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실화다.

며칠전 문서 몇장을 상해에 부치려고 택배회사에 전화해 택배원을 예약했다. 그로 인해 생긴 일련의 사건 및 시점들은 다음과 같다.

12:54  택배회사 콜센터 전화 및 예약
13:12  예약 성공과 택배원 전화 알림 문자 수신
15:16  택배원에게 전화, 외출하니까 늦어도 5시 전에는 도착한다고 확인
17:21  기다리다 다시 전화, 우리 아파트 단지 안이라고 인차 도착한다고 답복받음
17:24  추가확인 사항 위해 전화, 수신거부
17:28  외출때문에 그러니 바쁘면 내가 물건을 갖다 주겠다고 상의 좀 하자고 문자 발송
17:33  택배원 전화옴, 오늘 배송해야 될 물건도 미완성이라고, 다른 택배회사 택배원에게 넘기겠다 하고 끊음
17:41  연락이 없어 넘겼다는 그 택배원 전화번호 알려달라 문자함, 답신 없음
17:45  한번 더 문자함, 답신 없음
18:07  다시 택배원에게 전화, 안받음
18:21  한번 더 전화, 안받음
18:28  와도 사람 없으니 오지 말라 문자함

감정적으로, 이러한 전반 과정 중에서 나는 화가 났고 애써 차분한 언어로 내 의사를 전달하려고 마음을 다잡았으며 택배원은 굉장히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듯했고 난감해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 나의 이러한 분노는 도대체 누구를 향한 것이었을까?


택배원의 상황은 어떠한가.

처음 전화했을 때(3시경) 택배원은 지금 길옆 매점에서 소병을 사서 점심을 먹고 있으니 오후에 되도록 빨리 오겠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5시가 넘어 통화했을 때에 일량이 많아서 아직 당일 전달해야 될 택배들도 채 못 전한 상태여서 물건 수취는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했다.

택배원이 늦장을 부린건 아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종일 저녁 늦게까지 오르고 내리고 옮기고 문 두르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택배 물품이 너무 많았고 택배원은 지치고 힘들었고 나는 나대로 화가 났다.

그면 물품은 많고 택배원이 너무 적어서였을까? 그런건 아니다. 그보다도 물품을 많이 끌어안아야 할 수밖에 없는 택배원과 그러한 구조를 낳은 당대의 경영학 때문이다. 왜 택배원은 힘들줄 알면서도 그렇게 많은 물품을 배당받기를 원했을까? 택배원의 수입구조를 보면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의 택배원의 수입구조는 “기본임금+성과급”으로 되어있으며 일부 업체에는 이밖에 교통비, 통신비를 고려한 수당을 몇백원 정도 추가하기도 한다. 그중 기본월급은 1800-2500원 정도이며, 성과급은 배송물품에 대해서는 건당 0.5-1원 정도이며 수취물품에 대해서는 배송비용의 10% 정도를 택배원이 할당받게 된다. 중소도시의 경우는 이의 절반 정도 수준이라 한다. 이러한 구조는 배송/수취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높아지는 것이므로 택배원으로서는 기를 쓰면서라도 되도록이면 많은 물품을 끌어안으려 하는 것이다.

58同城 빅데이터

58同城의 구인 빅데이터에 의하면 2016년 중국 1선도시(北上广深)의 택배원 평균월수입은 7028원에 달했다. 어림잡아 기본월급을 2000원, 배송/건당 성과급을 평균 1원으로 계산했을 때 월 30일을 쉬지 않고 배송한다면 하루당 168건을 완성해야 가능한 수치다. 8시간 근무라고 하면 시간당 21건으로서 이는 불가능한 임무이다. 수입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이 근무시간을 연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이러한 보수제도의 설계는 택배원의 적극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 구조로 봤을 때 각 파트의 수입비율이 불균형하며 기본임금이 지나치게 낮은 감이 있다. 이러한 수입구조는 인간 생존의 기본존엄에 대한 눈가리고 아웅에서 출발하여 인간 욕심의 뚝을 터뜨려 홍수로 휩쓸어버림에로 이어진다는, 그 점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2016년 “쌍11″(双十一) 기간 중국의 전체 전자상거래 총금액은 2000억 원을 돌파했고 총 배송물품 소포수량은 10.5억 건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이 만원을 뚝딱 넘길거라고 택배원들의 향연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택배원들의 재난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해 11월 20일 호남성 주주(株洲)시에서 39세된 한 택배원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전날밤에도 그는 아마 “도시진출의 성공드림”을 꿈꾸지 않았을까…  돈이 너무 문제였다.

