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주머니 내지 호주머니를 총칭하는 '거르마이' 는 여러분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들어보셨을 법 한 사투리라고 짐작합니다.
이 사투리는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어떠한 중세국어 문헌에서도 나오지 않으며,
더군다나 그 어원을 함부로 짐작하기 힘들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단어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선, 이 단어의 형태가 각각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함북방언사전>> 에서의 '주머니' 항목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어형들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 '거르마니' 라는 모습은 남쪽 방언의 '주머니' 와 대응해 볼 여지가 있다고 보여지지 않나요?
즉, 거르마니 > 거르마이 의 형태로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우리는 이것이 '주머니' 의 '머니' 와 같은 어원일지도 모른다고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로, 주머니의 방언 중 '주마이' 와 '주마니' 가 모두 존재하고 있을지가 관건이겠네요.
당연하지만,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한국방언사전>>의 '주머니' 항목에서 추출해 온 것입니다.
위 사전에서는 마찬가지로 '조마니' , '주멍이' 등의 어형을 싣고 있지요.
그렇다는 것은 '거르마니' 의 마니가 결국은 '주머니' 의 머니와 같은 어원을 공유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겠네요.
그렇다면 과연 거르마니의 걸- 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첫 번째는 한자 乞(걸)을 어원으로 할 가능성입니다.
이는 아마도, 제 생각에 거지를 뜻하는 '거러지' 나 '거렁뱅이' 의 걸- 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만약 한자 乞을 어원으로 한다면 큰 문제가 생기는데, 乞이 '주머니' 라는 의미와 그다지 연결될 껀덕지가 없어보이기 때문이지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乞은 구걸하고 빌어먹는다는 의미가 강하니까요.
그렇다면 두 번째 가능성은 무엇이냐 하면, 바로 아주 먼 옛날 '걸다' 라는 동사가 존재했었을 가능성에 대한 것입니다.
'걸다' 라는 동사가 있었고, 이것이 [돈을 벌다] 정도의 의미였다는 가정이지요.
그렇다면 거렁뱅이와 거르마니는 각각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걸- + 엉 + 뱅이, 걸- + 음(동사를 명사형으로 만드는 것) + 아니/어니
주머니의 어원이 줌+어니 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추론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마찬가지로 이 주장에도 아주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근대, 중세, 현대를 통틀어보아도 '돈을 벌다' 라는 의미의 [걸다] 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돈을 걸다' 라는 뜻의 [걸다] 만이 비슷하게 현대에 남아있을 뿐이죠.
즉, 아주 부족한 주장이지만 이 두 가지 가능성이 그나마 생각해 볼 만하다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