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갑자기 터진 일복으로 따가운 일상을 보내던 중 선배언니가 올린 모멘트: 목요일 저녁 일곱시, 수상시장 맞은편 ‘책장’까페에서 재즈 콘서트를 한단다. 유난히 정신없는 한주였으나 그래서 더 가고싶었다. 만사 제치고 나가는 그런 패기를 어디 한번.
가는 길에 또 다른 언니도 만났다. 모두들 새로운 일에 고팠던것 같다. 재즈 그거 방구석에서 들어도 안될건 없으나, 그래도 라이브는 다를것 같으니까. 그냥 어디라도 가고 싶으니까.
‘책장 까페’에서는 이미 여러번의 미니콘서트를 열었던 적이 있다. 재즈 콘서트는 오늘이 두번째라고 한다. 갓을 씌운 스탠드가 유난히 많은 까페에, 얼핏 봐도 열개는 돼보이는 닮은듯 다른 노란 불빛들이 커다란 열매처럼 부족함 없이 빛나고 있다.
일곱시가 되자 콘서트가 시작된다. 연주자는 색소폰과 일렉기타(블루스 기타인가?) 두분이었고 총 다섯곡을 연주했다. 아리랑, Some day my prince will come, All of me, Autumn leaves, 그리고 마지막 앵콜 곡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즉흥연주와 변형이 많은 재즈의 특성상 자세히 듣지 않으면 무슨 곡인지 알기 어렵다.
그 와중에도 아리랑은 귀에 들렸다. 졸고 있다가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깨듯이, 아리랑은 그런 곡이다.
All of me는 가사를 좋아하고 가끔 혼자 즐겨 부르는 노래임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나중에 색소폰 연주자가 말해주어서 그 노래인지 알았다.
한곡이 체감으로 10분은 넘게 느껴지는 길고 긴 인도노래나 신강노래처럼, 아마추어인 내게 재즈는 여러곡이 비슷해서, 이어지듯이 길게 들린다. 그래도 좋다. 저녁에 어울리는 작정한듯한 그 나른함이.
이제 현장 분위기도 조금 적어본다.
연길분들이 대체적으로 그렇듯이 양기(숫기)가 없는 편이다. 좀 나이 어린 분들도 마찬가지다. 아님 다들 나처럼 재즈라이브를 처음 들어서 그런걸지도. 묵묵히 경건하게 듣기만 하는 우리에게 색소폰 연주자가 가르쳐주었다. 단독 즉흥 파트가 끝나서 넘어가는 타이밍에 박수를 쳐주시면 연주자가 더 흥이 난다고. 사기 난다고 했던가? 아무튼 그런 뜻.
아, 우리가 잘 몰라서요. 그뒤로는 색소폰과 기타가 서로 파트 넘어갈때면 다들 박수를 친다. 가만히 앉아있는 우리도 맘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색소폰 연주자가 하는 이야기. 북경에서 재즈바에 갔었는데 밴드의 연주가 끝나고 나면 관중석의 아마추어들이 올라와서 즉흥 재즈 연주를 하는 그런 광경에 감명을 받았고, 연길에는 아직 재즈바가 없는데, 앞으로 비슷한 공간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이야기. 오늘은 피아노 반주녹음을 사용했으나, 앞으로는 풀 밴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 그리고 관중들도 편하게 즐기고 그자리에 서서 몸을 움직여도 된다는 이야기.
한시간도 채 안되는 콘서트였으나, 마음을 꽉 채우는 시간이었다. 거기다가 오늘은 비까지 내렸으니 운치 만렙이다.
다음주 목요일에도 한다고 했으니, 그것이 9월 23일, 오늘 저녁이다.
삼꽃거리 수상시장 맞은편 2층에 위치한 ‘책장’까페에 일곱시보다 조금 일찍 가시면 될 것이다.
오늘은 콘서트 위주로 소개하긴 했지만, 책장은 평소에 가도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에 좋은 곳이다. 커피도 디저트도 맛있고, 전날 예약하면 스테이크도 주문가능하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