!

2년만 더 지나면 강산이 한번 바뀔 세월인데 애초에 그사람이 없으면 못살것 같았던 그 절절했던 마음도 시간이 흐르니 오롯이 추억으로 간직된다.

20년이 지났다.청사과처럼 풋풋했던 그때,빨리 만나게 해달라고 항상 속으로 웨쳤던 그때가 오늘따라 내 마음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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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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