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뭘 대달라고?”

순자는 귀를 의심했다.

“다른 집들도 다 대준다 그러던데…”

지도 민망했는지 아들놈은 순자의 눈길도 피한채 말끝을 흐렸다.

“허허허허”

순자는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며느리가 퇴원한 이튿날로 아들내외가 ‘폭탄’을 투하할줄은 몰랐다.

“엄마가 봐주면 좋지만 외할머니때문에 그럴수도 없는 상황이잖아요. 마누라가 이 참에 사표 내고 들어앉겠대. 안 그래도 수입이 반으로 줄었는데 살림하는 아줌마까지 새로 들이려면 내 월급만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

“이 놈아, 키울 능력도 안 되면서 낳긴 왜 낳았냐? ”

각오했던 일이지만 순자는 부아가 치밀어서 견딜수가 없었다.

“달마다 빠지는 아파트 대출금과 이자만으로도 허리가 휠 지경이라구요. 아니면 엄마가 애 봐줘요. 할머니는 외삼촌한테 모시라 그러고. ”

“이 놈이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

“그럼 어쩌라구요? 우리도 벌어야 살꺼 아니예요! 요즘은 애 하나에 6명이 달라붙는 세월인데. 장모님은 외국에 나가 계시지. 엄마는 외할머니 때문에 그럴 상황이 아니지. 그래서 우리끼리 키울테니 보모 들이는 비용만 좀 대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사정을 빤히 다 아는 아들이 이렇게 나올줄 몰랐다.

사실 순자는 ‘해방’된지 얼마 안된 상태였다. 딸내미네 손주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딸 내외와 아직 독립 못한 아들까지 90평 남짓한 집에서 ‘무급’으로  베이비시터와 집안일까지 도맡아 했던것이다. 덕분에 아침이면 집은 항상 전쟁터였다. 순자의 희생덕분에 딸 내외는 육아를 둘러싼 부부싸움 한번 없이 화목하게 지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년로한 어머니를 시골에 홀로 둘수 없어 집에 모셔옴으로써 비로서 그 북새통에서 ‘탈출’할수 있었다. 그것도 여동생이 새로 산 아파트를 어머니를 모실 공간으로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무늬뿐인 해방이였다. 딸은 남편 장사를 돕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주말저녁이면 다시 딸을 순자네 집에 데려다 놓았다. 가게일 때문일때도 있지만 다섯번의 한번은 지들끼리 여행갈때도 있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얼마전에 모셔온 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셔서 자리보존하고 누워있는 바람에 똥,오줌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였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놈까지 거들줄이야.

“그럼 지 혼자 볼수는 있고?”

“본대요. 요즘엔 인터넷이 발달해서 검색하면 웬만한 정보는다 있어요.”

“일단 알았다. 좀 생각을 해보자.”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든 순자는 가만히 누워서 지금까지 아들놈한테 들어간 돈을 계산해보았다. 사실 그녀는 아들한테 최선을 다했다. 성적이 안 되는 애를 굳이 일반학교에서 중점고중으로 편입시키느라 18000원이란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랴? 수준 높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들은 전문대에도 못 붙었다. 그나마 교육국에서 힘깨나 쓰는 조카덕분에 충원이 덜 된 모 사립대학에 겨우 꼽사리 껴서 들어갈수 있었다. 순자가 정확한 얘기를 안 한 관계로 주위에서도 액수를 짐작만 할뿐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만단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게 아들은 졸업할떄까지 순 학비로만 10만원을 훌쩍 넘게 해드셨다.

