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결혼식

022_당신은 과거 약혼자의 결혼식에서 요리사들이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채광창으로 내려다 보고 있다.(글쓰기 좋은 질문 642)


그놈의 결혼식에 왔다. 10년간 사귀던 나랑은 끝내야만 했고 새로 만난 그년이랑은 만난지 1년도 안돼 결혼해야만 했다? 어떤 년이길래… 나보다 예뻐? 젊어? 섹시해? 돈 많아? 정작 실물을 보니 나보다 뭐 딱히 잘난데가 없다. 싱겁다.

주례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배가 고프다. 레이저처럼 두 연놈의 뒤통수에 꽂혀있던 내 시선은 복도 채광창 밑으로 보이는 주방 쪽으로 향한다. 

주방 왼쪽 편의 큰 솥에서는 갈비탕이 설설 끓고 있다. 요리사가 양손에 집게 두 개를 들고 오더니 갈비가 잘 익었나 집어 본다. 뼈가 쏙 하니 고기에서 분리된다. 요리사가 만족스러운 듯 집게를 내려놓더니 손질해둔 전복이랑 대파를 넣는다. 그러고 이삼분 지났을까, 후춧가루인지 소금인지 양념으로 마무리를 한다. 전복갈비탕 완성! 

아… 갈비가 억울하겠네. 전복갈비탕이 완성되기까지 갈비는 초벌 삶기, 찬물에 씻기, 그리고 푹 삶기까지 몇 시간이 필요한데 전복은 고작 몇 분 전에 넣으면 끝이라니. 뭐 각자 가장 맛있는 타이밍을 맞추려니 어쩔 수 없지만……

갑자기 영화 속 대사 하나가 떠오른다. ‘연애는 방귀고 결혼은 똥이야. 그냥 실컷 방귀 뀌다가 똥 마려울 때 결혼하는 거야.’

나와 그놈은 똥 마려울 때가 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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