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소란스럽다.
"빨리 일어나~~! 이 노인네야! 어이구! 내가 정말 못살어~!"
"아이고 요것만 하고……"
"하긴 뭘 해~! 정말 미워죽겄어~~! 빨리 들어가!"
세집 할머니는 나와 한 층에 있다. 조그만한 키에 걸음 걸이도 불편하다. 유독 화장실에 집착한다. 자주 화장실 문턱에 앉아서 청소하거나 손빨래한다. 문제는 열심히 '청소'를 한다고 해서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뿔난 아들은 황급히 내려와서 야단을 친다.
할머니는 귀가 잘 안들린다. 귀가 안들리면 티비 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티비소리와 함께 아들 목청도 커져야만 했다.
지금은 저녁 23시 58분. 금방까지만 해도 할머니는 또 화장실에 앉아 있었고 아들은 진절머리가 나서 "지금 몇 시야~~~~!!" 소리지르며 할머니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할머니는 매번 귀신 같이 아들이 손닿지 못하게 치워둔 물건들을 찾아내는 모양이다. 그러면 아들은 또 한바탕 난리를 치게된다.
아들은 얼핏보면 40대 중반인것 같다. 결혼은 했을까? 자식은 있을까? 아들은 가끔 집에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여기서 사는 것 같기도 하다. 별로 자주 마주치지는 않는다. 결혼은 아직인 것 같다. 어머니를 모셔야하기 때문인가? 이런 의문들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이사 온지 열흘 째. 중년 아들과 연세든 어머니의 신경전은 만만치 않았다. 아들은 어머니가 가만히 있기를 바란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았으면 한다. 매일 오전 할머니를 보살펴주는 청소하는 이모님이 오신다. 이모님이 빨래도 해주고 화투도 놀아주고 식사도 챙겨드리고 집에 있는 쓰레기도 치워준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무도 없을 때 여전히 불편한 몸으로 청소하려고 하고, 바지와 속옷을 하루에 몇 번씩이나 손으로 빨고 있었다.
왜일까? 얼핏 들리는 이야기로는 아마도 가끔씩 실수하는 것 같았다. 아들은 무뚝뚝하니 종일 화장실에 눌러 앉아 있는 모친이 답답하기만 하다. 낡은 집의 여러 방을 청년들에게 세를 내준 아들은 세입자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모친이 그냥 아무것도 하지말기를 바란다. 청소해주는 아주머니가 다 해주는데 왜 굳이 나서서 더 어지럽혀 놓는가 말이다! 아들에게 할머니는 때론 잘 모셔야 하는 "어르신"이고 때론 속을 태우는 "노인네"이다.
할머니는 아마도 너무 자주 실수 하셔서 직접 손빨래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실수하면 아들한테 야단부터 맞을 터이니! 실수의 흔적들을 빨리 치워두어야 하는데 몸이 맘같지 않다. 그러니 항상 화장실에 머물게 되고 때론 청소하는 척이라도 해야하는데, 아들은 또 청소한다고 노발대발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다 나의 추측이다. 나는 현장에 단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 그냥 들리는 대로 상상하고 짐작하고 추론한다.
그리고 매번 현관에 나가서 신발을 신을 때마다, 괜히 할머니가 안쓰러워진다. 나도 할머니 나이가 되면 어쩔수 없이 저렇게 되는 걸까… 아들은 매일 할머니에게 야단을 치지만, 챙겨드릴 건 다 챙겨드리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핀다. 요즘 시대에 또 이만한 효자가 없다.(노인과 한 번 같이 살아보면 알게될 것이다.)
노인을 모시는 집안에는 누군가의 옳고 그름이 없다.
'인정(人情)'은 때론 치열한 신경전 속에, 때론 소란스러운 다툼 속에, 때론 묵묵히 짊어져야만 하는 책임감 속에 녹여있는 것이다.
여기로 이사하길 잘 한 것 같다.

사람 냄새가 나는 집으로 이사하셨네요.
할머니 생각이 나요. 가끔 고모들이 오면 할머니 물건들을 버렸어요. 고모들이 가면 할머니는 주어서 장농이나 바구니에 다시 담았죠.
원점으로 거의 돌아가는 시점에는 삶을 갓 시작한 아이와 닮은듯합니다. 돌봄과 간섭을 받아야 하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저도 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르신을 보면서 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아들 괜찮네요.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을 저는 존경합니다./ 지니님의 이야기도 좋고 마지막 구절도 참 좋습니다.
네, 동감합니다. 가장 어렵고 또 가장 존경스러운 책임감이죠.
제일 위에 사진은 새로 이사한 집이랑 연관이 있는검까? 궁금해서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이사한 곳도 이 전시공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단독 주택입니다.
‘인정(人情)’은 때론 치열한 신경전 속에, 때론 소란스러운 다툼 속에, 때론 묵묵히 짊어져야만 하는 책임감 속에 녹여있는 것이다.
명구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