그렇게 꾸역꾸역 졸업은 했는데 이제는 취직이 또 문제다. 그래도 남자는 안정적인 직업이 가져야 한다며 본인도 가족들도 모두 공무원에 합격하기를 바랬다. 해서 그는 족집계라는 학원에 몇달에 몇만원씩 하는 강의료를 내고 수강 신청을 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운이 안 따라줬던건지 아들애는 항상 필기에서 1등을 했지만 최종 면접에서는 번번이 미끄러졌다. 차라리 필기도 떨어지던가. 공무원시험학원 홍보 포스터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필기에서 떨어지면 전액을 환불 받는다. 하지만 최종면접까지 올라갔다 떨어지면 최대 절반밖에 환불받지 못한다. 한 5번 도전했나? 아깝게도 아들은 번번이 수강료만 날렸다.

“에잇! 내가 다시는 그놈의 시험 보나봐라.”

아들은 이제 공무원이나 사업단위에는 깨끗이 미련을 버렸다. 대신 적당한 회사를 찾아 성실하게 출근했다.

하지만 취직이 끝이 아니였다. 남자는 가정이 있어야 안정된다고 이제 나이도 있는데 결혼도 시켜줘야 될거 아닌가? 오래 사귄 여자친구도 있고. 순자는 남편이 10년 넘게 한국에서 번 돈으로 아들한테 근사한 결혼식을 치뤄줬다. 100평이 넘는 아파트를 신혼살림으로 내줬고 출퇴근하기 편하라고 18만원짜리 벤츠도 사줬다. 또 요즘은 남들 다 하는거라며 인당 2만원씩 쥐여주어  가장 핫 하다는 발리로 9박 10일 간 신혼여행도 보내주었다. 이일로 보다 못한 손위시누이한테서 한소리 듣기까지 했다.

“훈이 어째 그리 철이 없소 야? 지 애비 그렇게 힘들게 번 돈을 그리 망탕 쓰면 어쩌오? 에구 쯧쯔.”

“어우, 형님네 같은 아들들이 몇이나 있다구 그럽니까? 우리 훈이를 어찌 거기가 비하냐 말입니다?”

아무리 맞는 말이라도 내 자식 욕을 남이 하는 꼴은 못 보는게 부모다.

시누이네 아들이 바로 아까 위에 언급했던 훈이를 사립학교로 붙여준 장본인이다. 참고로시누이네 아들은 훈훈한 외모와 좋은 머리와 든든한 처가를 둔 덕(가만 보면 세상 참 불공평하다.어떻게 한사람한테 이정도로 몰빵(?)을 할수가 있지?) 에 땡전 한푼 안 들이고 결혼할수 있었다. 안 그래도 맨날 그 집 아들과 비교돼서 자존심이 상하던 차에 시누이가 정곡을 찌른것이다.

그런 아들이 이젠 지 자식 키우는 보모비까지 대달란다. 사실 지금도 순자는 아들이 쌀 살 돈이 없을까봐 틈틈이 쌀도 보내주고 겨울이 되면 추울세라 난방비도 대신 내준다. 며칠전에도 며느리가 아들 낳느라 수고했다고 만원을 현금다발로 척 안겨주고 왔다. 생각할수록 괘씸하기 그지없다. 일단 내일 다시 생각하자며 순자는 애써 잠을 청했다.

이튿날 아침, 밥 숟가락을 놓자 마자 순자는 아들네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산후휴가중인 며느리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예.어머니.”

염치는 있는지 며느리는 기여들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그래. 어제 생각해봤다. 네가 확실히 결정해라. 애를 볼건지 말건지. 만약 니가 보겠다면 내가 보모비 대주마. 니가 못 보겠다면 애를 우리 집으로 데려와라. 그럼 내가 할머니를 양로원으로 보내마.”

“…”

며느리는 대답이 없었다.

“오늘 저녁까지 잘 생각해보고 내일까지 답을 해라.”

“예.어머니.”

전화를 끊고 순자는 바로 시골에 있는 남동생한테 전화를 걸었다.

“야,누나 어쩐일이요?”

“어,그게 말이다…”

순자는 일의 자초지종을 빠짐없이 동생한테 얘기했다.

“야,그래서 엄마를 양로원으로 모시자구?”

