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곡

나는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재밌다.

나는 나 말고는 주변에 대한 일말의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여태까지의 연애 또한 나 자신과의 연애였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들을 연출하면서 그러한 나의 모습에 심취했다.

1절

그러다보니 나의 그림들은 죄다 중심 구도이다.

종종 그려진 대상은 화폭 중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나는 고도의 강력함을 포착하고 표현하기 위해 형태와 색채의 완벽한 추출에 집중한다.

그것이 내가 그림 속에서 이념을 오마주하는 방식이다.

그리는 도중에 순교자의 마음가짐이 생겨난다.

그만큼 위태롭고 그만큼 고통스럽고 그만큼 간절하다.

완성되는 순간 자신에게 박수를 쳐준다.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충족된 나르시시즘적인 과거다.

이 시기에 나는 가장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가장 행복한 영혼을 향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2절

그러다 갑자기 그리기 싫어졌다.

그림에 대한 사랑마저 진실인지 회의한다.

기나긴 시간이었다.

나는 나의 손을 화폭에 닿지 못하게 하였다.

무슨일이 생겼던 것일까?

간단한 슬럼프가 아니다.

신체, 정신, 영혼의 총체적 '재편'이 일어났던 것이다.

연옥의 고통을 가늠할만한 정도였다.

3절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외적으로는 무병신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창밖을 자주본다.

하늘을 자주본다.

달을 본다.

별을 본다.

星星倾听着我的诉说。

그럴때면 달이 흐리게 보였다.

4절

영화를 본다.

고대 전쟁터에서 말을 타는 사람들이 서로 싸운다.

나는 운다.

죽어가는 말들이 불쌍해서.

5절

사랑에 투신하는 순교자의 마음가짐도

자신을 되찾아가는 연옥의 고통도

울먹임과 연민도

가시다

6절

풀이 이뻐보인다.

꽃이 사랑스럽다.

숨 쉬어짐이 감격스럽다.

주변의 말이 잘 들린다.

사람이 보인다.

온도가 느껴진다.

놓쳤던 사물들이 정령이 되어

나의 시야 속으로 폴짝폴짝 뛰어들어온다.

나는 살포시 바닥을 딛으며 걸음을 늦춘다.

7절

버려진 것은

그림에 대한 집착이다.

남겨진 것은

나에 대한 믿음이다.

종결부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재밌다.

하지만 주변 또한 나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예술에 대한 번뇌와 자신에 대한 속박은 사라졌다.

죽을때까지 이 세상을 사랑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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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ean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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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장 보통의 대중으로서, 외적으로 무병신음을 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平凡的大众有了理想 对身边人都是累赘가 아닐까 싶어서) 그러나, 맘속깊이 표출하고 싶어서 움틀대는 것들은 죽어가는 영화속 말들이나 보면서 오열할수 있는 방식이 있었다. (내가 말띠여서 그런지 다른 동물보다 말이 전쟁에서 죽어가는 게 그렇게 슬펐다.) 그렇게, 세상이 외면한 곳에서 나는 내 자신과 나만의 방식으로 재밌게 놀려고 애쓴다. 나는 여전히 세상에서 내가 가장 재밌고 싶어서 발악을 하는 가소로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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