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다녀왔다.

무슨생각으로 갔을까?

내가 그리워했던 기억들을 만나러 갔다.

길은 20년전의 길인데…

그곳으로 가는 그 길, 내가 수없이도 많이 다녔던 그 길,

길 옆에 나무 하나, 굽인돌이 하나, 내리막길, 올리막길, 다닐때마다 여기를 지나면 그다음엔 뭐가 나온다는 것을 되새기면서 다녔던 또렷한 기억들이 익숙하면서도 생소하게 나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옛날에는 그사람의 집이 제일 앞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 앞에 또 집이 하나가 더 생겼고 길도 모두 흙길이 아닌 세멘트로 바뀌였다.

내가 다닐때는 지름길을 통해서 올라갔지만 운전하고 가느라 다리를 지나서 갔는데 거기를 지나면서 그해 겨울 얼음강판에서 잠들었을 그 사람의 아버지가 생각나서 가슴이 울컥했다.

지금 내 나이가 그때 그분이 돌아갔을 때 나이인데 참으로 아까운 분이시다.

사업에서 좌절을 당하고 다시 고향마을로 어깨가 축 처져 돌아갈때 그분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어렸던 그때는 느끼지를 못했다.

그래서 어느날 저녁 술을 마시고 그분이 횡성수설하면서 마음속의 울분을 토로하는걸 어린 나이에 그게 못마땅하다고 면박을 줬었던 기억이 참으로 죄스럽다.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그랬을까? 단지 나도 어려서부터 술 마시면 말로 푸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는지라 술 마신 뒤끝이 깔끔하지 못한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감히 그분한테 뭐라고 한마디를 날렸는데 그게 얼마나 당돌한 행동이였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다.

아들을 외국에 보내고 그분은 아들이 몹시도 그리웠을것이다.

그런데 그 아들은 아버지의 그런 마음은 모른체 하고 여자친구에게만 전화를 줄기창창 해댔으니 아들의 소식을 들을려면 나를 봐야 했고 그러다보니 내 전화를 그렇게도 기다리셨다는데…그 당시 나는 또 그분이 어려워서 전화를 해도 그 분이 받으면 어머니를 찾았었다.

그게 못내 서운하셨는지 어느날은 가볍게 술 한잔 하시고 얘기를 하셨는데 그 말이 아직도 가슴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아들이나 딸이나 심지어 며느리마저도 전화만 하면 내가 받아도 엄마만 찾으니…”

그분이 돌아갔다는 얘기를 겨울방학 마지막 날, 집에 있다가 삐삐기로 전해들었다.당시에는 삐삐기가 유행될때인지라…

마지막 버스를 타고 도착해서 그 사람의 집 뒤길로 걸어가는데 굴뚝에서 연기가 솟아나오는게 보였다.

내가 전화에서 들었던 말이 혹시 꿈이였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한달음에 집앞에 도착해서 출입문을 열었더니 그 사람의 어머니가 불을 때고 있었고 동생은 놀란 눈으로 내 모습을 쳐다본다.

“아니, 어떻게…”                                                               

그냥 목이 꺽 막혀서 말이 나가지가 않아 그 사람 어머니 두손을 꼭 쥐고 눈만 껌뻑거렸다.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삐삐가 와서..”

“괜한 말을 했구나.래일 개학 아니오? 출근은 안하고…”

끝끝내 참았던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마냥 흘러내렸다.

그렇게 나를 이뻐해주시던 그 분이 집에 안계시다니? 그분의 흔적이 그렇게 사라져버리다니? 왜서? 왜 그렇게 허망하게 가셨을까?

우리 며느리 하면서 불러주시는 그분이 금방이라도 출입문을 떼고 들어설것만 같아서 그날 밤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추억속에 빠졌다가 아는 친구에게 동영상을 보냈고 그날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열했다.

그냥 울고싶었다.그때는 소리를 내여 크게 울어보지도 못했다. 우는게 죄스러워 보여서 그사람의 어머니 앞에서 감히 소리내여 울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분에 관한 이런 얘기도 그 사람과 8년만에 재회했을 당시에 한번 말해보고 여태 누구에게 말해본적이 없었는데 그때의 그 기억들이 먹먹하게 내 가슴을 치고 올라와서 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봄을 타는지 요즘은 자꾸 과거의 나를 만나고싶다.그때 미흡했던 것들이 세월이 흐르니 지금은 너무나 투명해서 어떤게 해야 할 일이고 어떤게 하지 말아야 할 일인지 너무나 직관적으로 보이는데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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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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