“며느리가 정 못 보겠다면 엄마를 양로원으로 모실수밖에 없지 않니?”

사실 말이지만 이 오래비란 위인도 도리깨아들이다. 그 동안 돈 번답시고 한국에 가있으면서 며느리랑 세트로 코빼기 한번 보인적 없다. 언제 한번 부모님 앞으로 생활비 한번 부친적이 없다. 몇년에 한번 돌아올 때에도 부모님한테 손 벌리기 바빴다. 순자가 시골로 사흘에 한번 꼴로 부모님 밥 해 나르고 청소다 빨래다 하며 바삐 돌아칠때에도 전화 한통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를 모신다는 명목으로 귀국해서는 아버지 사망보험금을 홀랑 가로채갔다. 그런데 어머니가 허리를 다치시자 올케가 어머니를 못 모시겠다고 드러누워버렸다. 동생은 꼭 아들이 모셔야 맛이냐며 재빠르게 태세전환 했다. 마침 홍수가 져서 시골마을에 있는 집들이 모두 물에 잠기는 바람에 어머니가 사시던 집도 새로 공사를 하게 되자 남동생은 이때다 싶어 누나한테 얼른 어머니를 모셔가라고 등 떠밀었다. 집에 굴내가 나서 어머니 혼자 계시다가는 무슨 사단이 날지 모른다면서.

왜 옛날 사람들은 (지금도 그런 풍조가 조금은 남아있지만) 그렇게 아들,아들 노래를 불렀을까? 이런 아들이 뭐가 이쁘다고 어머니는 딸네 집으로 온 후로 하루가 멀다하고 순자한테 손을 내밀었다. 한국 과자 먹고 싶다, 초콜릿 먹고 싶다, 이유도 가지각색이였다. 순자도 그 속내를 모르는 바는 아니였다. 부모님이 계시던 마을은 워낙 시골이여서 돈이 있어도 쓸데가 없는 곳이였다. 때문에 부모님의 퇴직금은 꽤 많이 쌓여있었다.아직도 어머니는 자식들이나 손군들이 놀러 오면 적잖은 용돈을 쥐여주곤 한다. 또 옛날 어르신들이 으레 그렇듯 순자네 부모님도 딸의 입에 것을 빼내여 아들 입에 넣어주는 그런 노인들이였다. 순자네 집으로 온 후로 어머니는 퇴직금 통장을 아예 베고 주무셨다. 깨여있을 때에도 어딘가가 꽁꽁 숨겨놓으셨다. 나 죽으면 이거 아들 줄거라면서.

“여기도 양로원 많은데, 내가 알아볼까?”

“거기가 아무리 좋아도 시설이 여기만 하겠니. 내가 다 알아봤다. 여기 양로원 좋은데는 한달에 3~4000한다더라. 만약 가게 되면 어머니 퇴직금에 아버지가 남기고 간 돈을 조금씩 보태면 된다. 그러니까 그 통장에 들어있는 돈 모두 내 통장으로 옮겨놔라.”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길수는 없는 노릇이다.

“…”

“너 그 돈 욕심내지 마라. 그거 아버지 어머니 안 잡숫고 안 입으면서 모은 돈이다.ㅊ니가 지금껏 부모님한테 해드린게 뭐가 있니?”

“누가 뭐라오?”

“그래.며느리한테 전화오면 다시 얘기하자.”

“야.”

전화를 끊고 순자는 살금살금 어머니 방으로 걸어갔다. 아까 잠드신것을 확인하고 통화를 하긴 했다만 그래도 혹시 모를 일이다.

“어머이 잠두?”

어머니는 한창 티비를 크게 틀어놓고 가요프로를 보고계셨다. 옆에는 거의 다 비운 과자봉지가 놓여있었다. 통화내용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박수까지 쳐가며 즐거워하셨다.

“저,어머이…”

순자는 도무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즐거워시는 얼굴에 대고 양로원으로 가라는 말을 도저히 할수가 없었다.

