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퍼 아르날즈 (Ólafur Arnalds),
그 분이 또 월드투어를 한단다.
올해에는 월드투어 보다는 유럽 투어에 가까운 스케줄이지만.

 

그 중 눈에 띄는 한 곳: Copenhagen, DR Koncerthuset.
2019년, 내가 발렌타인 이브를 보냈던 곳이다. 

https://olafurarnalds.com/tour-dates/ 

친구의 초대로 베이징 국립 경기장 "새둥지(鸟巢)"에서 딱히 관심 없던 MayDay(五月天) 밴드 콘서트를 본 걸 빼면, 생애 처음으로 좋아하는 음악가의 콘서트에 간 경험이다, 나 혼자. 

그래서 발렌타인 이브를 올라퍼와 함께 보냈다고 기분 좋게 기억을 했다. 

북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조용한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으니 내가 어떻게 이렇게 "덜 알려진" 음악가를 좋아하게 됐는지 써보려고 한다. 나만 알고싶으면서도 온 세상에 알려졌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으로. 

  • 올라퍼인가? 
  • 어떤 올라퍼인가? 
  • 아직도 올라퍼인가? 

1/3 왜 올라퍼인가? 

2013년 잘못된 직장 선택 때문에 갑자기 내리게 된 프랑스 유학 결정. 사직, 시험 준비, 학교 신청, 면접… 합격하고 나서 미친 듯이 영어, 불어 공부를 했던 적이 있다.

자주 듣던 노래는 노래 어플에서 추천해주는 "아무 노래"들. 

유학을 앞두고 한가하면서도 바쁘게 보내는 백수생활 중, 언어공부 사이트(Tinder가 아닌 진짜 언어교환이 목적인 곳)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 내 노래 취향을 물었다. "아무 노래"들을 보내주자 긴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올라퍼의 노래를 보내줬다. 

 별 기대 없이 찾아 들었던 올라퍼 음악. 그때 들었던 첫 음악이 "Living Room Songs" 음반의 "Tomorrow's Song"이다. 

https://olafurarnalds.com/works/

조용한 피아노 음악이다. 

사이사이 "찍-찌이이익-" 문 여닫는 소리를 연상케 하는, 낡은 피아노 발판 누르는 소리가 섞인 듯한 음악, "첫 귀에 반할"만한 노래는 아니었다. 

클릭하면 열리는 새 탭에서 음악을 바로 들을 수 있다.하지만, 듣다 보니 점차 마음이 평온해 짐을 느꼈다.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아무 생각 없이 듣다 보면 행복하게 차분해 지는 그 기분. 

떠들썩한 도시 소음에 부대끼다 갑자기 삼림 속 아늑한 나무집에서, 화로에 불을 지피고 흔들의자에 앉아 타들어가는 장작을 바라보며, 나무로 만들어진 집 특유의 향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띈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땐 레드와인을 한창 즐길 때라 상상 속 나는 레드와인 한 잔을 들고 있겠지. 

2014년 초반엔 아직 외국에 가본 적도 없었지만, 단순히 아이슬란드 음악가인 올라퍼의 음악을 들으면서 난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키워갔었고, 그 뒤 실제로 몇 번 다녀왔었던 북유럽은 환상과 다름 없이 평온하고 조용한 곳이 많았다. 

올라퍼 콘서트 보러 갔던 2019년 2월 사진들

2/3 어떤 올라퍼인가? 

올라퍼 아르날즈(Ólafur Arnalds)는 1986년 11월 3일생으로 아이슬란드의 Mosfellsbaer에서 태어난 아이슬란드의 연주가이자 작곡가이다. 

벅스 사이트에 정리된 올라퍼의 모 음반 소개를 보면, 아이슬란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포스트 클래시컬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로 여겨진다고 한다. Erased Tapes를 통해 "Eulogy for Evolution", "…And They Have Escaped the Weight of Darkness", 거실에서 녹음했다고 하는 개인 프로젝트 "Living Room Songs" 그리고 닐스 프람과의 콜라보래이션 등 다양한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앨런 바킨 주연의 영화 "Another Happy Day"와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의 무대에도 음악을 제공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Instagram: Olafurarnalds

차분함이 담긴 얼굴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눈빛, 표정 및 스타일까지 편안한 친구 느낌이 다분하다. 인스타그램 영상과 콘서트를 통해 확인한 목소리는 매력적인 중저음은 아니지만, 수줍은 목소리에 스모키함이 더해진 느낌이다. 아이슬란드 억양이 섞여 살짝 어눌한 영어 발음이 개성을 더한다. 

