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코로나가 블랙홀이다. 누구나 자기 목숨과 직결된다는 생각인가 보다. 그래서 입을 연다. 목소리가 많아진다. 높아진다. 갈린다. '이념'이라고 불려서 말해도 진짜 괜찮을 정도로 대립이 생기기도 한다.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되는지. 이에 대해 요즘 영어권에서 많이 읽힌, 비교적 냉정하고 객관적인 정보와 분석을 제공했다고 평가받는 문장이 있다. 3월 10일 발표된 <Coronavirus: Why You Must Act Now> 라는 제목의 글은 짧은 시간 안에 4000만 뷰 이상의 클릭수와 24.4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30여 종의 언어로 번역되어 확산되었다. (중문 번역 <新冠病毒:為什麼你現在就需要行動>; 한글 번역 <코로나바이러스: 왜 지금 당장 당신의 행동이 중요한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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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저자인 토마스 푸에요(Tomas Pueyo)는 미국에서 교육받고 실리콘 밸리에서 창업하고 있는 이다. 이름으로 봤을 때 스페인계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글에서 여러 수치와 분석으로 신종코로나에 대한 정보와 사회적인 빠른 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 새삼 재빠르게 부상된 표현이 'Social Distancing(소셜 디스턴싱)'이란 용어다. 직역하면 사교적인 활동을 함에 있어서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한다는 뜻이 되겠다. 

이 글을 계기로 영어권에서 이번 신종코로나의 예방과 확산방지에 있어서 '소셜 디스턴싱'의 유효성에 대해서 여러가지 토론과 화제들이 더더욱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는 다른 언어권과 지역에도 영향을 주고있다. 어찌야 됐든, 전염병이고 또 전염성이 아주 강하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는 할 것이다. 그에 따른 다른 분야의 영향을 제쳐놓고라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이러한 이른바 '소셜 디스턴싱'의 필요성을 호소함에 있어서 각 나라는 자국어의 어떤 표현으로 소화하고 있는지 하는 지점이다. 새로운 개념과 용어는 낯설기 마련이다. 직역한다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거고, 의역한다면 원어의 뜻에 일치하지 않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문화코드로 연결시키는게 중요하겠다.  영어는 확인하다시피 출발점이 된 셈이고, 중일한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보고자 한다. 

1. 중국

위의 번자체 번역문은 '社會保距' 라고 바꾸고 있고, 좀 더 자연스러운 중국어라 해도 '保持社交距离' 정도가 될 것이다. 그것이 대다수의 중국 백성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수 있는, 즉 먹히는 표현인가는 의문이 간다. 실제로 중국의 언론에서 많이 사용된 문구들은 '自我隔离' 거나 钟南山(종남산) 공정원 원사가 ‘成本最低的方式就是全国人民在家隔离两周' 라고 했다는 식의 선전이었다(후자는 거짓뉴스로 판명). 

거리 유지를 권하는 '소셜 디스턴싱'의 개념이 외출을 막는 '자가격리'로 변모하는, 이 둘 사이의 거리가 아마 중영 두 언어문화 사이의 코드의 다른 구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대책의 중국모델이요, 베끼는 숙제도 못한다니 라든가, 중국은 다르다와 같은 식의 목소리 배후에 있는 의견 차이는 결국 이 두 단어 사이의 거리에 있을 것이다. 

2. 일본

올림픽개최 문제때문인지, 일본정보가 신종코로나에 대한 반응은 소극적이었다. 일단 수치상으로는 괜찮은 듯 해 보이나 꽁꽁 싸맨 보물보따리마냥 감추고 속내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먼저 전염상황이 제일 엄중한 혹카이도에서 2월 28일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혹카이도 도지사(사진출처: テレビ朝日)

3월 24일, 도쿄올림픽 연기가 공식적으로 결정되고 나서 25일 저녁 바로 도쿄는 폭발적인 감염증가 우려가 있다면서 더 강도높은 대처책을 요청했다. 역시 올림픽 때문에 꿍져싸고 있었던 것일까. 

도쿄도 지사(사진출처: AmebaTV)

이제서야 대응이 좀 더 강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이 두 차례의 선언을 보면 일본에서는 어떤 표현을 쓰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外出自粛要請"(외출 자숙을 요청)이다. '自粛' 의 사전적 의미는 '자신부터 나아가 행위나 태도를 고치어 삼가는 것 [自分から進んで, 行いや態度を改めて, つつしむこと]' 이다. 어디까지도 개인의 자유의지에 맡기는 것, 그리고 그것마저도 '요청'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일본인들은 사태의 엄중성을 캐치할 수 있다. 그게 섬나라의 문화코드인 것이다. 

물론 침략전쟁을 거치면서 자국민을 강제이다시피 징집・복역시킨 역사 때문에, 전후 미국의 주도하에 집필된 헌법에는 일본이란 국가가 개인의 인권에 개입할 여지를 철저히 막았다. 그래서 봉쇄나 외출금지가 법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하에서도 일본사회가 질서있게 여직껏 작동하고 있었음은 그 코드를 역증하는 것이란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3. 한국

한국은 어떠한가. 신종코로나가 제일 엄중한 대구의 시장이나 질본(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오는 안내문 같은데에서는 '소셜 디스턴싱'의 개념을 '사회적 거리두기' 라는 용어로 바꾸어 국민을 설득하고 있는 것 같다. '자가격리(自家隔離)' 라는 권장 용어도 있지만 이는 철저하게 코로나 의심증상이나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표현으로 쓰고있다. 

말하자면 '소셜 티스턴싱'의 직역인 셈이다. '자숙'이란 단어도 있고 한글사전의 의미도 일본어랑 거의 같다. 하지만 실제 '자숙+코로나'로 검색해 보면 상위에 뜨는 기사들은 대부분 모모 연예인이 자숙 중에 난몰래 코로나를 위해 기부했다는 식의 내용들 뿐이다. 정치인 연예인들이 하도 많이 사고치고 그러고 나서는 자숙만 해대는 바람에, 우리 말에서 '자숙'이란 낱말은 부정적인 뉴앙스가 다분하게 되어버렸나 보다. 

하여튼 한국은 개념은 영어권(미국)에서 직수입하고 자기만의 문화코드로 낱말을 만들어서 혹은 골라서 쓰는 과정은 생략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 자체가 당대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일종의 코드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상으로 신종코로나 상황에서의 이슈 키워드의 발생과 발원지, 그리고 중일한에서 그것을 수용 혹은 실제 자국상황에서 비슷한 개념을 어떤 낱말이나 표현으로 발화하고 있는지를 간단히 봤다. 격리와 자숙과 사회적 거리두기, 그 사이에는 문화의 인식과 차이가 드러나고 맞춰야 할 코드와 주파수가 나타나 있는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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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을 하다가 네이버 앱버전 홈페이지가 아래와 같이 되어있음에 추가한다. 

2020.03.28 오후 6시경 갭쳐

2020.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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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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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의 상황을 보면 각 연방정부에서는 주로 “Stay-at-Home”, 즉 “집에 있기”라는 명령이라고 할수 없는 명령을 내렸고,
    또 대통령 트럼프는 “15 days to slow the spread”, “15일동안 확산을 늦추기”라는 명령이라고 할수 없는 명령을 내렸답니다.
    사용하는 낱말이나 코드가 부동하지만, 어찌됐건 빨리 바이러스를 사라지게 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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