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北漂'(베이표우)를 말해볼까한다. 

'생존' 문턱이 높은 도시는 여럿 있다. 북경(베이징)과 더불어 이른바 '1선도시'로 불리는 상해(샹하이), 광주(광저우), 심천(썬전)이 다 그러하다. 그럼에도  '北漂'만 있고 '上漂'나 '廣漂' 같은 단어는 없다는 지점이 무척 흥미를 자아낸다. 치솟은 마천루들 만치 드높은 소비수준과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와 경쟁률을 자랑하는건 다 마찬가지이나, 나랏님의 코밑이다 보니 아무리 돈 많은 놈, 재주가 비상한 놈, 머리가 빼어난 놈이라 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게 북경이고 베이징이다. 

2환로, 3환로, 4환로… 사는 곳이 환수를 더해갈 수록 도살장에서 각이 떠져 도장 맞는 돼지 고기짝처럼 등급이 매겨진다. 외지청년으로서 해마다 이사를 하는건 예사이다. 돈벼락을 내려준대도 호구부 종이 한장, 신분증 번호 머리숫자를 바꾸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北漂'의 범주는 넓은 포용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취준생도, 한자리 톡톡히 해내는 기업사장도, 공사장을 주름잡는 농민공 형제도, 하늘을 뒤날며 세련된 포스를 풍기는 비지니스맨도… 번듯해 보이는 너와 나 그 누구라도 속을 까보면  '北漂'일 수 있는 것이 이 도시의 룰이다. 아니, 까보지 않아도 훤히 보이는 일이다. 그래서  '北漂'라는 자조섞인 말투는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말은 그냥 슬프기만 하지 않다. 해학이 비껴있다. 공감이 깃들어 있다. 그걸 반영한 번역이 좋은 말이 되리라. 

[원어] 北漂 (běi piāo)

[의미] 북경(베이징) 출신도 아니고 북경호적(戶口)도 없고 북경이란 대도시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외부 유입 인구들.

[기존번역] 베이표우? 별로 없는 듯.

[번역案①] 베이돌 – '베이'징에서 떠''이 생활함에서 따옴. 먼가 '아이돌'과도 발음상 비슷하고 입에 잘 오르는 소리가 되지 않을지. 참고로 북경에서 살아남기가 아이돌 데뷔보다 어려움. 

[번역案②] 북돌이 – '북'경에서 떠'돌이' 생활함에서 따옴. 돌쇠, 돌이 등 서민 정서적 이름과도 가깝고 친근성을 주지 않을까. (번외로 '북순이'와 세트로 쓸 수 있을지도)

[평점구함] 어느게 더 좋음? 10점 만점에 몇점?

<오늘의 입착감 한마디>

돌고돌아 결국 베이돌

or 

북돌이도 복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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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漂'만 있고 '上漂'나 '廣漂' 같은 단어는 없다" 는 서술을 정확하지 못했다. '沪漂'나 '廣漂' 같은 단어도 있긴 했다. <바이뚜 백과>에서는 '沪漂'라는 단어조항은 2009년 3월에 처음 추가되었고 역사적인 편집기록은 16회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바이뚜의 '北漂' 조항은 2006년 4월에 처음 나왔고 지금껏 150회 편집수정을 거친 역사기록이 있다. 두 단어가 인터넷에서 만들어지고 유행한 선후관계나 인지도, 관심도를 엿볼수 있는 대목인 것 같다. 

위에 말하다시피 2009년에 '沪漂'의 개념이 이미 인터넷에서는 사전적으로 정리되어 나왔으나 2015년말에도 그 개념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간과하는 기사들이 나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보다시피 2016년의 인터넷기사 제목에서는 '漂' '廣漂'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하지만 '北漂'를 선두로 하여 '漂'라는 표현에 중점을 둔 대목임을 가히 짐작하게 한다. 

2020.06.14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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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착착 감기는 번역, 입착감.

신조어나 유행어는 누리꾼들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곳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달인은 여염에 숨어있는 법(高手在民间)이다. 참 그런 재치는 어디서 나오는지. 

헌데 재치있는 말들이 일단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면 폐물이 되기 일쑤다. 아마 번역은 '정직한' 분들이 하셔서 그런지도 모른다. 매듭지은 자가 풀기도 해야 할 터. 재치는 재치로, 누리꾼에서 누리꾼에로가 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누리꾼의 신분으로,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당겨 또다른 누리꾼들에게 내놔본다. 재치있는 말들재미있는 말들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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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착감]  (1)月光族 & 달빚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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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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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둘다 좋은데 저는 ‘북돌이’가 좋습니다. ‘북돌이’가 더 우리말 같구요, ‘베이돌’은 중국어와 영어 섞인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네요. 그리고 ‘베이돌’로 하면 뒤에 토가 붙을때 더 길어질것 같아요.

      1. 제가 잘못 생각한것 같아요. 여러 상황 비교해봤는데 그게 그건거 같습니다 ㅎㅎ 그냥 우리말같아서 북돌이가 좋은걸로. “북돌이가”에 대한 대응단어는 “베이돌이” 이죠? 갑자기 조선말이 어렵네요. “가”와 “이”가 앞글자의 받침에 따라 같은 용도로 쓰이는게 맞나요? 토 너무 어렵네요. ㅠㅠ

        1. 북돌이가 “이”로 끝나서 토처럼 친근감을 느꼈나 봅니다. 지금 문법으로는 토 앞에 음절이 받침이 있으면 “-이”를, 없으면 “-가”를 쓰는 구별이 있습니다. 다만 옛날에는 “이” 혹은 “ㅣ”만 있었고 “가”는 조선중기에야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일본어 영향을 받았다는둥 여러 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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