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시기질투가 가득 차있어.

나의 이야기에는 시시한 질투에 흔들리지 않을 행복을 촘촘히 입혀보려 한다. ‘큰 행복’만 고집하기보다는,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면서, 올곧고 따뜻한 시선으로, 온전히 나로 인해 쓰여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자주색은 어떤 색일까? 레드와인이랑 같은 색? 가지랑 비슷한 색? 색을 다루는 전문가들은 이런 엉터리 접근에 발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주색이 어떤 색깔인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고 한 질문이 아니다. 나에겐 자주색이 가지를 떠올리게 하는 색깔임을 고백하고 싶었다.

자주색이 도는 가지를 나는 좋아했다.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가지가 밥상에 등장했다. 이른 아침 직접 가꾼 채소밭에서 따온 가지로 어머니는 나에게 가지볶음을 해주셨다. 가지는 허망 피는 꽃이 없이, 열리는 꽃마다 무조건 가지가 달린다고 한다. 딸이 가지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 100점 맞기를 바라셨던 어머니의 마음과, 어머니에게 100점을 안겨드리고 싶어 가지볶음을 싹싹 긁어 먹었던 딸의 마음은 애틋함으로 가득하다. 가지볶음에서 모락모락 나는 김처럼 따뜻한 마음들이다. (가지볶음이 부리는 마법은 놀라웠다. 진짜 100점을 받은 적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딱 한번 뿐이라는 사실과, 그럼에도 가지볶음의 말도 안되는 허술한 마법을 믿는 순진함이다…)

나는 추억으로 소환된 낡은 기억의 한 조각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사소해서 더 소중한 행복들과 다시 마주했다. 아침을 깨우는 집밥 냄새와, 수저를 놓는 잘그랑 소리, 배부른데 한입만 더 먹어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며,  허겁지겁 학교로 향하는 등교길의 아침 햇살까지. 존재 자체만으로 행복인 것들인데 이제서야 알아챘다.

그동안 행복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동정인지, 동질감인지 모를 감정을 느껴서 담담해지는 한편, 속으로 빌었다. 자신을 기만하지 말고 진심으로 행복해지자고, 너도 나도. 그런가 하면, 애쓰지 않아도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같이 있는 사람까지도 행복해지게 하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같이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져서 좋다가도, 나혼자 있으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초라함을 느낀다. 괜히 삐딱한 생각에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행복하려고 아둥바둥 거리는 나의 초라함을, 남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그들의 특별함과 비교하면서 몰랐던 감정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는, 질투라는 얄궂은 감정이었다*.

질투는 힘들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스스로를 부정하며 괴롭히는 고약한 감정이었다. 힘들 만큼 힘들고 나면 괜찮아지는 감정이 아니었다. 틈틈이, 힘드니 무너지라고 등을 떠밀며 깊숙한 어둠속으로 빠지게 하는 감정이었다. 질투를 끊어버리지 않으면, 질투는 곁을 알짱대며 틈을 노릴 것이다. 질투 때문에 지금의 행복은 커녕 과거의 행복마저 놓칠 뻔 했다. 그런 어리석음을 범하기 전에 내맘에서 질투를 몰아낸 것은 참으로 다행인 일이다. 색 바랜 추억 하나가 행복한 추억으로 탈바꿈하면서 질투에서 벗어나도록 힘을 지탱해 주었기에 몰아낼 수 있었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에는 시시한 질투에 흔들리지 않을 행복을 촘촘히 입혀보려 한다. ‘큰 행복’만 고집하기보다는,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면서**, 올곧고 따뜻한 시선으로, 온전히 나로 인해 쓰여지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 “몰랐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 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낄 수도 있고, 별 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손원평 <아몬드> 중

** “가장 행복해지는 방법은 ‘큰 행복’이 아니라, ‘작은 행복’을 자주 느끼는 것이라고.” 

-백영옥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 중.


썸네일 By 인공: https://grafolio.naver.com/works/450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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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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