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기로 한 지인이 메뉴를 정하면서 이렇게 물어보는 날이 있다.

"멸치국수 좋아하니?"

사실 멸치는 그냥 볶음으로나 좋아하지 국수와 섞인 이 면종류를 특별히 좋아하는건 아니다. 그런데 보통 나에게 이걸 물어보는 사람들은, 함께 뭘 먹어도 좋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국수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국수는 나에게 늘 힐링푸드이기에. 게다가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어느 집 인지. 

그래서 저 질문을 받을 때면, 아 멸치국수가 나를 부르는 날이구나 생각한다. 가보면 무조건 그집이다. 

지난달, 이름이 예쁜 후배와 스키장에 다녀온 날,  간단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후배가 좀 다르게 나한테 물어왔다. 

"언니 잔치국수 좋아함까?"

아 연길에 잔치국수만 파는 집도 있는가 라고 물어봤더니 연변병원 동문 맞은편이란다. 오늘도 멸치국수가 나를 부르는 날이구나. 잔치국수라는 조금 다른 이름으로. 오늘도 역시나 그집이다. 원조멸치국수. 

근처에 주차가 어려워 겨우 자리를 찾아 세우고 2층에 있는 가게에 올라갔다. 실외사진은 미처 찍지 못하였으므로 다음에 가면 찍어서 여기에 보충할 생각이다.  

소박한 가게 내부. 주방문 윗쪽에 여러 메뉴가 붙여져 있다. 

멸치국수와 잔치국수가 같은 거냐고 물었더니, 후배가 하는 말이 일단은 베이스인 육수물이 같다고 했다. 잔치국수는 보통 위에 고명을 얹는것이 특징인데, 전에 이집에 와서 먹을 때 고명을 본 기억이 없다. 내가 너무 성의없이 먹었던건가. 오늘은 음식에 집중하며 먹으리라. 우리나무에 혹시 소개할 수도 있지 않은가. 

국수 두 그릇에, 집에 가져갈 식혜 한병 시켰다. 이집 식혜 맛이 특별히 일품인지는 잘 모르나, 일단 병에 담아 합리한 가격에 파니 올때마다 한병씩 사간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운동신경이 뛰어난 후배한테서 아까 못한 보드 엣지를 바꾸는 법에 대하여 팁을 전수 받았다. 홀에 다른 손님도 없는지라, 나는 일어서서 자세를 잡아보며 가게가 내집인양, 주인 아주머니가 우리를  이해해주리라 믿었던건지, 나잇값이란 단어는 잠깐 잊었다. 

너무 밝지 않은 조명과 인테리어에, 난데없는 우리의 모습마저 적절히 스며들만큼, 그만큼 그 가게는 편했다. 

나왔다 잔치국수라고 불러도 되는 멸치국수 

음식이 나왔다. 아, 이렇게 성의있는 고명이 얹어지면 이건 잔치국수라고 할 수 있다. 정중하게 사진을 찍고, 면발이 끊길세라 조심스럽게 말아올렸다. 부드러우나 흐트러지지 않는 많은 가닥의 면발이 가라 앉아 입안에서 녹아들었다. 스키장에서 들떴던 기분이 차분해진다. 국그릇을 들어 구수한 국물을 마셨다. 몸에 들어왔던 찬 바람이 잠재워진다. 신나게 놀고, 맛있는걸 먹은 완벽한 하루였다. 

잔치국수나 멸치국수는 내 기억으로는 연변 음식은 아닌 것 같다. 어릴때 먹어본 기억도 없다. 그렇게 제대로 먹어본적도 없이, 몇년 전에 요리에 대한 의욕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을 때, 사진과 레시피만 보고 맛있어 보이길래, 겁도 없이 직접 만들어본 적이 있다. 사실 고명까지는 내가 만든것도 그럴싸하게 흉내는 냈다고 할 수 있었으나, 지금보니 잔치국수의 영혼은 육수이다(비빔밥의 영혼은 고사리라고 했던, 며칠전 보라님의 글을 떠올려보며).  

즉, 이런건 사먹어야 한다.  

메이퇀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가게위치도 바이두지도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손님 많은 가게의 프라이드인건가. 

그러나 정확히 연변병원 동문 맞은편의 골목에 있다. 부족한대로 바이두 지도를 캡처해서 화살표를 그려넣었다. 저 자인당약방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 건물 2층에 멸치국수집이 있다. 매주 일요일은 휴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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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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