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독버섯(毒蘑菇)사건

    할머니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이야기하다 보니, 너의 외가 쪽의 가슴 저릿한 운명 같은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구나. 이건 우리 김씨 집안의 역사와는 또 다른 줄기지만, 너의 엄마가 존재하기 위해 얼마나 큰 천운이 따랐는지 꼭 알아야 할 것 같아 기록으로 남겨본다. 1978년, 당시 도문시 량수진 석두촌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른바 ‘독버섯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네 엄마의 외갓집 식구들이었단다.

    이야기의 시작은 너의 외증조할아버지(外曾祖父) 때로, 즉 너의 엄마의 외할어버지로 거슬러 올라가게 되는데 … 외증조할아버지는 항미원조 전쟁에도 참전하셨던 용맹한 군인이셨고, 1960년대에는 화룡시 공안국 국장까지 지내신 대단한 분이셨지. 하지만 문화대혁명이라는 거센 풍랑을 피하지 못하고 박해를 받아 쫓겨나듯 석두촌 마을로 내려와 살게 되셨단다. 당시 외증조부모님 슬하에는 3남 2녀의 대가족이 있었는데, 큰딸인 네 외할머니와 큰아들은 이미 출가해서 따로 살고 있었지. 

    자, 그럼 여기서 깜짝 퀴즈 하나! 당시 외증조부모님 댁에는 총 몇 명이 살고 있었을까?

    집주인인 외증조부모님 두 분, 아직 장가 안 간 네 엄마의 외삼촌 두 분, 그리고 외숙모 한 분, 여기에 마지막 보너스! 당시 외갓집에서 손주들 중 제일 첫정이라며 끔찍이 귀여움을 받던 꼬마 시절의 네 엄마까지 있었으니… 정답은? 그래, 맞어! 총 여섯 식구가 한 지붕 아래 북적이며 살고 있었단다.

    운명의 그날은 1978년, 여름이 막 지나가던 어느 날, 길림성의 작은 도시에서 공안국장 부인으로만 사셨던 외증조할머니는 농사일이나 산나물에는 영 젬병이셨다. 그런데 그날따라 가족들에게 별미를 해주고 싶으셨는지 홀로 산에 가셔서 바구니 가득 이름 모를 버섯들을 채집해 오셨단다. 저녁 식사 준비가 한창이던 그때, 평소엔 순둥이 같던 네 엄마가 갑자기 귀신이라도 본 듯 "나 지금 당장 우리 집(외할머니 댁) 갈래!"라며 자지러지게 울며 생떼를 쓰기 시작했단다. 아무리 달래도 안 통하니 결국 외숙모가  엄마를 데리고 량수 남대에 있는 큰 언니네 집으로 길을 나섰지. 그 덕에 두 사람은 죽음의 식탁을 피할 수 있었단다. 그뿐만이 아니라 량수학교에서 돌아오던 둘째 삼촌도 마침 큰형님 집에 들러 밥을 먹고 오는 바람에 요행히 화를 면했단다.

    결국 그날 저녁, 집을 지키던 외증조할아버지와 외증조할머니, 그리고 막내 삼촌까지 세 분은 그 독버섯을 드시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셨단다. 중국 동북 지역 산에는 식용인 느타리나 송이와 판박이처럼 생긴 맹독 버섯이 지천이었다고 사람들은 지금도 말한단다. 그날 네 엄마가 떼를 쓴 건 천지신명이 도운 것이라고, 그렇게 저승사자의 손아귀를 빠져나와 기적처럼 살아남은 꼬마가 자라서 지금의 너의 엄마가 된 것이란다. 한 집안의 비극이자 동시에 가장 위대한 생존의 기록인 이 이야기를 들으니, 지금 너를 낳아준 엄마가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다시 한번 느껴지지 않니?

「 1.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
   2. 1부2처(一夫二妻)
   3. 중국해방 그리고 …
   4. 악운(噩运)
   5. 홍진(天然痘) 바이러스
   6. 문화대혁명
   7. 수북(水北)과 할머니의 흉터

つづ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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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가을

남은 시간 ... 한땀한땀 걸어 온 길과 주변에 들은 이야기들을 글로 꾸며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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