DR Koncerthuset, Copenhagen. 힘들게 찍은 올라퍼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3/3 아직도 올라퍼인가? 

Playlist에서 빠진 적이 없었으니 아직도 올라퍼 맞다. 

2018년, 2019년 NetEase Music (网易云音乐) 앱으로 들었던 음악 Top 10

2020년부터 애플음악 앱을 사용하며 연도별 통계는 받지 않았다. Playlist에 라틴음악과 재즈가 점점 더 많이 섞여짐에 따라 예전에 비해 올라퍼 음악을 듣는 빈도는 낮아진 것 같지만, 아직도 가끔씩 찾아 듣게 되는 안 질리는 음악임은 분명하다. 

"우울한 행복" 느낌의 "Saman", "We Contain Multitudes". 

감성에 젖고 싶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 듣는다. 

클릭하면 열리는 새 탭에서 들을 수도 있지만 음질이 그닥 좋지 않은 편이다.

"차오르는 행복" 느낌의 "Re:member" (뒷부분), "Ekki Hugsa". 

이유 없이 희망에 마음이 벅차고 싶을때. 흑백 세계에 무지개빛 뭔가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때. 특히 콘서트 현장 첫 곡이자 마지막 곡이었던 Re:member은 뒷부분을 듣기만 해도 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귀찮은 분들은 클릭으로,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음악 앱에서 검색 바람.

제일 처음 들었던 "Tomorrow's Song"과 같은 음반에 수록된 "Lag Fyrir Ommu"는 멜로디도 좋지만 뜻 또한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단어를 바꾸고 어법에 맞춰 위챗 상태메시지에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위챗에 표기된 지역을 아이슬란드로 바꿀 때 난 상태메시지 내용을 아이슬란드어로 바꾸는 패기를 보여줬다.) 

외국문화 사연이 담긴 "Nyepi"라는 노래도 있다. 아이슬란드 사람이 어쩌다가 인도네시아 명절이름을 딴 노래를 만들게 됐을까? (난 안다, 콘서트에서 설명해줬으니.) 

피아노 소리를 너무 들었다 싶으면 피아노 선율과 목소리의 조합이 잘 된 "Particles", "Take My Leave of You"…

추천하고 싶은 올라퍼 음악이 30여개는 되는 듯 하다. 음반만 해도 이렇게 많으니. https://olafurarnalds.com/works/

Solo Work 음반Collaboration 음반

Film / Art 음반

올라퍼의 노래를 듣다 보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Derek Walcott의 "Love After Love".

The time will come
when, with elation
you will greet yourself arriving
at your own door, in your own mirror
and each will smile at the other's welcome,

and say, sit here. Eat.
You will love again the stranger who was your self.
Give wine. Give bread. Give back your heart
to itself, to the stranger who has loved you

all your life, whom you ignored
for another, who knows you by heart.
Take down the love letters from the bookshelf,

the photographs, the desperate notes,
peel your own image from the mirror.
Sit. Feast on your life.

다시 한번 "Tomorrow's Song"을 들으며 했던 상상에 빠진다. 

삼림 속 아늑한 나무집에서, 화로에 불을 지피고 흔들의자에 앉아 타들어가는 장작을 바라보며, 나무로 만들어진 집 특유의 향을 느끼며 옅은 미소를 띈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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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현

본명 아니고 필명 맞습니다 :D / Instagram: k_onthe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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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제는 슬픈 멜로디만 들었는데 목소리와 결합된 노래도 들어봐야겠어요~! 앗 그리고 마지막에 올려준 시에 “You will love again the stranger who was your self.” 시구에 꽂혔다고 고백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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