“그래, 며느리는 애를 보겠다니?”

두둥!  어머니는 모두 듣고계셨다.

“아직 결정 못했다꾸마.”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요즘 양로원은 시설도 좋다꾸마. 내 딸네 아두 봐줬는데 아들네 아두 봐줘야 되지 않겠슴두?”

순자는 말해 놓고 어머니 눈치를 살폈다. 사실 그도 마음이 편한것은 아니였다.

“내일 며느리 뭐라 하는지 보자. 훈이 처 애를 못 보겠다면 내가 양로원으로 가마.”

“그러깁소.”

사실 순자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일이였다. 하지만 뾰족한수가 없는 그로서는 어쩔수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부모님 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한것이다.

순자는 또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다.

이튿날 ,아들 내외는 전화 하는 대신 이른 아침 직접 시댁을 방문했다. 하지만 순자는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쭈뼜쭈뼜 서로 눈길만 주고 받았다.

“그래,결정 했니?”

보다 못한 순자가 먼저 입을 뗐다.

“예,어머님. 애는 어머님이 봐주세요. 저는 출근하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님이 주시는 돈을 받겠습니까? 마음 불편해서.”

“알았다. 너 출산휴가가 11월까지지?”

“예.”

“그럼 출근 전날 애를 데려다 놔라. 그 전에 할머니 양로원 보내마.”

“엄마두 좀 쉬여야지.할머니는 8월에 양로원 보내구 엄마는 한 둬 달동안 푹 쉬면서 몸 추스리며 우리 애 볼 준비 해야지.”

(참 끔찍이도 에미를 위한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마. 니들은 신경쓰지 말고 얘 몸조리나 잘 시켜.”

“알았어요. 고마워요 엄마.”

아들 놈은 입이 귀가에 걸려있었다.

(좋냐? 이 놈아.)

순자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싱글벙글 웃으로 집에 돌아갔다.

두 사람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온 순자는 놀라운 풍경을 목격했다. 허리에 금이 가서 바로 어제까지도 앉은 걸음으로 이동하거나 휠체어에 의지해서만 운신을 하시던 어머니가 비록 느린 걸음이긴 하나 목발을 짚고 걸으시는것이 아닌가? 화장실 가는것도 힘들어서 기저귀를 차고 순자가 똥오줌을 받아내지 않았는가?

“어머이? 걸을수 있겠슴두?”

“봐라 이렇게 걸재? 이러면 니가 애를  봐도 내 양로원 안가두 되지 ?”

“그래재쿠,어머이 운신할수 있으면 양로원 안 보내꾸마.그러니 많이 걸읍소.”

사람의 의지란 실로 놀랍지 않은가? 순자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짠하기도 했다.

“어째 어제는 양로원 가겠다더니 오늘은 마음이 바꼈음두?”

“니가 보내겠다니 할수 없이 그러마 한거지. 세상에 양로원 가구 싶어하는 사람이 어딨니?”

순자는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겨우 참았다.

이로써 현대판 고려장은 미수로 막을 내렸다.

동생은 아버지 사망보험금과 퇴직금을 계좌이체 했다고 알려왔다. 이젠 엄마가 돌아가셔도 우리는 모른다는 소리와 함께.

점심 먹고 한숨 돌리려는데  딸 한테서 전화가 왔다. 결말이 꽤나 궁금했던 모양이다. 순자는 사건 경위를 상세히 딸한테 알려주었다.

“어우 걔는 지 애는 지들이 알아서 할것이지.엄마 힘들게.”

정녕 모든 개구리들은 올챙이적 생각을 못하는것인가?

“엄마 나두 둘째 가질까? 사람은 형제가 있어야 돼. 우리 은주 혼자면 이담에 얼마나 외롭겠어? 나두 훈이가 있으니 외롭지도 않고 서로 의지도 되고 얼마나 좋아?”

쯧쯔,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렸다. 순자는 어제의 분노까지 끌어모아 딸한테 퍼부었다.

