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관동대지진, 1923년 9월 1일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강진이다. 지진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1차 피해보다 더 가슴 아픈 사실이 있다. 당시 극도의 혼란과 공황 속에서 조선인들이 방화를 저지른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 여인네들이 치마폭에 폭탄을 숨겼다는 등 유언비어가 일본인 사이에서 난무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 대학살로 이어진다. 약 6,000명의 조선인과 수백 명의 중국인이 죽어 나갔다. 100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동대지진이 묘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칼과 죽창을 들지 않았을 뿐, 인간의 광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1. 소위 신천지 신도들의 카톡 대화창을 캡쳐한 사진이 여기저기 나돌고 있다. 주변의 지인 여럿도 공유했길래 유심히 한번 살펴봤다. 얼핏 보면 뭐 이런 인간말종들이 다 있나 싶겠지만, 조금만 따져 봐도 조작인 게 드러난다. 하나, 카톡을 이용해 본 유저는 해당 채팅방이 ‘오픈 채팅’이란 점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오픈 채팅은 일반 단톡방과 달리 QR코드나 링크를 통해 아무나 유입될 수 있고, 익명성이 보장된 특수한 채팅형식이다. 보안을 위해서 폐쇄적 운영을 해온 신천지 신도들이 내부 소통용으로 오픈 채팅방을 개설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게다가 익명으로. 둘, 신천지에 관한 상식(?)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인데, 이들은 앞서 언급한 ‘보안’을 이유로 카톡 대신 텔레그램이란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 셋, 채팅 중에 등장하는 ‘지령’이라는 표현이다. ‘지령’의 어학적 뉘앙스를 살펴보면 상당히 부정적임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마치 줏대와 자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떤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느낌을 준다. 신천지 신도들 입장에서 그들의 활동은 거룩한 사명인데, 스스로 그걸 ‘지령’이라고 자기비하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참, 이렇게 구구절절 논박하고 있는 나도 웃기지만,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에 비하면 내가 좀 더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ㅎㅎ 우리는 정보화 홍수 시대를 살고 있다. 그만큼 가짜뉴스들도 범람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분별력을 가졌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쉬이 선동당하는 인간의 특성은 바꾸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거짓을 실어나르는 ‘숙주’는 되지 말자.

2. 아침에 아버지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전달받았다. 신천지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마스크를 무료로 배포하니 절대로 받으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아버지의 근거 없는 믿음에 찬물을 끼얹기가 그래서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아쉽지만(?) 이 부분도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동사무소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가구들을 직접 방문하며 마스크를 배포하는 중이라고 대구시에서 해명자료를 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삭막해진다는 얘기를 새삼스레 많이 하던데 함께 살아가는 사회구성원의 선심마저 의심하는 판에 자업자득이란 생각밖에 안 든다.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지만, 중국인들이, 특별히 조선족들이 신천지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원인 제공자로서의 중국인을 타깃으로 했던 혐오의 화살이 서서히 신천지로 향하자 물타기에 동조하고 있다. 어쩜 똑같은 혐오피해 당사자인 신천지에 대한 동정 대신 내가 당한 그대로 돌려줘야겠다는, 우리 안에 내재한 폭력성과 잔인성을 마주하자니 너무나도 부끄럽다. 중화주의의 오랜 압제 속에 처해 있던 조선은 명나라가 망하자 소중화를 자처하고 나선다. 자신이 맛봤던 피해를 고스란히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하려는, 가해자로서의 특권과 쾌감을 만끽해보려는, 안타깝지만 세상의 악은 인간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다른 누군가로 보통 나보다 못한 약자나 소수자를 선별해낸다. 차별과 혐오는 탈피가 아닌 철폐가 맞다. 100년 전 관동대지진 중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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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 Ner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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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천지 신도도 코로나 피해자가 맞긴 한데 워낙 사이비라 이 시국에 비난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모든 중국인은…어떻다 거나 모든 조선족은…어떻다 라는건 성립 안되는 명제지만 모든 신천지 신도는…(예: 이만희를 교주로 섬긴다)는 성립 되는 것 같은? 하지만 가짜뉴스는 여러모로 독이니 분별력을 가지고 판단하는 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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