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내 달리기 3등 해서 공책과 연필 탓소.” 소학교 1학년에 다니는 용원이는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소리쳤다. 용원이는 엄마와 “예”소리를 안 한다. 여느 집 애들도 보통 그랬다.

“오, 그래? 어디 보자.” 저녁 준비를 하던 용원의 엄마는 손을 행주에 급히 닦고 공책 하나와 연필 두 대를 받아 쥐였다.
용원의 엄마는 나이가 사십 대  초반이고 갸름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진 가정주부이다.
“무슨 달리기했는데?”
“오늘 우리 반에서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내 3등 했소.” 용원의 엄마는 믿기지 않아 “네가 정말 달리기해서 3등 했단 말이냐?” 하고 연거퍼 물으니 용원이는 그렇다고 큰소리치고는 바깥으로 놀러 나갔다.  

세상에, 용원이가 달리기해서 3등을 하다니. 용원의 엄마 생각에는 정말 놀랍고 희한한 일이였다.  1등도 아니고 고작 3등을 했는데 용원의 엄마가 그렇게 대견해 하는 데는 그럴만한 리유가 있었다.

용원이네는 식구가 다섯인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로 형과 누나가 있다. 아버지와 엄마는 모두 키가 훤칠하고 형과 누나도 또래들보다 키가 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용원이는 팔삭동이도 아닌데 왠지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해 같은 또래들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다. 게다가 집안 내력이 운동세포가 없어그런지 용원의 형과 누나는 키는 커도 학교 다니면서 달리기해서 3등 안에 든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용원이가 달리기 시합에서 3등을 했다니 실로 대견스럽고 자랑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여름에 학교에 붙일 때도 키가 너무 작아 제대로 학교 다닐 수 있을지 걱정되여 한 해 늦게 붙일까 하다가 용원이가 같이 놀던 애들이 학교에 간다니 자기도 학교 붙겠다고 떼질 쓰는 바람에 입학시켰는데 지금까지 두 달째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잘 다니고 공부도 잘하니 큰 시름을 놓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달리기 잘해서 상품까지 탄 것이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이봅소, 아니 글쎄 용원이가 오늘 달리기해서 3등 했다꾸마. 호호 …” 퇴근해 집에 들어오는 용원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용원의 엄마가 하는 말이다.
“뭐라오?” 용원의 아버지는 믿기지 않는 표정이다. 용원의 아버지는 나이가 사십 대 중반이고 진에 있는 한 국영기업의 중층 간부이다.
“그걸 봅소, 그 공책과 연필이 갸가 3등 해서 상품으로 탄 것이라며 어찌나 좋아하는지.”
구들에 앉아 공책과 연필을 한참이나 들고 보던 용원의 아버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자막여부> 라고 용원의 아버지는 체육과는 거리가 먼 우리 집 막내가 특히나 반급에서 제일 키가 작은 막내가 달리기해서 3등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공책과 연필은 왜 줬을까? 한참이나 생각하던 용원의 아버지는 문득 떠오르는 바가 있었다. 이때 마침 용원이가 집에 들어왔다.

“용원아, 오늘 달리기해서 3등 했다며?”용원의 아버지가 물었다.
“예,” 바가지로 물독의 물을 떠 마시며 용원이는 헤~ 웃는다.
“오, 잘했구나. 여기 오너라. 내 좀 보자.”
용원의 아버지는 용원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닫았다.
“오늘 학교에서 운동회 했니?”
“아니, 반에서 달래기 시합을 했스꾸마.”
“그럼 반 학생들 누구에게나 공책과 연필을 다 나눠 준거야?”
“아니, 달래기 해서 3등까지 한 애들만 줬스꾸마.”
“오, 네가 그래 3등 했다는 거지?”
“예.” 용원이는 눈을 말똥거리며 아버지가 왜 이러나 하는 눈치다.
“음, 그럼 네가 달리기할 때 애들이 몇이 같이 달렸니?”
“예, 셋이서, 셋이서 같이 달았스꾸마.”
용원이는 그제야 뭔가 알아차린 듯 멋쩍게 헤벌쭉 웃는다.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셋이서 달려 3등 해서 상품 탓다고 좋아하다니, 정말 소 웃다 꾸러미 터질 일이다.
용원의 아버지는 막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용원이더러 앞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더 잘 들어야 한다고 타일렀다.

이 글을 공유하기:

Baiyun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8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