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에 아오나에 두번 갔다. 

저녁을 먹고나서 배드민턴 라켓을 빌리러 온 선배와 집근처 커피숍에 갔더니 문이 닫혀있었다. 자주 가는 커피숍은 아니지만 폐업을 한것 같아서 내심 마음이 안좋았다. 선배네 집근처에 있다는 커피숍에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저집설마문닫은건아니겠죠글쎄다코로나등쌀에여기저기문을닫네 라는 두 문장의 대화를 나눌만큼의 짧은 시간이 흘렀을 때 창밖으로 보이는 또다른 커피숍이 있어 우리는 급히 택시값을 지불하고 차에서 내렸다. 반가운 마음으로 들어서려는데 사장으로 보이는 분이 먼저 마중을 나오면서 들려주는 한마디: 오늘 영업 종료하였습니다. 

네벌써요?말은 그렇게 하면서 우리는 되돌아 나올수 밖에 없었다. 선배네 집근처에 있다는 커피숍까지는 다시 택시를 타기엔 애매한 거리고 하는수 없이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내키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걷는 언니의 초4아들이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열발자국에 한번씩 미안한척 초4소년을 뒤돌아보며 선배와 나는 열심히 걷다가 现代国际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위치한 澳那咖啡문앞에 도착했다. 커피숍 이름이 애매해서 들어가고 싶을만한 곳일지 조금 미심쩍었으나, 평소에 한 감각 하는 선배언니가 좋다는 곳이기도 했고, 우리는 더 이상 걸을 수 없기도 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나는 그곳이 좋아졌다. 언니여기너무좋아요뭔가대도시의여름밤까페같은느낌적인느낌이에요 라는 아무말들을 하며 맥주도 있고 커피도 있고 요리도 있는 눈이 호강하는 메뉴판에서 아쉽게도 우리는 언니를 위한 아이스아메리카노한잔, 이따 저녁에 수업이 있는 나를 위한 우유한잔, 초4를 위한 주스 한잔만을 주문했다. 이곳에서 우유라니, 언젠간 다시 와야해. 

그 언젠가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육아중인 친구와 도저히 짬을 낼 수 없어서 오랫동안 별렀던 데이트가 미루다미루다 친구의 생일이 코앞이 되어서야 시간을 낼 수 있었고 친구는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고 했으나 아무거나 먹이고 싶지 않은 나는 밥도 먹고 맥주도 가볍게 한잔 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생각하다가 아오나가 떠올랐다. 

시내에 가서 내 취향대로 선물을 고르고, 아오나커피에 가니 내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먼저 메뉴를 학습할 시간이 생겨서 좋구나.  

그런데, 이렇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메뉴판을 펼치니 고민이 생겼다. 선택이 너무 많다. 멕시칸 음식 전문인만큼 대여섯종류의 타코에  갖가지 수제버거, 스테이크에 또한 피자도 보이고 파스타도 보이고  샐러드도 다양한데 다 맛있어 보여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친구가 오기전에  먼저 가게 구경부터 해본다. 여기가 주문받는 곳. 

가게 안쪽에서 보이는  카운터 모습. 노란 멕시칸 밀짚모자가 보인다.

언젠가 여기와서 브런치타임도 해야겠어. 

이 가게의 분위기가 맘에 드는 이유는 이런 맥시멀한 인테리어 때문이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한다. 구석구석 사진은 못 찍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한 북유럽풍도 좋지만, 가끔 이런 알록달록, 다닥다닥, 사람냄새나는 스타일도 좋다.  미니멀은 내집에서, 맥시멀은 가게에서. 

드디어 친구가 왔고 긴 고민과 메뉴의 뒤적거림 끝에 합심하여 아래의 세가지 요리를 엄선하였다. 

친구가 고른 치킨 타코.  오랫만에 타코를 먹는다는 친구의 입맛에 맞다고 한다. 나도 하나 먹어보니 타코 맛에 익숙치 않은 내입에도 맛있다. 

가장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토마토 스파게티. 보이는것만큼 맛있고 그릇도 예쁘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샐러드.  누가 매일 이런 건강한 샐러드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샐러드는 집에서 해먹기엔 너무 손이 간다. 

1인 1.5잔씩 나눠 마신 단 한병의 맥주.  아는 사람이 많은 고향에서 낮술은 처음이니, 분위기만 내는걸로.  공동의 친구들이 있는 그룹채팅방에 사진을 올렸더니, 애주가 친구한테서 “들고 마시는 병맥을, 그것도 한병을 나눠마시냐”고 핀잔을 들었지만, 어쩐지 걔가 부러워서 그러는것 같다. 

천천히 조금씩 눈앞의 음식을 서로 권하고 먹으면서, 다 아는 얘기들을 새로 하듯이 곱씹고, 알고 지낸지 벌써 20년이냐 지겹구나 등등 허튼 이야기를 나누다가 늦여름에도 시원하게 튼 가게의 냉방 덕분에, 샌들을 신은 발이 시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보니 아오나가 아니라 오나 커피였구나. 한번 잘못 부르면 고치기 쉽지 않은데, 앞으로도 웬지 아오나라고 부를것 같다.

现代国际맞은편 健康路 282, 丹凤胡同과 교차하는 길 모퉁이에 있다. 배달앱에서도 주문 가능하지만, 한번 꼭 와볼만한 곳이다. 나는 다음엔 와서 수제버거를 먹을 것이다. 

——–

글쓴이의 다른 맛집 소개 읽기:

中伏날의 짜장면 https://wulinamu.com/guxiang/18548/

김밥은 늘 옳긴 옳은데 https://wulinamu.com/guxiang/18231/

커피 한 잔 값으로 누릴 수 있는 것 https://wulinamu.com/guxiang/17635/

이 글을 공유하기:

진안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17
좋아요
오~ 오~
2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