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친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다들 조용히 앓는 눈치이다. 11월 초에 한국에 체류 중인 우리 가족이 막내를 제외하고는 모두 코로나에 걸리면서 그 일지를 위챗 모멘트에 올린 일이 있는데, 최근 국내 확진자가 늘면서 그 일지를 다시 보여줄 수 없냐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간만에 보는 사람끼리 “코로나에 걸렸었니?”로 “잘 지냈니?”의 인사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라, 코로나 확진과 치유 경험은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는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 일지를 다시 정리해 공유해 본다. 가족끼리도 사람마다 증상의 경중이 다르고, 필자는 의료인도 아니니 내용은 참고만 하기를 바란다.
[코로나 확진 1일차]
오늘 아침은 비몽사몽 중에 이미 내가 코로나에 걸렸구나를 직감할 수 있었다. 사실 새벽 내내 내가 자는 것인지 깨어 있는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려운 비몽사몽 상태였다고 하는 게 정확한 말일 것이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고 포근한 구스다운 이불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추웠다. 눈을 뜨자 바람으로 이내 머리맡에 두고 있던 귀 체온계로 재어 보니 38.1도다. 여기 병원 기준으로는 귀 체온계로 38도 이하는 정상이라고 하니, 고열 축에는 속하지도 못하지만 온 몸이 으슬으슬 춥고 괴로웠다.
두 아이는 증상도 없고 자가 검사 키트로 검사해 보니 음성으로 나와서, 규정에 따라 학교에 보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지만, 큰애는 심지어 제주도로 수학 여행을 떠났다. 물론 학교에는 우리 가족 중 여럿이 확진 상태임을 알렸고, 담임선생님은 걱정 말라시면서 중학교 생활에 단 한번뿐인 수학 여행이니 아이를 꼭 보내라고 하신다. 나는 아침 사이 아이들을 챙기느라 조금 움직였다고 바로 식은 땀이 났다가 또 다시 춥기를 반복했다…
4, 5일 전 가까이 사는 부모님과, 우리와 동거 중인 시아버님께서 잇달아 확진되시고 남편마저 어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실 나 또한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서 그제와 어제 연속 이틀을 동네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와 독감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은 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아픈 느낌이나 정도가 여느 때와 매우 달라서 스스로 코로나 확진을 확신할 정도였다.
동네 병원에 먼저 전화로 증상을 말씀 드리니 일단은 병원에 와서 실외에서 다시 전화를 걸라고 한다. 병원에 도착해 전화를 거니 간호사가 병원 건물의 복도에 설치한 유증상자를 위한 간이 검사 탁자로 나를 안내한다. 일흔을 넘기신 원장님께서 한결같은 경쾌한 걸음으로 나오시더니 내 코에서 검체를 채취하신다. 검체를 테스트기에 넣어서 5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양성을 알리는 두 줄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이 보인다.
확진 후 보건소에서 온 문자 메시지
원장님은 여느 때와 같은 친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양성이네요.”라면서 처방 기록을 살피시더니 이틀 전 받아 간 감기약을 그대로 먹고, 열이 나면 타이레놀계 해열진통제를 4-6시간 간격으로 한 알씩 먹으라고 하신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감기약은 기침을 줄이는 약, 가래 제거제, 진통제와 위장보호약 각각 한 가지씩이다. 위장 보호약은 일반 감기약이 위장 손상의 위험이 있어서 주신 것인데, 다른 환자들에게도 그리 처방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위 통증으로 종종 동네병원에 간 기록이 있어서 처방해 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각설하고, 확진 소식에 나는 솔직히 두려움보다 뭔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위로는 어르신들이 계시고 아래로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 지난 2년여를 코로나 감염을 피하느라 정말 무진 애를 다 써 왔다. 우리 부부나 아이들보다는 어르신들에 대한 걱정이 컸다. “우리야 젊으니 걸려도 낫겠지, 아이들도 크게 아프지 않고 지나간다는데…”라며 걱정이 덜했지만, 지병이 있으신 가족 내 고령의 어르신들께서 확진되시는 건 상상만 해도 두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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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의 60살 이상 치명률은 0.35%로 같은 달 전체 연령 치명률 0.06%보다 5.83배 높았다.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60살 이상 치명률은 0.87% → 0.56% → 0.40% → 0.34% → 0.35%로 낮아지는 추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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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확진자의 치명률 관련 뉴스(한겨레 2022년 8월 7일자)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가 250km 가까이 되는데, 나는 최대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기차 대신 한동안은 아침, 저녁으로 500km를 운전해서 통근을 하기도 했었다. 운전에 지쳐서 이러다가 길에서 교통사고나 과로사로 죽을 확률이 코로나에 걸려서 죽을 확률보다 높겠다 싶을 때쯤 기차로 갈아탔지만, 기차에 타는 대로 바로 소독약을 뿌리고, 손에는 비닐장갑을, 눈에는 안경을 끼기도 했다. 외식, 약속은 일절 끊었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불가피하게 모여 앉아 있어도 음료수 한 모금 안 마셨다.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고 점심 식사는 거의 연구실에서 혼자 해결했다…
바이러스를 막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그런데 그 코로나를 내가 아닌 부모님께서 먼저 걸리시다니. 정말 알고도 모를 일이지만, 내가 먼저 걸려서 미안해할 일은 없겠다는 홀가분함에, 말도 안 되지만, 이제 올 것이 왔다는 안도감 같은 것도 있는 듯하다.
