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즈음이면 한 달 전부터 거리마다 들떠오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는 요맘때 무작정 부모님에게 생떼를 쓰며 선물을 요구하곤 했었다. 그중에 가장 생생한 건 지갑을 받아냈던(?) 기억이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는 기억나질 않지만, 나에게 없는 또 크게 필요하지도 않은 지갑이 무척이나 갖고 싶었다. 그 시절 넘쳐났던 종이로 꼬깃꼬깃 나만의 지갑을 접어보기도 했으나 욕심은 채워질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도 크리스마스날 아침 머리맡에 놓여 있던 그 지갑이 잊히질 않는다. 산타를 믿는 나이는 지났지만, 그럼에도 어린 나의 소원을 들어준 그 선물에 담긴 마음을 지금도 되뇌어보곤 한다.

얼마 전 부모님께 드릴 선물로 뭐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버지 선물은 지갑으로 결정했다. 어린 시절 기억이 크게 영향을 준 건 아니지만, 아버지는 크게 선물에 대해 내색이 없으셨지만, 돌고 돌아 고마움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된 것에 뿌듯하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부모와 자식 사이는 참으로 불공평한 관계인 듯싶다. 어린 나는 항상 무언가가 갖고 싶었고 불만도 많았고 떼를 쓰며 그들을 힘들게 한 기억뿐인데, 정작 그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선뜻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아플 때면 그림자처럼 곁을 지켜주었는데, 막상 나는 그들의 늘어가는 잔병을 애써 캐물어야만 알게 된다. 그런 부모님에게 이제 내가 되려 잔소리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도돌이표처럼 돌아가는 선물과 잔소리가 사랑일까. 요즘은 자꾸만 시간이 아쉬워 난다.


썸네일 BY애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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