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26개월, 문뜩 어느날 불쑥 튀여나온 '꿈인 듯 꿈 같지 않은 꿈'이 내게 계속 썸을 걸어온다. 

나: "자기야, 나 나중에 보육사 하면 어때? "

남편: "되지머."

성의없다.

나: "그럼 지금의 육아생활도 울이도 잘 양육하면서 경력단절이 아닌 좋은 경험이 될수 있지, 그리고 나중에 더 많은 아이들도 섬길수 있고 …"

남편: "그렇지. "

나 좋은 생각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 "근데 내 이 성질에 가능할까? 내 애 한테도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이 성질을 갖고 보육사 했다가 내가 화병 걸리는거 아니야? 나는 진짜 육아하면서 내 성질의 바닥을 봤어. 아니 그게 바닥이길 바랄 뿐이야."

남편: "변할수 있어."

참 간단하다.

나: "근데 설령 내가 보육사 된다 하더라도 나중에 우리가 국내에 들어갈 때 쯤 되면 내 나이 한 40은 될텐데 취직이 가능할까? 요즘은 다 젊은 선생님들 선호하는거 같은데…난 그때면 이미 왕 아줌마잖아."

남편: "여기서 경험 쌓으면 돼. "

침묵이 흐른다…

사실 진짜 문뜩 튀여나온 생각이다. 보육사가 될려면 어떤 제한이 있는지, 설령 자격증을 따더라도 외국인으로써 보육원에 취직이 가능한지, 또 다른 어떤 요구들이 있는지 내가 아는 지식은 제로다. 참고로 나는 음악세포도 미술세포도 꽝이다. 있는건 오직 내 아이를 키우면서 맨땅에 헤딩한 경험 뿐이다. 아마도 기분 좋을 때 지 맘대로 불쑥 문을 박차고 내 머리 속에 들어온 스치는 "꿈같은 꿈"이였을 것이다. 

나는 진짜 왕초보 엄마다. 그것도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독박육아를 하게 되였다. 솔직히 준비가 된건 또 어떤걸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에게는 새롭고 어렵고 외롭고 즐겁고… 삶의 감정들이 한층 더 깊어지는걸 느끼고 있는 과정에 있는것 같기도 하다. 도전장은 계속 밀어내는데 받아치기를 아직 잘 못해서 때때로 망가지고 넘어지곤 한다. 그럼에도 오뚜기처럼 일어서는걸 보면 육아는 부단히 힘을 공급받는 일인거 같다. 얼핏 보면 힘이 계속 온몸에서 새어나가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아이를 금방 낳고 집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병원에서처럼 의문이 있거나 걱정이 되거나 할 때 수시로 콜 할수 있는 간호사 선생님도 없고, 매일 아침 아이 건강 체크하러 오는 의사 선생님도 없다. 그야말로 신경이 예민할 대로 예민해 있었고 내가 할수 있는건 기록하는 것 밖에 없다. 그래서 기준에 어긋나면 문제가 생긴걸로 자문을 구하는 것이였다. 수유텀, 수유량, 생리현상, 열 등등을 매일매일 체크하고 기록했다. 첫 두달은 혼합수유를 했기에 또 완모를 하기 위해 모유양/분유양을 정확히 기록할려고 애썼다. 이것이 육아의 첫 걸음이였다. 

육아노트

아이는 지금 한창 자아가 발달하고 있고 자기 의사표현도 야무지게 한다. 흔히 일본에서 "魔の2歳”라 한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나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은 온전히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는 보육의 역할을 하였다면 지금은 인격체 대 인격체로 대면하는 훨씬 복잡한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여기엔 아이의 감정, 성장발달만이 아닌 아이를 통해 들여다 보아야 할 나의 내면세계도 포함된다. 일단 먼저 아이를 좀 더 알아가고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한번 쯤은 들어봤을 "몬테소리 유아 양육 방식" 을 찾아 보기로 했다. 

유아기는 막 걷기 시작하고 세상을 탐험하며 이제 막 말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이다. 충동조절을 잘 하지 못하며 조용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개방된 공간을 보면 막 뛰기 시작하고 재미있어 보이면 무엇이든 만진다. 유아는 말을 잘 듣지 않고 잠도 잘 자지 않고 화장실 사용도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아를 어려운 존재로 여기고 애정을 갖고 인내하며 옳바르게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누리기 힘들어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유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 보기를 권한다. 실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였고 또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한것들이 있었다. 

<내가 유아를 사랑하는 이유> 중: 

1. 유아는 지금 이 순간을 산다. 유아와 함께 길을 걸으면 즐겁다. 어른은 머릿속으로 해야 할 일들, 고민들을 담고 걷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산다. 노면에 자라는 잡초를 발견하고 즐거워한다. 유아와 시간을 보내면 아이들이 어떻게 이 순간을 사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한다. 

일본에 코로나가 폭발하기 전에 아이랑 강변에 가서 산책하며 우연히 무당벌레를 봤다. 무당벌레 이쁘다고 나뭇잎에서 기여다니는 모습을 관찰하며 엄청 신나했었다. 그 뒤로도 한동안 매일 무당벌레 보러 가자며 말했고 집에서 무당벌레 그려도 보고 책에서 찾아도 보고 아이는 그 순간 순간들속에 흠뻑 빠져버린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즐기고 누리는 모습이 우리 어른들이 잊고 사는 소중한 것들이 아닌가 요즘 더 뼈속깊이 느낀다. 

