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가 태어난 주인집은 이 도시의 낡은 주택구에서 작은 슈퍼를 경영하고 있었고, 주인이 우리를 기르는 것은 우리를 좋아해서였기 보다는 슈퍼 창고에 기어드는 쥐들을 방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한 듯 싶었다.

기후가 습윤하고 위생이 불결한 주택구 구석구석에는 살찐 쥐들이 창궐하고 있었고, 여긴 버젓이 큰길 중앙을 쏘다니다가 달려오는 차에 치여 허연 배를 드러내놓고 죽은 쥐들의 시체도 종일 처리하는 사람이 없는 아주 후진 동네였다.

주인아줌마는 오늘 슈퍼에 물건을 사러 오는 인근의 손님들에게 죽은 우리 엄마가 얼마나 능한 쥐잡이능수였고 어떻게 추운 날씨에 쥐잡으러 나갔다가 오토바이 뺑소니사고를 당했는지 벌써 여섯번째로 되뇌이고 있었다.

나와 오빠는 슈퍼 문가의 작은 종이박스에 서로 의지하고 앉아서 싸늘한 봄바람에 날리는 털을 그루밍했다. 우리는 몇시간째 그 수다스러운 아줌마가 말을 끝내고 먹이를 주기를 눈이 빠지게 고대하고 있었다. 먹이라고 해봤자 처음엔 어린 고양이 우유를 얻어다 몇번 풀어 먹이는듯 하더니 방치해버렸고, 엄마가 죽은뒤엔 허연 쌀밥 한줌에 고기부스레를 조금 섞어주는 것이 큰 선심을 쓰는 듯 했다. 나와 오빠는 보기 애처로울 정도로 말라있었고, 우리는 종일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바람을 피해 박스구석에서 눈을 붙였다.

“오빠.”

자는줄로만 알고있었던 오빠가 살짝 한쪽 눈을 떴다. 나는 그 아름다운 눈동자를 들여다보면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우린 왜 여기 있어야 하는거야? 추워서 들어가고 싶어.”

“저 아줌마는 우리를 다른 사람에게 주려고 여기 내놓은거야.”

“준다고? 왜?”

나는 귀를 쫑긋 세웠고 오빠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줌마가 필요한건 엄마처럼 날랜 쥐잡이고양이야. 우린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기에 체질이 약해서 쥐를 잡을수 없어.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애완동물로 주려고 하는거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제 주인아줌마가 아저씨랑 숙덕거리는걸 들었거든.”

“그걸 왜 이제야 말해!”

내가 발끈 화를 내자 오빠는 나를 물끄러미 보았다.

“미리 알면 어쩔건데. 아줌마는 생계를 위해서 그러고 또 우리를 위해서 그런 결정 내린 거야. 아줌마네 생활수준으로선 애완동물을 기르면서 지낼 여유가 없어. 지금까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엄마가 죽는 날 훌쩍이던 주인아줌마 목소리를 떠올리고 나는 고개를 돌려 혀로 등뒤에 곤두세웠던 털을 정리했다.

“우리 둘을 같이 데려가자는 사람이 있을까?”

“있으면 좋고 없으면 너를 먼저 보낼거야. 하루빨리 이 추운 곳을 벗어나야 하니까.”

“그래도 꼭 같이 가자…”

“어쩔수 없어. 이것이 운명이라면 받아들여야 해. 대신 네가 어디 가든지…꼭 널 찾아가겠다고 약속할께.”

“…”

“날 믿어. 난 널 찾을수 있어. 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총명한 코숏이야. 알았지?”

나는 고개를 기웃했다. 아무리 내가 천재고양이라 해도 아주 가끔은 지금처럼 새로운 단어의 습득이 필요했다.

“코숏이 뭐지?”

“코리안숏헤어의 줄임말, 한국 집고양이가 버림받거나 가출한것이 야생화된 품종, 일명 도둑고양이라고도 하지.”