택배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달갑게 건강을 희생하고 지어 생명까지 내놓는 길로 가게 하는, 이러한 제도적 설계는 과연 합당한 것일까?


택배원 뿐만이 아니다. 

이 사회의 음식점 배달원, 스마트폰 판매원, 보험사 영업원, 증권사 판매 매니저 모두가 정도만 다를 뿐 본질상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발견한다. 그 공통점을 추려보면 아래와 같다.

  1. 전체 수입중 기본월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비교적 낮다.
  2. 업무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KPI에 따라 수입의 진폭이 심하다.
  3. 기업 경영자의 시각에서 설계된 제도이다.

수치와 이윤만 따지는 당대의 경영학의 지도하에 인간성은 뒤로 물러나고 결과물에만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경영자의 경영학이 이제는 근로자들까지 그 논리에 이끌려 수판알을 튕기게 하고 있고 자아 존엄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밀어내게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고로 이러한 구조는 근로자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다. 기본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구조적 스트레스와, 발빠르게 변해가고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사회환경적 초조함의 이중펀치에 사람들은 더 열심히 뛰고 더 많은 이익을 더 빨리 챙기고자 눈이 돌아간다.

현재는 경제가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단계라서 이러한 물욕과 금전욕을 만족시켜줄 주문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좀만 멀게 내다볼 때 경제성장이 안정적인 저성장 단계로 진입하게 되면 이러한 욕구를 만족시켜줄 불안했던 이 원천 자체마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한 표현이 오늘날 상대적 발달국가에서는 정사원 삭감과 영원한 인턴으로 표출이 되는 것이다.

사실은 기본생존의 문제가 보장이 될 때 산업의 서비스와 우리의 삶 자체는 더 편리해지고 우리가 맺는 관계들은 더 정감있어질 수가 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버리는 일들을 바꾸는 데는 약간의 구조적 조정으로 실현할 수가 있는데 말이다.

나를 바람맞힌 택배원도, 과로사한 택배원도, 그리고 나도, 가난이 싫었는지 모른다. 격변하는 이 세월 속에서 돈을 벌어놓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난했다. 금전적으로도 만족을 못했고 인간적으로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너무 결핍했다.

오늘도 우리는 미친듯이 바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선택하고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도, 우리는 가난하다. 몸도 마음도.

원고: 201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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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북에서 남으로, 서에서 동으로 돌다가 고전과 씨름하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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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느 업계에서나 마찬가지라고 봄다. IT업계에는 요새 996(오전 9시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의 청춘은… 그런데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으니 모두 열심히 살면서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수 밖에…. 특히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해마다 졸업생들도 엄청 많아서, 기본 일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대체 가능하다는 것임다. 싫으면 떠나고, 떠나서 도 좋은 일자리 찾는다는 보장이 없으면 떠나도 또 똑같은 패턴이라는 것이지요. 그래도 언젠가 좋은 일이 일어날거야 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하면서 살다보면, 진짜 좋은 날이 오겠죠. ㅋㅋ

  2. 이 굴레의 챗바퀴에서 벗어나려고 우리는 오늘도 미친듯이 바쁘다. 하지만, 그 분주함은 별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마음이라도 부유하고 싶어서 자기기만을 일삼으며 또 챗바퀴속에 뛰어든다. 오늘도, 우리는 바쁜 듯 공허하고, 진짜 뭘 위해서 바쁜지 회의감이 드는 와중에, 이게 소확행이라며 치맥에 예쁜 노을을 모멘트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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