“시끄러 이년아! 그게 니들한테나 좋지 나한테도 좋은거냐? 나 니들 둘 정말 힘들게 키웠다. 애는 낳아 놓으면 저절로 크는줄 아냐? 나 니 딸 키우느라고 동창모임이다 뭐다 하나도 못 나갔다. 낳아서 또 누구한테 던져줄려구?니 손으로 키울거면 낳고! 난 이번엔 죽어도 못 봐준다!”

“…”

“더 할말 없으면 끊어!”

순자는 쾅 소리가 나게 전화를 끊었다.

괘씸한것!

순자는 다시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위챗으로 금영이한테 영상통화를 걸었다. 손주들과 어머니한테 묶여있다보니 전화기로 하루 한시간은 기본으로 수다를 떠는 친구라 각자 집의 수저 개수까지 알 정도로 둘 사이에는 비밀이 없었다. 이번 일도 어제 오늘 ‘보고’를 통해 금영이도 모두 알고 있던 터였다.

“어, 자구 있었니?”

금영은 긴 통화음 후에야 전화를 받았다.

“아니. 주방에서 설겆이 하느라 못 들었어.”

“야, 오늘 훈이 왔다 갔다.”

“오, 그래 뭐래?”

“나보고 보랜다. 저는 출근하겠다구.”

“잘됐다. 그럼 보모비 안 대줘도 되겠네?”

“말 안했어도 원래 대줄려고 그랬어. 근데 어떻게 대놓고 달라고 하니? 나 원 기가 막혀서.”

“그러니까. 너는 말 한해도 줄텐데. 자식들은 부모 마음을 몰라. 그래도 니 아들이 효자다.우리 집 물건을 아예 갈 생각도 안 한다. 뭐가 효도하는건지 모르고, 그저 돈 몇푼 쥐여주면 내가 좋아하는줄 안다니까?”

모두 남의 떡이 커보이는 가부다.

“아이고, 좋은 줄 알아라. 애 보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아니?”

“그게 다 사람 사는 낙이지. 늙으면 손주 재롱 보는 맛으로 사는거지.”

“낙 보려다가 허리 휘겠다. 애고 나도 모르겠다. 그때 가서 보지 뭐.”

“그럼 엄마는 양로원 보낼거니?”

“아니, 안 그래도 될것 같다. 어제 내가 슬쩍 얘기 했는데 오늘 걔네들이 왔다 간 후에 보니까 글쎄 목발 짚고 걷더라. 깜짝 놀랐다.”

“아직 양로원 갈 정도가 아니라는걸 보여줄려고 그러는거야.”

“그러니까. 할수 없지. 내가 앉고 바위 찧는수밖에. 그저 팔자려니 생각한다.”

“니 팔자가 뭐 어때서?너는 임무 완성 다 했잖아? 아들 딸 다 시집 장가 보냈고. 손주도 봤고. 지금은 힘들어도 다 키워놓으면 뿌듯하잖아?”

“에고 파밭이다. 그래도 혹시 아니? 며느리 맘 바뀔지?”

“애를 도로 자기가 보겠다고 할까봐?”

“어. 지금 같아선 진짜 차라리 돈으로 때우는게 낫겠다 싶다. 안 사돈이 며느리 애 낳는다고 잠깐 들어왔는데 그러더라. ‘나는 못 보겠으꾸마. 다만 얼마라도 보태겠으니까 사돈이 좀 봐줍소.’ 그리구 지금 다시 한국 나갔다. 솔직히 지금도 힘들어 죽겠다. 엄마두 봐야 되지, 딸년도 주말이면 지 장사해야 된다고 애를 여기다 맡겨 놓고 저들도 가끔 밥 얻어 먹고 가고. 외손주도 봤는데 친손주 어찌 안 봐주랴 해서 어쩔수 없이 보는거지.”

“아이구…”

“내 팔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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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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