“도둑…”

“그만큼 쥐잡이에도 제일 능하고 생존능력도 강해. 우리는 러시안블루나 샴고양이처럼 정확한 무늬는 없지만 주황색 줄무늬거나 두가지 다 섞인 삼색이들이 많어. 맞다, 그러고보니 너도 삼색이네…”

“삼색이면 어떤데? 그리고 우린 한국고양이야?”

“그냥 집고양이 명칭인데 어느 나라에 있으면 어느 나라 이름을 붙이는거지. 우리처럼 여러 털이 섞인 고양이들은 보통 집고양이들인데 유독 한국에서 코숏이라는 명칭이 있기때문에 내가 잠시 빌어왔을뿐이야.”

“그렇구나.”

“삼색은 노란색과 검정색이 어우러져 화려한 줄무늬를 말해. 삼색이는 거의 다 암컷이야. 유전자 문제때문에 삼색의 수컷은 태어나자마자 죽거든. 다행이 난 삼색이 아니여서 죽지 않았나봐.”

“어떻게 그리 많이 알지…”

“난 오빠니까. 그리고 난 엄마처럼 쉽게 죽지 않을테니까 내가 살아있는 한은 꼭 널 찾아갈께.”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돌렸고 바로 그때 슈퍼앞에 나타난, 나른한 오후 햇살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였다.

……

매력적인 여자였다. 아이보리색 털세타차림의 여자는 나로 하여금 포근하면서도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게 해주었고 나는 떨리던 몸을 오빠 곁으로 바싹 밀착시키며 여자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는 주인아줌마에게 물 한병을 구매했고 아줌마가 몸을 돌려 물을 꺼내는 사이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여자의 눈에 반짝 하고 그 무엇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저도 모르게 오빠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빠는 눈을 지그시 감은채 끄덕끄덕 졸고있었다.

“아주머니, 이 고양이들은 왜 여기 내놓았나요? 애들이 추워하는거 같은데요.”

“아, 팔려고…”

주인아줌마가 말끝을 흐렸고 여자는 알았다는듯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돈을 지불하고 여자가 멀어져가자 나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조는 오빠를 불러깨워서 얘기라도 더 나누려고 생각하는데 여자가 문득 다시 슈퍼앞에 나타났다.

“얼마에요?”

“네?”

“얘 말이에요. 얼마에 파실거에요?”

여자의 시선이 내쪽으로 향했고 아줌마는 입술을 깨물었다.

“십원만 주세요.”

여자가 눈을 크게 떴다. 나는 내 몸값이 적게 책정된 것보다 주인아줌마의 책정 기준이 더 궁금했다. 아줌마는 과연 단돈 10원이 모자라서 우리를 길거리 찬바람속에 내놓고 있었을까.

“그냥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애들이 잘 못큰다는 속설이 있어요.”

주인아줌마의 중얼거림이 바람에 흩어졌다. 여자는 그제야 알았다는듯 크게 머리를 끄덕이더니 지갑에서 10원짜리를 꺼낸후 조심스럽게 카운터위에 올려놓았다. 주인아줌마는 돈을 받은후 박스를 통채로 들어 여자앞에 내밀었다.

“어느 애를 가지겠어요.”

여자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가리켰다.

“눈이 예쁜 요 아이를 주세요.”

“오빠 눈은 더 아름다운데.”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고 오빠는 어느새 코를 골고있었다.

“둘다 데려가고 싶은데…집에도 한 아이가 있어서요.”

여자의 말에 주인아줌마는 나를 안아낸후 작은 천조각을 꺼내어 내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좋은 주인 만난거 같으니 가서 잘 지내.”

여자가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들었고 나는 머리를 돌려 그때까지 눈을 감고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아줌마에게 살짝 머리를 숙여보인후 나를 안고 종종걸음을 옮겼다.

그때 나는…알고있었다. 오빠는 그날 일부러 자는척 하고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여자를 따라간 그날…여자는 그날을 천사의 생일이라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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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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