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주의 절반이 지나면서, 방은 이상할 정도로 무겁게 변해 갔다. 이미 글을 올린 열 명은 외부에서 조회수와 댓글을 모으며 자신의 이름 옆 숫자를 키워가고 있었다. 반면 아직 움직이지 못한 열한 명의 이름 옆에는 ‘0’이 깜박이고 있었다. 단순한 숫자였지만, 마치 낙인처럼 가슴을 눌렀다.

사람들은 그 숫자를 무심히 넘기려 했지만, 화면을 켤 때마다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건 언제나 그 ‘0’이었다. 마치 붉은 벽 자체가 그 숫자를 확대해 보여주는 듯했다. 벽은 발표가 늦어지는 만큼 더 짙게 물들었고, 고동은 느려졌다. 그것은 심장 박동이 아니라, 죄책감을 심어주는 북소리 같았다.

그날 밤, 마침내 스피커가 켜졌다. 금속을 긁는 듯한 소리가 울리고, 단단하고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 마스크맨:
“중간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현재까지 글을 발표하신 분은 열 명입니다. 최고 조회수는 1,240회, 댓글 43개. 가장 낮은 글은 조회수 56회, 댓글 2개입니다. 평균은 조회수 310, 댓글 12개. 아직 글을 올리지 않으신 분은 열한 명. 그분들의 이름 옆에는 여전히 ‘0’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규칙을 상기하십시오. 한 분이라도 발표하지 않으면, 이 방은 해체됩니다.”

짧은 리포트였지만, 방 안의 공기는 즉시 얼어붙었다. 수치가 구체적이어서 더 잔인했다.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0’ 옆에 남은 이름이 누구인지, 그들의 침묵이 방 전체를 위태롭게 한다는 걸.

문다연(015):
“…저는 아직도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시간이 충분한 줄 알았는데, 하루하루가 너무 빠르게 지나가네요.”

오세준(008):
“솔직히 이제 겁이 납니다.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나 때문에 방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윤예린(003):
“아직 며칠 남았어요. 하지만 결국엔 써야 하니까, 위로가 되진 않죠.”

짧은 대화가 흘렀지만, 그 말들마저 불안을 증폭시켰다. 불안은 한 사람에게만 머무르지 않았다. 마치 전염병처럼 옮겨 다녔고, 방은 그것을 증폭시켜 다시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었다. 붉은 벽은 불규칙하게 파동을 일으켰고, 그 파동은 각자의 가슴을 세차게 흔들었다.

민태리(004):
“이 방은 정말 이상해요. 가만히 있어도 색이 변해요. 글을 쓰지 않을 때마다 더 짙어져요. 마치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조한솔(005):
“…그게 더 무섭습니다. 침묵하고 있어도 이미 들키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발표를 마친 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웠지만, 그 여유조차 무거운 시선이 되었다. 아직 글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앞서간 이들과 비교하며 더 움츠러들었다.

강범수(002):
“결국 누군가는 마지막에 기적처럼 올리겠죠. 하지만 그걸 기적이라 부를지, 단순한 지연이라 부를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말은 방 안에 묘한 정적을 남겼다. 커서는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깜박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긴 문장을 이어가지 못했다.

셋째 주의 끝자락으로 향할수록, 글을 발표하지 않은 이름들은 더 도드라졌다. 붉은 벽은 그 이름들을 하나씩 부각시키듯 고동쳤다. 누군가는 키보드를 두드리다 다시 지웠고, 누군가는 화면만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21명이 남은 방은 여전히 살아 있었지만, 그 생존은 불안정했다. 절반의 이름은 이미 빛을 내고 있었고, 절반의 이름은 여전히 그림자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았다. 마스크맨의 중간 보고는 단순한 리포트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고, 동시에 최후의 통첩이었다.

<계속…>

토마토 게임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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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초대와 시험

1.1 낯선 메시지, 25개의 초대
1.2 첫 반응과 교류
1.3 자유 탈퇴의 7일과 네 명의 이탈
1.4 빠른 이들의 선택
1.5 예기치 못한 반응
번외 수필 01 : 〈질서와 무질서 사이에서〉 – 이주안(001)
1.6 늦게 움직이는 이들 (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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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문워커

도시의 별빛 아래에서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밤하늘의 신비와 도시의 불빛 사이의 어둠속에서 빛을 찾고 이야기를 창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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