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감자로 한 음식을 아주 좋아하는 이른바 '감제뚜거리'였다. 그 중에서 지금은 남쪽 어휘의 범람적 유입으로 감자전으로 많이 불리는, 연변에서는 아직도 '감제지지미'로 말 창고의 한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음식이었다. 그 얘기는 다른 기회에 풀어 보기로 하고. 

감제지지미가 거의 각 잡고 만들어야 하는 요리인 느낌인 반면, 그보다는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었던 감자 음식이 바로 감제가마치였다. (얼마전 어떤 연변말 설문조사에 사진이 나왔었는데, 개인적인 연변말 발음은 '감가마치'이다)

그렇다, 누룽지를 연변에서는 가마치라고 불렀다. 바삭하게 말렸든 포근하게 수분기가 남아있든, 감제가마치는 언제나 일등 간식이었다. 질이 좋기로 소문난 '조선가매'(철가마)에 얇은 감자를 한벌 깔아 밥을 짓고 밥을 다 퍼담으면 감자누룽지가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데 그대로 긁어내면 수분이 있어 주먹밥처럼 주먹가마치로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었고, 좀 더 열을 더하여 말리면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납작가마치가 까드등까드등 소리와 함께 그릇을 비우곤 했다. 

그런 나를 닮아서인지 우리 딸애도 작은 '감제뚜거리'이다. 감자밥도 좋아하고 감자누룽지 즉 감제가마치라면 오금을 못쓴다. 이제는 아빠인 내가 먹을 분량은 별로 없다. 그래도 배가 부른게 아빠 마음이겠지. 

위에서도 잠깐 나왔지만 조선가매가 있어야 '가마치'가 앉을텐데, 전기밥솥만 있는 요즘 세월에 누룽지를 먹기란 또다른 사치가 돼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아니 어제 저녁, 딸애와 함께 마트에 다녀온 아내는 애가 감자밥을 먹겠다고 했다며 주방에서 저녁준비를 시작했다. 얼마 뒤 밥상에 오른건 감자밥과 함께 노오롷게 빛깔이 오른 감제가마치가 아닌가! 전혀 생각지 않은 타이밍에 등장한 터라 본의 아닌 서프라이즈. 조금 떼어내 맛을 보니, 바로 이 맛 아입니까, 아니 딱 이맛이재!

물어보니 너무 간단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그 만드는 과정을 여기 적어 본다. 이 맛이 그리운 분들은 한번 해보시길. 

1. 가마를 준비한다. 

[포인트 1] 뿌잔궈(눌러붙지 않는 코팅 프라이팬)를 쓰면 안되고 스테인리스불수강 같은 가마를 쓰는게 첫 번째 관건 포인트. 납작한 것보다는 옴폭한 것을 추천. 

2. 가마에 솔로 참기름을 한번 바른다. (다른 기름도 오케이)

[포인트 2] 한번 기름칠을 해두는게 두 번째 포인트. 그래야 타지 않고 마지막에 누룽지가마치가 완벽하게 떨어져 나옴.  

3. 감자를 납작썰기(나박썰기라고도)해서 준비해 둠. 

[여기서 팁!] 포인트까진 아닐지 모르나, 썬 감자를 한번 물에 헹구어 여분의 녹말전분을 씻어낸다. 들러붙어 타거나 할 확률이 낮아짐

4. 준비한 감자 칩을 가마에 한벌 깔아준다. 남으면 두겹 세겹 계속 깔아도 됨. (자연스레 감자밥이 된다는😎)

5. 쌀을 씻어서 그 위에 붓는다. 쌀물은 평소 밥 지을 때보다 조금 적다 하게 맞춘다. (물이 너무 적으면 쌀이 익지 않음. 전기밥솥보다 수증기로 많이 날아가기에 너무 적을 필요 없음)

6. 중불로 가열하다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조절. 

7. 밥이 다 되면 가마  맨 밑의 한 층만 제외하고 밥을 다 퍼낸다. 퍼낸 부분은 감자밥으로 즐김. (밥을 너무 빡빡 다 퍼내려 말자)

겉절이랑은 딱이지

8. 남은 누룽지 부분을 약불에 조금만 더 가열한다. 노란 색이 살짝 누런 색이 보일까 하면 불은 끈다. 

 

[포인트 3] 뚜껑을 열어두는 것이 관건. 

이상 끝. 헐하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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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돌다가 고전과 씨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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