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요즘 같은 날씨엔 집이 최고인 것 같아. 날씨가 너무 더워서 놀러 가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나네.

Y: 맞아 맞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 범벅이 돼.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집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게 제일 큰 힐링인 것 같아.

A: 맞아. 작든 크든, 내 몸 하나 가눌 자리가 있는 집이 제일 편하지. 난 요즘 ‘집이 뭘까’ 싶은 게 안 하던 생각들을 하게 돼. 너는 집이 뭐라고 생각해?

Y: 어릴 때는 집이 있는 게 당연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어. 어른이 되고 보니 튼튼한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깨달아가. 너에게 집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어?

A: 나는 어릴적부터 어머니가 그런 말을 많이 하셨어. 찬밥에 물 말아 먹어도 제 집에서 먹어야 속에 떨어지고, 아무리 누추해도 제 집에서 시워이 발 벗고 자야 잔 것 같다고.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지금은 알 것도 같아. 월세든 자가든, 기숙사의 작은 침대건 마음을 둔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 그리고 지금은 함께 할 가족이 있다는 것도, 집을 집답게 느끼게 해준다고 생각해. ‘너가 있으니 이제야 집같다.’ 뭐 이런 말을 하잖아.

Y: 너희 어머님 말씀이 정말 찰떡 같이 딱 맞는 것 같아. 막 한국에 왔을 때는 이방인으로서 월세에 살았었는데 곰팡이, 누수, 바퀴벌레는 기본이고 세면대도 세탁기도 없는 작은 원룸이었어.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추위를 뚫고 세탁소로 가서 빨래하고, 옥상에 널면 빨래가 고드름처럼 얼어서 녹여야 했지. 그런데도 그 작은 원룸이 내가 이제껏 머물렀던 집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 온전히 스스로의 공간이어서 그랬나 봐. 아직 한 곳에 정착을 못한 나로서는 크기 상관 없이 마음을 놓을 수 있고 정이 가는 ‘집’에서 꼭 살고파.

A: 참 애써 살아냈어, 장하게도. 온전한 나의 공간으로 봤을 때 원룸도 ‘집’이긴 하지만 원룸은 나에게 ‘집’보다는 그냥 머무는 ‘방’이었어. 그저 먹고사는 공간에 대해 붙일 별다른 말이 없어서 나는 집이라고 불렀던 것 같아. 얇은 벽 너머로 아침마다 윗방 사람이 맞춰놓은 핸드폰 진동 알람 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고, 윗집이나 아랫집 사람이 화장실에서 물내리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도) 들어야 했고. 나의 움직임도 그들에게 다 들리겠지 싶어 집에서도 조심조심 걸어다니고, 노래를 틀거나 영화를 볼 때도 소리에 신경써야 했고. 자기의 집인데 모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게 원룸 신세인가 싶어 씁쓸했어.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이런 고충을 모르고 살 수 있었겠지만 우리에게는 돈이 없는 걸.

Y: 중국과 한국의 집 시공 방식에 차이가 있는 걸까, 나도 여기 와서 처음 층간소음의 존재를 알게 됐어. 다른 집의 소리 때문에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느낌이야. 오죽하면 영화의 소재로도 층간소음이 쓰이고, 이제 사회적인 문제로 변화해가고 있어. 그런 이유에서라도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야. 물론 더 번거롭고 해야 할 일거리도 늘겠지만 마음이 안정적인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A: 맞아. 이게 진짜 사람이 살라고 지은 게 맞나 싶은 회의감이 들어. 그저 가진 자들의 자산증산 도구뿐인, ‘부동산’에 불과한 ‘집’ 같아. ‘방’이라고 하기에 합판으로 적당히 구획을 나눈 축사가 아닌가 하는 아니꼬운 생각들이 꼴똑 찼었지. 그런데 오히려 이런 곳에서 살아보니 너가 말한 것처럼 어떤 곳에서 살고 싶은지 명확해졌어. 언젠가 단독주택에서 살게 된다면 넌 집을 어떻게 꾸미고 싶어?

Y: 새로운 삶의 목표를 수립하게 돼서 좋은 점(?)도 있다고 해야 하나… 10, 20년 후 쯤 나만의 단독주택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만 갖고 있어. 시공부터 디자인, 배치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져. 집을 꾸미는 고민은 행복하겠지만, 온갖 벌레, 잡초와 싸워야 할테고, 집 수리와 관리도 스스로 책임져야할테니.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로망보다는 현실적인 생각들이 앞서는 것 같아. 혹시 너는 미래에 집을 어떻게 설계하고 싶어? 혹은 집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A: 나는 더이상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되고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집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긴 해. 나는 내가 사고 싶은 것들로만 집을 꾸미고 싶어. 지금 살고 있는 이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기에,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언젠간 버릴 물건이 되겠는데 무엇하러 돈을 파나 싶어 그냥 대수가이 살고 있어. 보통은 대학 근처에서 원룸을 구하다보니 개학이나 방학이면 이사를 많이들 가서 폐기 스티커를 부착해서 내놓거나, 당근에서 무료 나눔하는 가구들이 많아. 그런 가구 중에 쓸만한 걸 주어다가 깨끗이 닦아 쓰곤 했어. 언젠가는 꼭 필요한 물건들로 아늑한 방을 꾸미고 싶어.

Y: 맞아, 너무 공감해. 가구들도 변변치 않고 이것저것 사서 꾸밀 만큼 지금 집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아서 없으면 없는 대로 지내고 있어. 톤을 맞춰서 집을 꾸민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 그럼 정말 너만의 집이 탄생할 것 같아. 나는 기회가 된다면 꽃을 심어서 가꿔보고 싶어. 아직 내가 살린 식물이 없어서 이게 정말 재능 부족인지 알아보고 싶기도 하고 하하..

A: 오!! 너무 좋은 생각이야. 너무 예쁠 것 같아. 볕이 잘 드는 곳에 꽃을 소담히 키우며 살면 참으로 좋겠다. 많이 죽여(?!) 보면 그것도 늘꺼야. 나는 너가 키우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Y: 응원해줘서 고마워! 부디 20년 후에 우리는 원하는 보금자리에서 살고 있기를.

A: 나는 너의 ‘보금자리’라는 말이 참 좋아. 20년 후면 꽤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걸? 우리 열심히 살자. ‘보금자리’든 ‘집’이든 원하는 걸 이루는 날이 오기를.

Y: 오기를!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시면 바로보기가 가능합니다.]

Y_정착하고 싶어요.

A_아사요? 거의 취미예요.


썸네일 BY 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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