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脑残', 그냥 글자를 딱 보기만 해도, 모르지만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의 단어. 뇌를 가리키는 '大脑'와 신체적 장애를 뜻하는 '残疾'에서 한 글자씩 따다가 만든 줄임말이다. 중국에서 유행한지는 꽤 된다. 물론 실제로 지적장애를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답답하거나 화가 나는 행위나 제품이나 사람을 입에 착 감기게 욕하는데 쓰인다. 예를 들면 '真是脑残的设计', '你是脑残啊' 등이다. 

사실 이번에 글쓴이가 한 일은 번역이 아니라 매칭이다. 뜻이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문화와 화법 속에서 어감이 일맥상통하는 말들이 있다면 필요한 건 연결일 뿐이니까. 

한국에는 아래와 같은 인터넷 신조어가 있다. '뇌절자', '너 뇌가 절었냐?', '쟤 뇌절'.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이나 그런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인데, 직관적으로는 '腦絶' 즉 뇌가 단로됐다 절단됐다 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그 유래는 '雷切'(라이키리)라고 雷神을 베었다는 일본의 전설 속의 칼이름인데, 결정적으로 널리 알려진 건 <나루토(火影忍者)>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카카시'가 하는 기술의 이름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에서는 <리그오브레전드>(英雄联盟,줄여서  LOL)라는 온라인게임의 세계에서 '雷切 > 腦絶'이 같은 한자음 소리로 파생되어 쓰이기 시작하다가 여러 커퓨니티에 옮겨지면서 유행하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나루토>의 카카시

역시, 온라인에는 인재가 많다. 굉장히 탁월한 조어능력이 아닌가. '뇌절'이란 말의 소리와 두 글자는 여러가지 연상을 가능하게 한다. 뇌졸중, 기절, 단절, 뇌를 절이다(중국어 화자로서 '脑袋进水'도 떠오른다) 등등… 말하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비슷한 개념들을 많이 떠오르게 하는 낱말이야말로 왕성한 생명력과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뇌절. 뇌가 절었냐. 중국어의 '脑残'이 풍기는 분위기와 너무너무 닮아있다. 바로 치고 들어오는 표현이 아닌가. 어찌보면 조금 끔직하긴 하지만. 소금에 절었을까 때에 찌들었을까. 

근데 이른바 뇌절자들이 꾸민 것같은 뇌가 쩐 소식들이 요즘 조선족사회에 떠돌고 있다. 올해 대학입시의 조선어문 시험지 채점에 이상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예전처럼 조선족 연구생들은 매긴 일이 없다고 한다. 입시생들을 가르친 중소학교 선생님들이나 당사자인 중소학생들이 매겼을리는 없으니, 그 말인즉 조선어 모어화자들은 매기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 누가 매겼을까. 그건 모르겠고 결과적으로 올해 연변지역 입시생들의 조선어문 성적은 왕년에 비해 평균 20점 이상 내려갔다고 한다. 이건 뭘 의미할까. 더군다나 이제 몇년 안 지나면 대학입시에서 조선어문 과목 자체를 취소한다느니 중소학교 수업에서 조선어문이 선택과로 된다느니 아예 빠진다느니 등 여러가지 흉흉한 소문이 뒤따라다니고 있다.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건국이래 당의 기본방침과 국가의 정책 및 제도의 우월성이라는 기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뇌절' 행위라는 평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을 저지른 자 역시 '뇌절자'라는 진단을 받지 않겠는가. 억울함을 벗고 결백함을 찾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는 하루빨리 자진출두하여 해명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晚清]吴趼人 著

해괴한 일은 더 있다. 이러한 소식과 소문이 나돌고 있음에도 너무 태연자약하다. 지금 제일 급한 사람들은 고1, 고2 자녀를 둔 조선족 학부모들인가. 과연 그럴까. 당장 대학입시를 코앞에 둔 그들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은 기껏해야 1-2년만 이 일을 거쳐가면 그만이다. 그 영향은 여러 정도로 지속될지도 모르지만, 그들로서는 대학입시 뒤에 더 노력해 바꿀 것도 없고 신경쓸 일도 아니다. 

정작 불똥이 떨어진 건 조선어문으로 먹고 살고 노후를 보장 받아야 할 수많은 소중고 조선어문 선생님들, 조선족 학생들을 보살피는 민족학교 교직원들, 조선어문 도서로 운영되는 민족출판 단위들, 조선글로 채워야 할 신문잡지들, 조선어문 학술로 평가를 받아야 할 대학가 조문계들일텐데. 위의 내용대로라면 이들이 축소되거나 소실되는 것에로 이어질텐데. 이번 사실에 대한 분석이나, 정책에 대한 해독이나, 추측에 대한 확인, 어느 하나 들어본 바가 없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견식이 짧은 글쓴이로서는 머리를 쥐어짜도, 혹시 내 머리가 절단되었나 붙여보고 이어보고 맞춰보고 해도 잘 모르겠다. 가르침을 바란다. 

[원어] 脑残 (nǎo cán)

[의미] 어이없거나 황당하거나 말이 안 통하고 어떠한 언행이 가져오게 될 결과에 대해 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인 사고방식이나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속되게 욕하여 이르는 말. 형용사나 명사로 사용 가능. 

[기존번역] 뇌손상? (딱히 없음)

[매칭案] 뇌절

<오늘의 입착감 한마디>

뇌절도 모자라 너절해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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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착착 감기는 번역, 입착감.

신조어나 유행어는 누리꾼들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곳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마찬가지다. 달인은 여염에 숨어있는 법(高手在民间)이다. 참 그런 재치는 어디서 나오는지. 

헌데 재치있는 말들이 일단 다른 나라 말로 번역되면 폐물이 되기 일쑤다. 아마 번역은 '정직한' 분들이 하셔서 그런지도 모른다. 매듭지은 자가 풀기도 해야 할 터. 재치는 재치로, 누리꾼에서 누리꾼에로가 답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누리꾼의 신분으로, 일상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끄당겨 또다른 누리꾼들에게 내놔본다. 재치있는 말들재미있는 말들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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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착감]  (1)月光族 & 달빚족

[입착감]  (2)北漂: 베이돌? 북돌이?

[입착감] (3)地摊经济: 노점? 길바닥?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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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강

떠돌면서 듣고 모으고 배우는, 이야기 "꾼"이 되고싶은. 연변, 북경을 거쳐 교토에서 고전과 씨름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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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다만, 脑残이 축자적으로는 “뇌장애”의 뜻을 가지므로 장애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을 담고 있어서 사용돼서는 안 되는 말로 보입니다. 굳이 번역한다면 저는 이미 쓰던 말 중에 “모자라다”, “부실하다”도 나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참고로 네이버 중한 사전은 “어리석다”로 번역했네요.

    1. 脑(머리) + 残(어리석다) = 머리석다
      머리의 “머”에 알려주신 “어리석다”를 조합하여, 신조어를 하나 만들어 봣슴다. ㅋㅋ 바로 “머리석다”.
      예: “이런 머리석은 놈….” ㅋㅋㅋㅋ 쓰고 보니 개그에 더 가깝긴 하지만….. 생각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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