바쁜 일상에 묻혀 우리가 놓치고 소홀히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은 무엇인가? 코로나로 집에 갇혀있는 이 날들, 항상 이유로 내 놨던 그 '바쁨' 이 더는 설득력이 없어질 때 한번 깊이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가? (스마트폰이 코로나보다 더 무서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사랑하는 가족, 자연이 선사한 아름다움, 일상의 만남들…익숙함에 소중함을 잃지 않고 아이들처럼 이 순간에 집중하고 맘껏 사랑하고 싶다. 

2. 유아는 원한을 품지 않고 놀랍도록 너그럽다. 아이는 짜증을 반시간 이상 낼수도 있지만 일단 짜증이 가라앉으면 다시 명랑하고 호기심 많은 원래의 모습ㅋ으로 돌아온다. 어른과는 달리 아침에 기분 나쁜 일 있었다고 하루종일 짜증이 나 있지 않는다. 또한 어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때 아이한테 사과하면 아이는 우리를 꼭 안아 주거나 아주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넨다. 유아에게 사과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모범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을 배울수 있다. 그렇게 아이와 굳건한 유대 관계를 맺으면 우리가 아이를 돌보듯 그들도 우리를 돌본다. 

얼마전 아이한테 낮에 엄청 화를 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그 화를 품고 아이한테 다정하게 다가가지 못했다. 아이는 계속 엄마를 찾았다. 웃기도 하고 말도 걸어보고… 엄마의 기분을 풀어주기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참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밤에 아이를 재우면서 나는 아이한테 사과했다.

나: "엄마 낮에 화 많이 냈지. 미안해."

울이: "응 알았어. 엄마 화 많이 많이 냈어."

나: "엄마가 너무 너무 미안해. 엄마가 다정하게 얘기했어야 하는데 소리질러서 미안해."

울이: "응."

나: "엄마 사랑해.”

울이: "울이도 사랑해."

아이의 시선은 참 맑고 깨끗하고 사랑스럽다. 때묻은 이 어른이 정화되고 싶다. 

3. 유아는 진정성이 있다. 유아의 진정성은 전염된다. 그들은 진심을 말한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내보인다. 뭔가 계산하지 않고 저변에 깔린 동기가 없고 정치적인 술수를 쓰지도 않는다. 

얼마전 저녁밥 먹고 나서 퍼즐 맞추기 놀이를 하는데 아이가 인어공주를 보더니 "姐姐 옷도 안 입고 수영하네." 라고 해서 남편이랑 한참 웃었다. 유아는 오롯이 자기 자신이 된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남을 판단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보는 그대로 말한다. 

인어공주 퍼즐

<유아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 중:

1. 유아는 우리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다. 아이들은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교육자 제니 앤더슨이 뉴욕타임즈에 "아이의 짜증을 저항이 아닌 고통으로 보기" 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었다. 아이들이 어른을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할때 그것이 실은 도움을 요청하는 외침이라는 걸 알면 "지금 저 아이를 어떻게 도와줄수 있을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아이에게서 공격받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도움을 줄 방법을 찾을수 있다. 

나는 아이가 잠을 안 자는것 때문에 여러번 화를 냈었다. 심지어 "왜 이렇게 안자, 엄마 힘들어." 하며 아이한테 온갖 짜증을 부린 적도 있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면 아이가 자기 싫은데 혹은 잠이 안오는데 엄마는 계속 엄마 머리속에 짜놓은 시간대로 아이를 통제하기를 원했다. 낮잠을 아예 안자는 날들이 있었는데 아마 요즘은 집에만 있어서 에너지 방출이 안돼서 잠이 안왔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나는 낮잠 안 잔다고 폭발해버렸다. 아이는 "더 놀고 싶어서 그러지…" 하면서 울먹울먹 했다. 그렇다. 아이는 나를 힘들게 할려는게 아니고 "엄마 잠이 안와, 더 놀아도 돼? 더 놀고 싶어." 하면서 엄마 화나지 말라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2. 유아는 가족을 돕고 가족의 일원이 되는것을 좋아한다.  유아는 자기 장난감보다 부모가 사용하는 물건에 더 관심을 가진다. 유아들은 우리가 음식을 준비하고 빨래하고 손님 맞을 준비 등의 일을 할때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간을 충분히 줘서 성공할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낮춘다. 그러면 아이에게 가족을 돕는것, 가족의 일원이 되는것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칠수 있다.

번거롭지만 이렇게 할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다가 일이 배로 늘어나 화를 겨우 억누를 때도 있다. 계란찜 만들려 계란을 같이 깨다가 바닥에 떨어뜨리고 물감 논 뒤에 앞치마를 아이한테 씻게 하다가 나중에 아이 옷까지 다 씻어야 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이는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그리고 익숙해져서 점점 더 잘한다. 그렇다. 어른과 아이 모두 이 가족의 성원이다. 

내가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내게 적용되는 첫장의 부분 내용들을 잠깐 기록해봤다. 나머지 내용도 2편, 3편으로 적어나가며 나의 육아일상에 녹여 실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쳐지나는 꿈 얘기로부터 몬테소리 유아 양육 방식까지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나를 보면 슈퍼 수다쟁이가 맞는 듯하다.  그래도 꿈의 씨앗을 심어보는 거야 무방하지 않은가. 

But as for me and my household, we will  serve the LORD

JOSHUA 24:14

시리즈 링크
<독박육아 울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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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 둘을 키우면서 느낀 건, 아이의 엄마에 대한 필요와 사랑이 엄마가 아이에게 기대하거나 주는 것보다 늘 더 큰 것 같아요.. 울이가 곧 커서 사회 돌봄 체계만으로 충분한 날이 올 거예요. 보육교사도 좋고 원래 하시던 일도 좋고 꼭 다시 하고 싶은 일을 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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