[코로나 확진 2일차]
오늘은 열 38.4도에 여전히 심한 몸살 증상과 어제보다 좀더 심한 인후 통증이 느껴진다. 열은 어제보다 좀 더 높아졌고 몸살이 심하긴 하나, 독감에 걸렸을 때 전용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먹기 전보다 좀 약한 정도인 것 같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은 분명 아니었다.
친구 한 놈이 단톡방에서 “그냥 감긴데 아프긴 개뿔.”이라고 하는 말에는 정말 옆에 있으면 한 대 때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욱하는 마음을 꾹 참고 “너도 꼭 한 번 걸려 봐.”라는 덕담 아닌 저주를 건네고 말았다. 그래서 그 통증이 어느 정도냐 하면, 자연분만 후 이틀째, 또는 3일째 되는 날 정도의 통증에 비견할 만했다. 자연분만을 보통 인간이 겪는 최대의 물리적 고통이라고들 하는데, 그걸 10으로 치면 코로나 증상으로 겪는 몸살은 4-5 정도가 되겠다. 인후통도 어제보다 심해졌다. 목에 불이 활활 붙고 있는데, 세로로 칼로 좍좍 긁혀 있는 데다가 누군가 계속해서 긁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통증이었다.
가사, 강의 등 일상 생활은 멈추었고, 그래도 약을 먹고 최대한 많이 자면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어제 아침 제주도에 수학 여행을 간 큰애도 어젯밤부터 의심 증상이 있어서 오늘 먼저 돌아오기로 했다. 그 와중에 담임선생님은 일단 음성이 나왔으니 컨디션만 괜찮으면 남은 일정을 소화해도 된다고 말씀하신다.
막내만 아직 건강한데 이 고비를 잘 넘기길 바랄 뿐이다. 혼자 자는 게 무섭고 싫다고 아우성이더니, 아침에 들어가 보니 어린이 과학잡지를 위안 삼아 잠들었나 보다. 온 가족이 확진되었는데도 학교에서는 자가 키트 검사를 해 보고 음성이면 학교에 보내라고 한다. 이제 “with 코로나“라는 말도 필요 없을 만큼, 코로나를 정말 감기 취급을 하는 것 같다.
독서의 또 다른 장점
일주일 전 확진되신 친정 부모님과, 닷새 전에 확진되신 시아버님은 이제 경미한 증상만 남으셔서 참 다행스럽다. 여기 규정에 따르면 코로나 전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는 78세 이상 고령 환자에게만 처방하는데, 그에 따라 친정아버지는 확진 뒤 바로 팍스로비드를 드셔서인지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하신다. 친정어머니는 며칠 모자란 78세, 고령이 아니셔서(좋은 일인지…) 첫 3일은 일반 감기약을 드시고 효과가 없으시다가, 특히 가래와 기침이 심해서 4일째부터는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으셨고 그 뒤로 크게 호전되셨다. 이미 4일째라 호전되신 것인지, 팍스로비드 약효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아버지는 정정하시다지만 팔순이 넘으셨고, 엄마는 고혈압 등의 지병이 있으시며, 시아버님은 3개월 전 뇌출혈로 와병 중이시라 특히 걱정이 컸는데 세 어르신 모두 우리보다 먼저 나으셔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코로나 확진 3일차]
어제 오후부터 열이 내리니 이제 살 만하다. 기침이 시작됐는데, 기침할 때마다 내가 오랜 기관지염이나 폐렴이라도 앓은 것처럼 아주 불쾌한 느낌의 가래맛 같은 것이 느껴지고 구토할 때까지 기침해도 가래는 잘 떨어지지 않는다. 뭐 어쨌거나 다시 요리도 하고, 가벼운 청소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은 할 수 있으니 많이 나은 셈이다.
어제 큰애가 제주도 수학 여행에서 급히 돌아와 확진 2일차 판정을 받고 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데, 막내만 멀쩡하다. 막내는 맨날 안고 얼굴을 부비고 뽀뽀했는데도 안 걸렸는데, 사춘기인 큰애와는 대화도 적은데 어쩌다 걸린 것인지 알고도 모르겠다. .
그나저나 만 여덟 살이 채 안 된 막내는 혼자 자는 게 싫고 무섭다며 힘들어한다. 잘 때만 되면 “아빠, 아빠~”하며 홀리듯 아빠를 불러서는 같이 자는 녀석인데, 이 참에 수면 독립에 성공했으면 좋겠지만… 어젯밤은 새벽 세 시에 깨서 한 시간을 앙앙 울었다. 그러는 아이와 2미터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낀 채 쇠를 긁는 목소리로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사랑한다고, 엄마, 아빠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어르고 달랬으나 그게 만 7세 아이의 외로움이나 두려움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교하는 아이가 걱정돼서 담임 선생님께 장편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담임 선생님의 “고생이 많으십니다ㅠㅠ”라는 한 마디가 주는 위로가 컸다.
둘째의 담임 선생님과 주고받은 문자
이번 일을 겪으면서 무엇보다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들께 참 감사하고, 우리 아이들이 올해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그저께 저녁부터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인 우리 큰애를 위해 선생님들께서 분주히 움직여서 급히 티켓팅을 하고 어제는 전담 선생님 한 분이 특별히 배정되어 제주도에서 집까지 데려다 주신 것도 그렇고, 요 며칠 우리집 상황을 잘 아는 막내네 담임선생님도 그렇고… 우리 아이들에게 가족 말고도 안전망이 겹겹이 있는 것 같아서 참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