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월드컵의 사나이] 정대세(鄭大世) 선수 은퇴, 짧고도 긴 그의 메시지

우람된 피지컬과 섬세한 글솜씨. 여러 번 감탄하게 되는 그.


아시아의 월드컵은 일찍 막을 내렸다. 이런저런 썰들도 많았지만, 이 시점에서 오히려 떠오르는 다른 선수가 있다. 정대세 선수다. 

항상 상대 수비수에게 제일 큰 위협이던 모습. 정대세 선수의 그 겉모습이나 발기술에 걸맞지 않던 그의 눈물을 아마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북받치는 감정에 들썩이던 그의 어깨와, 양볼을 적시던 그의 눈물,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이데올로기나 어떠한 이념을 떠나서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감동을 공유했으리라. 

그런 그가, 2022시즌이 끝나면 도쿄 마치다시에 홈장을 둔 마치다 젤비아[FC町田ゼルビア] 팀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하였다. 

팀의 공식 홈페이지 뉴스란

직접 준비한 글(서두)

뒷산 꾀꼬리의 지저귐 소리에 눈을 뜬다. 이처럼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던 마치다(町田)에서의 지난 2년, 최후의 최후까지. 참으로 마지막 시합까지도 힘들었다. 

밤늦게까지 이 글을 쓰고 난 뒤의 꿈속에서, 또다시 출전명단에서 빠져 화가 치솟다가 그만 꿈에서 깼다. 아침에 일어나 저도 모르게 다시 글을 수정했다. 

현실도 꿈속과 같은 일상이었다. 

모든 것이 복선일 뿐이라 말해주는 이도 있었고, 지금의 이 ‘아픔과 괴로움’은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바보처럼 푸념을 늘어놓으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현재 컨디션에 대한 자신의 믿음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조금씩 알아차리고 있었고, 나잇값도 못 할 만큼 “난 아직 할 수 있어!” 라고 밀어붙였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괴로움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고, 이 나이가 되어서도, 분하고 억울하여 몇 번이고 울었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기쁨은, 목이 터져라 포효하던 그 시절과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 

동년배 선수들의 격려로 용기를 낼 수 있었고, 띠동갑의 어린 선수들도 나에게는 위로가 되어줬다. 절반 나이 되는 젊은 선수들과 기량을 다투어야 했다. 

어릴 적에 샀던 유니폼의 소매에 달린 J리그의 엠블럼(標章), 이미 굵어진 팔뚝에 붙어있는 그 엠블럼을 볼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몇 해 전인가부터,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몰라서 시합 때마다 화장실에 들어박혀 오열하면서 울었다. 쓰고 달고는 맛보기 나름이란 말은, 내게는 항상 겉멋만 잔뜩 든 말처럼 들렸었다. 이제는 이 말을 담담하게 뱉을 수 있다. 

“모두의 덕분이다.”

내가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나에게 더 좋은 풍경이 펼쳐졌을까? 

이런 이기주의자(egoist)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아니다. 모두의 도움으로 지금이 있는 것이다. 

후회와 한 인간으로서의 실패는 이루 다 셀 수 없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 “최선(베스트)”다. 

먼지가 뽀얗게 날리던 도쿄도(都) 대학 3부 리그로부터 날아오른, 최고로 통쾌했던 축구 인생. 

축구를 통하여 많을 것을 받은 지금, 마음이 넘친다.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무대에서 꿈을 향해 내달렸던 지난 17년이란 시간에,

이제 종료 휘슬이 울리고, 마침표를 찍었다. 

유유히 가슴 쫙 펴고 축구화를 벗습니다. 

이기주의자인 주제에 바보처럼 섬세할 리만치 감정적이었던, 이런 저에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정대세(鄭大世)
◇등번호: 9번
◇포지션: 공격수
◇생년월일: 1984년 3월 2일
◇출신지: 아이치현 나고야시(愛知県名古屋市)
◇신장/체중: 181cm/80㎏
◇이력:
아이치현 조선초급학교 → 동춘(東春)조선초중급학교 → 아이치조선중고급학교 → 조선대학교 → 가와사키 프론타레(일본, 川崎フロンターレ) → 보훔(독일, 波鸿) → FC 쾰른(독일, 科隆) → 수원삼성블루윙즈(한국) → 시미즈 에스펄스(일본, 清水エスパルス) → 알비렉스 니가타(일본, アルビレックス新潟) → 시미즈 에스펄스(일본, 清水エスパルス) → FC 마치다 젤비아(일본)

◇국가대표 이력:
조선(북한) 대표선수
2007년: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2008) 예선
2008년: 2010 FIFA 월드컵 아시아 예선,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본선 경기
2009년: 동아시아 축구선수권 대회(2010) 예선
2010년: 2010 FIFA 월드컵
2011년: AFC 아시아컵(2011), 2014 FIFA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통산 552경기, 191득점

일본어 원문 출처: https://www.zelvia.co.jp/news/news-215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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